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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60% 인상’ 종량제 봉투, 사재기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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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60% 인상’ 종량제 봉투, 사재기 기현상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6.11 18: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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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예고 후 주부들 사재기 양산… 뒤늦은 행정 대처, 용역 제안 무시 '강행' 탓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지난 4일 예고된 ‘세종시 종량제 봉투값 인상’은 결국 주부들의 사재기를 양산했다.


9일 읍면동 지역 슈퍼 또는 마트에 전화 또는 방문 문의 결과, 당일부터 6일 현충일까지 약 3일간 집중적인 사재기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7일부터 일반 또는 음식물 종량제 봉투를 공급하는 시와 주민센터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이유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는데도, 안일한 대처가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어진동의 A 편의점 관계자는 “주말부터 주부들이 사재기를 시작했다”며 “어제(8일)부터 주민센터가 공급의 한계량을 정해줬다. 한 박스(약 3000매)만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름동의 B 마트도 마찬가지였다. B 마트 관계자는 “물건이 없다. 음식물 봉투는 1인당 1묶음씩, 일반은 1장 이상 팔지 못한다”며 “주민센터에서 더 사오고 싶어도 못 산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일부 주부들이 대량으로 사간 뒤의 일이었다.


한솔동의 Y 마트 역시 “(음식물 봉투) 2~3리터만 팔고 있다”며 “생각보다 봉투값이 많이 올라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더 이상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종촌동, 도담동 마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재기는 경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행정 당국의 통보를 받지 못한 것도 감지됐다. 조치원 H마트 업주는 “평소보다 (스티커를) 많이 사간다”며 “아직 (주민센터 등으로부터) 판매 제한 통보는 못 받았다”고 답변했다.


현재 제한 통보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사재기가 불가능한 사항은 아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주부들의 경제적 관념을 고려하면, 1~2시간을 투자해 지역 마트 곳곳을 돌며 소량으로 구매하는 방식은 여전히 가능한 것.


예컨대 음식물 종량제 봉투 10리터 기준 1묶음(20개) 구매 시, 인상 전후 가격 차이는 2000원. 주부들이 미리 지역 마트 10곳 이상에 발품을 팔면, 최소 2만 원의 재테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주부들이 사재기에 나설 만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셈. 



이 같은 기현상의 근본적 원인에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행정력이 자리잡고 있을까. 주부들이 공감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인상률 60% 일방 통보. 이것이 바로 세종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프닝의 실질적 배경이다. 사실 가정경제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인상액은 아니다. 체감지수 이상으로 너무 높았던 것.


지난해 각종 포럼과 용역 발표회 등을 통해 드러난 지역 정서를 보면, ‘인상안’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본보가 지난해 2차례 이상 관련 보도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2003년부터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종량제 봉투 가격의 현실화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통해 세종시 쓰레기 처리 행정의 선진화와 가정별 배출량 줄이기 효과를 기대했다.


지난해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발표한 최종 용역 보고안도 2017년 25% 인상안을 제안한 바 있다. 동결은 없었다. 60% 인상은 2년 뒤인 2019년경이 합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시가 별도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진행한 최종 용역 보고 안을 외면한 채, 이보다 2.5배나 더 올린 60% 안을 강행한 결과가 바로 눈에 띄는 ‘사재기’로 이어졌다.


용역 안은 2018년 50%, 2019년 75%, 2020년 100% 인상안을 제안했다. 시는 이 같은 순차적 인상안보다 최소 2년 이상을 앞당겨 인상을 서둘렀다.


시 관계자는 “매년 조금씩 올리게 되면, 시민들의 행정 저항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행정편의 주의적 사고로 인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일부 시민들과 판매원 사이에서는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나중에 오르면 팔기 위해 (마트 한 쪽에 쌓아놓고) 일부러 덜 팔고 안 파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한 것.


시민들간 반목의 정서까지 확산했다. 장숙연(고운동)씨는 "일부 주부들의 사재기 때문에 몇일 사이 봉투 구매가 너무 불편해졌다. 다른 많은 시민들도 마찬가지"라며 "명품 도시를 표방하는 시민으로서 부끄럽다. 조금만 올렸으면 이렇게까지 (사재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물가인상심의위원회와 시의회도 별다른 제동 없이 이를 수용했다. 여기에 시민들 전반의 정서와 의견은 빠져 있었다.


면밀한 쓰레기 배출 패턴 분석에 기초한 인상안도 아니었다. 시의 관련 자료를 보면, 시민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보합세이거나 되레 줄고 있다.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 발생량은 지난 2011년 이후 5년간 지속적 하락세고, 대형폐기물과 음식물류 폐기물은 보합세로 해석된다.


신도시 특수로 급증하고 있는 식당가와 가정 내 쓰레기 배출량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차등 부과 정책 등 선진 환경정책은 빠져있는 것.


환경부의 주민부담률(종량제 봉투 판매 수입*100/수집운반처리에 소용되는 비용) 가이드라인인 40%(도농 복합시)보다 크게 낮은 14%에 그치고 있고, 유사 인구 규모의 지자체보다 낮은 가격만 인상 요인으로 부각시켰다. 세종시의 인상안보다 낮은 수준의 청주시와 천안시 종량제 봉투 가격은 자료에 첨부하지 않았다.


일부 품목과 상가 임대료 등의 경우, 수도권 물가에 육박했다는 시민 체감 물가지수 등도 고려 대상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개선을 위한 세종시민 토론회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참가자들은 ▲‘많이 버린 사람이 많이 부담한다’는 배출자 부담 원칙 강화 ▲쓰레기 발생량 줄인 가구 또는 업소 등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청주 등이 도입한 RFID 종량제 시행(20% 감량 효과) 등을 제안했다.


시는 이에 대한 중장기 계획 수립과 실행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인상을 20여일 앞둔 현재, 이에 대한 비전 제시는 없다.


시는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된 반발 여론과 사재기 기현상에도 불구하고, 내달 1일로 예고한 종량제 봉투 가격 60% 인상 안을 그대로 강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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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2017-09-18 18:08:42
세종시 심의위원회는 뭐하는 곳인가??? 곳곳에서 주민들과는 다른 정책을 편다.

ㅣㅣ 2017-06-14 22:04:05
그 예산으로 음식물로 재활용법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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