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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노부터 30년의 여정, '조인혁 조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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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노부터 30년의 여정, '조인혁 조각전'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7.02.24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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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 특별기획전] 27일부터 한달 간 본사 5층 청암아트홀

 

이 여인의 몸이 아름다운가? 내 눈엔 지극히 아름답다. 각막을 통해 망막에 맺힌 여인의 몸은 카메라 렌즈가 포착한 것처럼 한순간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세월의 흔적을 통시적으로 담고 있는 몸이다. 사람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 읽힌다. 억지로 아름다움을 과장하지 않기 위해 표현을 절제했다. 섬세한 터치는 빛의 수용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1936년 무사시노(武野) 미술대학 한국 유학생이 빚은 얼굴 없는 여인의 조각상이다. 고(故) 가토 아키오(加藤 昭男) 교수가 “한국에 돌아가면 로댕(Auguste Rodin) 소리는 들을만하겠다”고 말했던 그 몸이다. 그 유학생은 조인혁(50)이다.


조인혁 조각전이 오는 27일부터 3월말까지 한 달여간 세종시 어진동 세종포스트 5층 청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무사시노 시절 탐닉했던 인체부터 조국의 산하, 자연과 생명, 장승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연대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한 게 특징이다.


작가의 창작연보에서 무사시노는 짧지만 중요한 연대기를 이룬다. 한국 조각의 최고봉인 고(故) 권진규가 이 대학 1회 졸업생이다. 그는 일본 여행을 갔다가 이 대학 도서관 로비에서 권진규의 석고 마두상을 봤다. 그가 무사시노로 유학을 떠난 이유다.


무사시노에서 그는 ‘인체의 맛’을 알았다. 기자가 ‘토르소’를 보고 글로 차마 옮길 수 없었던 시간의 연속성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근육과 지방으로 이뤄진 조각상에서 한 여자의 일생을 봤다면 과장일까? 그것은 나에게 있어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한 여인의 희로애락을 담은 생명의 몸이다. 보는 것만으로 맛을 알 수 있는 몸이다.


도쿄의 대표적 후원자 중 한 명인 긴자갤러리 히가시 무라 관장은 “내가 가장 기대하는 젊은 작가가 바로 조인혁”이라며 “그의 여성상을 보는 동안은 편안하고 안정된 조형력에 독특한 애감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국의 땅을 다시 밟으면서 작가는 우리역사에 눈을 돌렸다. 뜨겁게 끓고 있는 한국인의 피를 느꼈기 때문. 그래서 시작한 테마가 ‘역사의 땅’이다.


작가는 기차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볐다. 헨리 무어(Hennry Moore)가 차창 밖 어느 것 하나 간과하지 않기 위해 기차에서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 선조의 피가 깃든 조국의 산하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는 높이 솟은 산과 태연히 흐르는 대하,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을 조형화하기 시작했다.


‘역사의 땅’ 연작은 서서히 ‘생명이야기’로 옮겨갔다. 어느 날 바람에 날려 발아래 떨어진 단풍 씨앗이 모티프가 됐다. 그때부터 작가는 자연을 조형화하기 시작했다. 단풍 씨앗을 잘라보기도 하고 감자를 심어보기도 했다. 자연에 대한 재해석, 생명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었다.


최근 들어 작가는 ‘장승’의 조형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승에는 우리민족의 원초적 사고가 깃들어 있다. 옛 사람들은 그 속에서 실존적 가치를 발견하고 생명의 근원을 추구했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장승에 관심을 두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시골마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승의 얼굴을 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이채롭다.


그의 작품연보는 인체에서 조국의 산하로, 다시 자연과 생명에서 장승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표현방식도 구상에서 반구상으로, 다시 비구상으로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내용이 됐든 형태가 됐든 조인혁의 작품세계에서 일관된 맥락을 보지 못할 건 없다. 그것은 보편적인 휴머니즘이며 생명에 대한 모럴리스트적 외경이다.

 

*2월 17일까지 예정됐던 특별기획전 '북한유명작가전 - 강희정 컬렉션'은 24일까지 연장 전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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