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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케어 시대, 혈자리 지식소매상 '침돌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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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케어 시대, 혈자리 지식소매상 '침돌이 아빠'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2.0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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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돈산 최성진

미병치병(未病治病)이라는 말이 있다. 병이 되기 전에 다스린다는 뜻이다. 건강과 셀프케어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백세시대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청년들은 끝없는 경쟁의 굴레 속에서, 사회인들은 밥벌이를 이유로 각종 생활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수 십 년 간 노동으로 살아온 노인들, 은퇴를 앞둔 60대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에는 동양학의 진수인 주역에 입문해 생활통증을 주제로 경락경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있다. ‘침돌이 아빠’ 최성진(48) 씨다.    

초등학교 입학 전 간암 진단을 받은 아들과 12번의 항암치료. 그의 삶의 궤도가 바뀐 게 바로 이때였다. 지난 3일 보람동 세종문화센터 향뜨락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뱃 속 편한 삶과 셀프케어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금쪽같은 아들의 항암치료, 선택의 기로에 서다  

항암을 하면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이 겪는 고통이 있다. 구토와 체력저하다. 최 씨 역시 이제 막 8살 난 아들의 고통을 9개월 간 함께 겪었다.

그는 “3주 간격 정해진 사이클로 항암을 받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며 “체력이 있어야 독한 항암제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 밥을 먹였지만, 아버지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세숫대야를 받쳐주는 일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서양의술과 함께 침술과 간접 뜸인 소쿠리 뜸을 병행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는 “첫 번째 항암 후 혈자리 자극과 함께 뜸을 매일 해줬다”며 “다행히 두 번째 항암부터는 검을 봉지를 매달고서도 밥을 잘 먹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병원에서 아들은 ‘토하지 않는 아이’로 불렸다”고 했다.

그 때 그 아들은 현재 어엿한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혈자리를 잘 찾는다고 해서 ‘침돌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아빠의 하나뿐인 수제자가 됐다. “서양의술과 전통의술을 병행하는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나 현재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등에서는 통합의학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경락경혈 두 번째 책 발간… “생활통증 지식 공유하고파” 


마음에 병이 든 몸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던 15년 전, 최 씨는 한국홍역문화원 이전 이응국 선생을 만나 동양학을 배웠다. 우연히 접한 동양학 공부는 자연스럽게 전통의술로 옮겨갔다.

그는 “음양논리를 중시하는 동양학은 화(化)를 가장 중요시한다”며 “당시 일이 마음대로 안 되다 보니 뱃속 불편한 삶을 살았다. 힘든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역과 전통의술을 만나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5년 4월 그는 첫 책을 출간했고, 올해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심기일전으로 집필한 이 책은 현대인의 생활통증을 두통·어깨·허리·복부·무릎·발목·팔꿈치·손목 등 8곳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스릴 수 있는 혈자리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침돌이 아들과의 대화체 형식으로 친근감을 더했다. 

그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병은 조짐과 징조를 통해 오고, 이 징조가 바로 통증”이라며 “스스로 자신의 몸을 다스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알리고 싶다. 일반 사람들이 경락과 경혈을 친숙하고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쉽게 풀었다”고 했다.

현재 최 씨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세종문화센터 향뜨락 카페에서 경락경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jsochoi)를 통해서는 아들 침돌이와 함께 각종 생활통증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경원학당을 통해 충북 청주 오창에서도 매주 그의 강의를 만날 수 있다. 

그는 “급체 또는 두통이나 어깨 통증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구급혈 몇 곳만 알아도 대처하기 수월하다”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했을 때 엄지와 검지 사이의 합곡혈(合谷穴)을 지압하듯이 쉽게 쓸 수 있는 혈자리를 통해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치열한 경쟁사회, 늘어나는 어깨 통증… “나만의 기술 찾아야”

‘밥은 굶어도 속이 편해야 산다’는 옛 말이 있다. 충격적이거나 힘든 일이 닥치면 스트레스는 몸 속 오장육부로 직행한다. “장기가 응축되고 오래 누적되면 병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최 씨는 “젊은이들의 경우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건강하고 잘 나갈 때 안 좋은 씨가 생긴다. 화의 기운이 어깨를 넘어가면 중풍이라고 하는데, 이를 잡는 병풍혈을 알려줬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한정돼있다보니 경쟁이 극심한 탓”이라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어깨 통증은 뒷골을 타고 머리로 올라온다. 어깨는 곧 목 통증, 두통과 관련이 깊은 셈이다. 이때 쓰는 혈자리가 바로 완골혈(完骨穴)이다. 

그는 “완골혈의 ‘완’ 자는 둥글다는 뜻을 갖는다. 원석은 깎여야 가치가 커지는 만큼 인생 역시 그렇다”며 “경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도 있음을, 나만의 살아가는 기술 하나쯤은 가져야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험난한 지식소매상의 길, ‘뱃속 편하게 살자’ 모토


아내와 같은 병을 얻은 아들과 나아지지 않는 생계. 때로 ‘내 팔자는 왜 이럴까’ 삶이 곤욕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마음에 병이 든 몸으로 살아가는 힘든 시절을 극복하고, 경락경혈 지식 소매상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둔 현재 그는 손과 다리에 쓸 수 있는 생활통증과 관련된 후속 편을 이미 집필 중이다. 스스로 배우고 경험했던 노하우를 통증별로 나눠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최 씨는 “사실 노(老)와 사(死)는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병은 다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하는 일, 스토리텔링을 통해 경락경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이 항암치료를 견디고 퇴원한 직후부터 그는 8년째 아들과 함께 트래킹을 떠나고 있다. 매 번 찍어온 사진들은 그의 재산 목록 1호다. 

그는 “매 번 트래킹을 하며 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감하곤 한다”며 “아들이 ‘변화’를 말하는 동양학의 이치대로 철이 들었으면 한다. 철이 든다는 말의 진짜 뜻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이치와 변화를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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