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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로컬푸드의 또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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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로컬푸드의 또 다른 얼굴
  • 이충건
  • 승인 2017.05.21 13:01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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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브리핑] ‘역적’ 청문회 된 시장 간담회
세종포스트 대표 겸 편집국장

[세종포스트] 그에게서 전화를 받은 건 지난 15일 아침이었다. 다짜고짜 기사를 내려달라는 거다. 그는 이제 갓 삼십대에 접어든 세종시의 젊은 농부 A씨다.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종시 로컬푸드 매장의 ‘갑질’에 대해 글을 올렸던 사람이다. 우리기자가 그의 글을 ‘이춘희 시장에게 보내는 농부의 편지’로 각색해 보도한 바 있다. <2017.5.3.일자 참고>

그는 자신이 ‘로컬푸드의 역적’이 됐다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우리 기자가 쓴 기사를 삭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끝내 나를 설득시키지 못해서다. 대신 힘들어하는 그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왜 로컬푸드의 ‘역적’이 됐을까?

그는 세종시 토박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정규직 특수경비로 일하다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네 식구의 가장이 된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부모를 따라 농부가 되기로 작정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에 글 올린 잘잘못 따진 간담회

그는 로컬푸드주식회사의 ‘횡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렸고, 우리기자가 그 글을 인용했다. 언론보도 이후 세종시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시장님과 간담회가 열리니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시장이 억울한 사연을 들어줄 것이란 기대로 그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얼마가지 않아 좌절로 바뀌었다. 그는 “마치 청문회에 출석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A씨와 로컬푸드 생산자연합회, 딸기품목회, 세종시로컬푸드주식회사, 시 담당공무원 등 약 15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A씨가 ‘내부의 문제(로컬푸드)’를 ‘외부(언론)’에 알린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충분히 내부에서 로컬푸드 이해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언론에 흘려 어렵게 쌓아온 로컬푸드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게 이 시장 발언의 요지였다. 언론보도의 책임이 A씨에게 있다는 사실상의 질타였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이런 기사가 나오면 시장과 로컬푸드주식회사는 속상하고 기분 나쁘면 그만이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생산자”라고도 했다.

로컬푸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시장은 “(로컬푸드가) 50%정도는 진도가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20~30%밖에 안됐다”고 진단한 뒤 “판단이 그렇다면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지 않느냐. (생산자들이) 잘 해줘야 2호점, 3호점 끌고 갈 수 있는데, 속도 조절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농업인은 세종시의 ‘불통’을 지적하며 A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A씨가 힘들게 농사지은 딸기를 로컬푸드 직원이 되돌려 보내면서 표현이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A씨가 자신의 사정을 여기저기 호소했는데 해결이 안됐다는 얘기였다.

A씨도 “제 페이스북에 올린 건데 기자가 (마음대로) 보도를 한 것이다. ‘시장님께’라는 말은 넣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1월부터 계속 민원을 제기해서 (로컬푸드 직매장으로부터) 찍힌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페이스북이 확장성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A씨가 로컬푸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결국 이날 시장과의 간담회는 A씨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간담회 후 ‘역적’으로 낙인찍힌 A씨는 주말 이틀간 고민 끝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던 것이다.

로컬푸드 시행착오는 모두 생산자 농민 탓?

로컬푸드에 대한 시민 소비자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세종시 설문조사에서도 전반적인 만족도가 75%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이 느끼는 체감도는 다른 것 같다. 이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비자들에게 불려가서 항의도 듣고, 곤혹도 치렀다”고 했다. “(로컬푸드 사업이) 자칫 비즈니스가 되고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로컬푸드주식회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물량, 품질, 가격 관리를 누군가 해야 하는데 기준이 정해졌으면 (생산자들이) 잘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시 출자회사인 로컬푸드주식회사는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생산자들은 자발적으로 품목별 출하량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생산자 스스로 정해진 양을 지키고 위반 시에는 권고-경고-정지 등의 제재조치가 뒤따른다.

그런데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보가 입수한 출하대장을 보면 특정인의 공급량이 기준치를 훨씬 넘어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로컬푸드라는 상당히 안정적인 공급체계에서 일부 농업인들이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시장의 생각과 달리 로컬푸드주식회사가 제대로 관리를 안 한다는 얘기다.

로컬푸드 매장 직원이 A씨에게 ‘갑질’을 했는지 여부도 당사자들만 알 일이다. 해당 직원이 민원을 제기하는 A씨를 곱지 않게 생각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딸기에 묻은 버들강아지 솜털을 물로 씻으면 된다고 고객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은 로컬푸드 매장 직원이 할 일이다. A씨가 솜털이 묻은 딸기를 진열했던 건 미리 세척하면 물러지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간담회에서 “힘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하는 게 갑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무슨 힘이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많은 농부들의 생각은 이 시장과 다르다. 매장에 출하하는 다수의 농부는 로컬푸드 회사를 갑으로 생각한다. 이 시장의 눈엔 시 출자회사 직원의 힘든 모습은 보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농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로컬푸드는 농산물의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이고 친환경 운동이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거리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유통과정이 줄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신선도가 높기 때문에 폐기량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는 더 싸게 더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농가 소득이 증가하고 유기농재배도 늘어난다. 무엇보다 세종시 같은 도농복합도시에선 도시와 농촌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공동체 가치를 고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권장돼야 할 정책이다.

세종로컬푸드주식회사는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농업회사 법인이다. 이 시장이 시장선거에서 자신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사람을 이 회사의 사장 자리에 앉힌 건 단순한 보은 차원이 아니었을 것이다. 로컬푸드의 철학과 가치를 시장을 대신해 구현해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농민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는 로컬푸드는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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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퇴출 2017-07-26 19:20:20
힘들게 농사짓고 납품하는 약자인 농부들의 마음은 몰라주고 갑질하듯이 일하는 로컬푸드 직원만 두둔하면 되나요.. 직접 농사지어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2017-07-26 09:58:00
소비자들이 로컬푸드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다는건 맞는말같네요. 진열된 상품 한가지가 별로면 나머지가 아무리 좋은 상품인들 사고싶겠어요?

2017-07-26 09:55:46
거름 뭍은 딸기도 진열시켜달라고 할 기세네?

세종사람 2017-05-23 17:24:24
난독증

첫마을 2017-05-22 20:37:07
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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