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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종말 시대가 온다[기고]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필자의 머리에는 헤겔이나 공자보다 월등하게 많은 지식이 들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범부에 불과하고 헤겔은 세계적인 철학자이며 공자는 성인이다. 지식으로 따진다면 젊은이들이 필자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아니 그들에게는 지식이 필요 없다. 젊은이들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스마트 폰을 열어서 바로 질문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전화기가 바로 답을 알려준다.

필자도 그들의 대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강화마루가 썩어서 교체하기는 어렵고 칠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하다가 스마트 폰에게 물어 보니, 즉시 잘 알지도 못하는 물감(아크릴 뭐라고 해서 사진만 찍어 놓았다)과 알 수 없는 광택제를 알려주었다. 기억하기도 귀찮아서 사진을 저장해서 미술품 매장에 가서 구입하려고 한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지식의 종말을 구하는 세상이 도래하였다.

이른바 지식의 폭발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다. 과거에는 13개월마다 인류지식의 총량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 했는데, 그 주기가 점차로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주기가 12시간으로 단축된다고 예측하기도 하였다(‘명견만리’ 280쪽). 이제는 백과사전도 의미가 없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도 12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지식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앞서가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지금도 몇 년 전에 배운 지식이 쓸모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을 치료한다고 환자의 전두엽을 떼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노벨의학상을 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무지한 일인가?

지식의 폭발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과거의 지식이 되는 시대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넘어 그 다음을 이야기할 때다.

교육은 과거의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비하는 일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넘어서 그 다음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지난달까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벌써 그 이후를 생각하자고 하면 독자들은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렇게 빨리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핀란드나 독일의 교육을 따라가자고 외치고 있다. 핀란드로 연수를 떠나고 독일의 교육법을 한국에 접목하자고 학자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나 독일은 이미 자신들의 교육방법을 버리고 미래를 향해 과거의 교수법을 수정하고 있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구구단을 외고 공식을 왼다. 풀이과정보다는 정답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난다. 고등학생의 60%가 수포자라고 하니 가히 우리의 현실을 알 수 있다. 교단에 있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과거에는 되도록 많은 지식을 전수해 주려고 다그치기만 했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근의 공식’을 외고, ‘케네디 연설문을 암기’하던 기억밖에 없다.

핀란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 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교육혁신을 기획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과목의 교사들이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과목을 통합해서 가르치는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다(위의 책 287). 교사의 재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면 생물, 화학, 수학, 미술, 직물 등 여섯 과목의 교사들이 자연의 재료를 염료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자연의 색’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서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인지,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 등을 토론하며 연구하는 것이다. 이는 헬싱키대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해야 할 당면 과제다.

핀란드의 과거 교육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영국 등의 교수법을 적당히 익히고 한국 특유의 교수법을 개발해야 한다. 헬싱키대학의 미래교육을 앞서갈 수 있도록 교사재교육에 힘써야 한다. 기존의 교육제도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마당에 혁신을 꾀하는 핀란드를 본받아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 지식의 시대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 공자는 지식을 뛰어넘어 인성을 갖춘 인물이다. 한국적 인성교육과 핀란드식 융합교육, 그리고 창의적인 교수법의 개발 등이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다.

최태호  thchoi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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