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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의 시가 있는 아름동 칼국수집 '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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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의 시가 있는 아름동 칼국수집 '본채'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3.22 11:42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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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름동 본채 칼국수 조현희 사장

애틋한 가족의 정이 네 자매가 펴낸 시집에 담겼다. 올해 초 생애 첫 가족시집을 출간한 조현희(57) 씨는 시(詩)와 도자기가 있는 칼국수 집, 아름동 ‘본채 바지락칼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육필시집, 유고 시집, 당선 시집, 종교 시집 등 다양한 형식의 시집이 있지만 가족 시집은 생경하다. 네 자매가 모두 시를 쓴다는 것도 어찌보면 일반적이진 않다.

그는 대전 토박이로 자라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 살이 20년.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현희 씨는 둘째 언니와 함께 논산 도로변 휴게소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다 각각 독립해 가게를 차렸다.  

세종에 정착한 건 2015년 가을. 이듬해 5월 칼국수 가게를 열었는데, 아직 1년이 채 안됐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는 이미 입소문이 났다.

그는 “서울이나 경기도 쪽은 바지락과 대파, 호박을 넣은 맑은 국물의 칼국수가 대부분”이라며 “세종에서도 손님들에게 맛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경기도 안 좋고, 날씨도 아직 다 풀리지 않아 제대로 된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바지락 낙지볶음은 현희 씨가 집에서 직접 개발한 음식이다. 보기보다 매콤한 맛으로 맑은 칼국수와 궁합이 맞는다. 겨울에는 메생이 굴국밥을, 더운 여름에는 순수 100% 국산 서리태로 만든 콩국수가 인기다. 40분 전에 예약하면 한약재를 넣어 갓 삶은 따끈따끈한 보쌈도 맛볼 수 있다. 

시의 원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가족 시집 출간에 대한 생각은 5년 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오느라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마침 셋째 언니의 환갑이 다가와 굳은 결심으로 뭉쳐 한 해 동안 모은 작품이 무려 133편에 이른다. 

특별하게 축시는 둘째·셋째 형부가 쓰고, 축사는 오남매의 막내이자 오랜 캐나다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한 조중연 씨가 썼다. 

그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 아니라 평소 언니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데, 언니들이 가끔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글들을 올리는 것을 보고 다들 시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카가 언니가 쓴 시를 SNS에 공유하곤 하는데 반응이 좋아 네 자매가 시집까지 발간하게 됐다”고 했다.

‘눈빛만 봐도 다 아는 사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떨어져 살지만 매년 몇 차례씩 함께 여행을 떠나고, 서로의 고민들을 가장 먼저 털어놓곤 한다. 네 자매 시의 출발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떨어져 있지만, 서로의 시를 읽으며 더 끈끈한 감정이 생겼다”며 “요즘에는 오남매를 소재로 한 연작시를 쓰고 있다”고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를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시를 좋아하고, 미술을 전공한 현희 씨는 항상 하얀 노트와 연필이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들떴다. 

그는 “영수증 뒷면에 그려놨던 스케치 그림을 모아 시집에 함께 실었다”며 “시집 출간 후 가게에 두고 손님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는데 시를 읽고 눈물이 났다는 손님도 있었고, 가족시집 출간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노모와 돌아가신 아버지, 각별한 마음 시에 담아


흔들려서 / 흔들려서 / 나날이 흔들려서 / 자꾸만 흔들려서 / 사는 건 / 흔들리는거 / 그리고 / 그 흔들림 흔드는거 / 나뭇잎 흔들어 / 빛 일구는 / 그 눈부신 반짝임을 위하여 / 제 몸 부대끼며 가는 수없는 그들을, / 무수한 삶을, / 그대들 삶의 / 어지러운 흔들림 속에서도 / 빛이 피던 걸      -시 「나뭇잎 흔들어 빛 일구는」  

‘나뭇잎 흔들어 빛 일구는’. 시집의 제목은 현희 씨의 작품에서 탄생했다. 오래 전 남편과 충남 청양 칠갑산에 여행을 갔을 때 유난히 반짝이던 나무를 보고 떠오른 단어를 후에 제목으로 쓴 시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최근 이들이 나선 광화문 촛불광장 속 ‘빛’의 의미를 담았다.

네 자매의 글에는 올해 92세가 된 어머니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담겨있다. 서울에서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셨던 현희 씨도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그는 "이제와서 아버지를 생각하면 삶을 제곱으로 사셨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 시대 아버지들은 누구나 그랬지만, 살아계셨으면 좋은 것, 맛있는 음식 대접하면 잘 해드렸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편찮으신 어머니는 만나고 헤어질 때면 늘 '꿈에 본 듯하다'고 말씀하신다 "고도 했다. 

외로운 타지 생활, “손님들도 똑같다”


대전과 서울을 거쳐 세종에 정착했다. 혼자 가게 운영부터 요리까지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외로움은 여전하다. 특히 수다도, 여행도 언니들과 함께해온 현희 씨는 세종에 오면서 외로움이 더 커졌다.

그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느끼지만, 세종시 사람들은 타지에서 이주해와 다들 외로움이 큰 것 같다”며 “문화생활도 아직 부족하고, 청년층이 적어 도시 곳곳의 좋은 공간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그림과 시를 엮은 화집 겸 시집을 출판하는 게 꿈이다. 단기적으로는 막내 남동생이 한국에 들어온 만큼 이번엔 네 자매가 아닌 ‘오남매’ 가족시집을 내는 것. 

그는 “막내 남동생이 쓴 축사를 읽고 글솜씨에 깜짝 놀랐다”며 “나이가 들면서 옛날이 자꾸 그리워지는데, 모두 건강하게 살면서 조만간 오남매 시집을 내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가게 한 쪽에 놓여 있는 장식장에는 현희 씨와 그의 딸이 만든 도자기 작품이 전시돼있다. 손재주가 좋아서인지 취미로 해온 도예 솜씨도 수준급이다. 향후 대학원을 졸업한 딸과 세종에서 작은 공방을 여는 것도 현희 씨의 또다른 꿈이다.

그는 “종종 시를 쓰지만, 요즘엔 나이를 먹으면서 세월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막내인 나도 그러는데 아흔이 넘은 어머니와 언니들은 어떨까 싶다. 다음 시집에는 더 그럴싸하게 오남매가 욕심 좀 부려볼까 한다”고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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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적응중 2017-03-22 14:56:17
보기 좋은 가족이네요. 식당도 이뻐 보입니다.

지나가다 2017-03-22 15:52:25
멋지십니다. 식당에 꼭 들러보고 싶네요. 응원합니다

선생 2017-03-22 16:11:57
제가 자주 가는 곳인데 깔금하고 맛있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오메 2017-03-22 20:41:57
맛나당 깔끔

노틀담 2017-03-22 20:42:46
자매의 시집이란 게 색다르네요. 저희 엄마도 이모나 고모랑 그런 거 하시겠다면 좋겠어요. 시집 이란 게 어쩌면 칼국수처럼 담백하면서도 깊은 느낌이라 더 인상깊어요. 어쨌거나 읽고 보니 칼국수 먹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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