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이겨내고 대통령 꿈꾸는 소녀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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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이겨내고 대통령 꿈꾸는 소녀의 ‘외침’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2.03 13: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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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치원여중 3학년 유수민

청소년 자살문제부터 교육현안, 부실한 한국 성교육과 왕따 문제까지. 자신들의 경험을 녹여낸 청소년들의 연설이 국회에 울려 퍼졌다.

지난달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청소년 연설대회에는 전국 청소년 90여 명이 참여, 이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16명이 본선을 치렀다.

조치원여중 3학년 유수민 양은 이날 첫 번째 순서로 연설을 마쳤다. 과거 겪었던 아동학대의 나쁜 기억을 연설로 속 시원히 털어놨다는 평을 받으며 국회의원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 용기도 용기지만, 이를 정책적인 문제로까지 연결 지어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졸업식을 앞둔 수민이를 만났다. 뜨거웠던 청소년 연설대전, 그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용기 내 꺼낸 ‘아동학대’ 주제, 본선 16인에 들다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청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수민이는 오히려 이를 기회삼아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가치를 선물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수민이는 “예선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눈물샘이 본선에서는 울컥하고 터졌다”고 했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겪었던 신체·정서학대는 이후 초등학교, 중학교로 이어져 트라우마로 작용해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수민이는 “학교생활 속에서 선생님이라는 존재 자체에 불신과 두려움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이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뉴스에 아동 학대 영상이 나올 때마다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났고, 시간이 흐른 뒤 닿은 가해 교사와의 연락으로 상처가 덧나기도 했다. 

그는 “어쩌면 이런 어려움들이 있었기에 스스로 극복하고 변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진 게 아닌가 싶다”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지만 막상 내 경험을 빗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해보니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딸의 아픔을 몰랐던 어머니는 예선 당일 딸의 상처를 처음 접했다. 수민 어머니는 “아이의 상처를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미어져 60세가 넘은 친정엄마와 함께 끊임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수민이는 “주변 사람들이 내 연설을 통해 아동학대라는 사회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시국 촛불집회가 국민들의 관심으로 빛나게 된 만큼 아동 문제 역시 국민들이 소리 높여야 해결될 일이다. 부모들은 까맣게 모른 채 상처받는 아이들이 지금도 존재할지 모른다”고 했다. 

아동 학대, CCTV 설치론 한계… “검증 시스템·처우개선 보완돼야”


이번 제7회 청소년 연설대전에는 30여 명의 전문 멘토들이 투입됐다. 1주일 동안 연설문 첨삭, 스피치, 작문 지도까지 모두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수민이는 한 달여 연설에 매진하면서 아동 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수민이는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경우 자격증 취득이 쉽고, 유치원의 경우도 인성과 적성, 실습 등 채용 시 더 철저한 검증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특히 기간제 교사를 줄이는 대신 엄격한 기준으로 정식 채용해 책임감을 높이고, 교사들의 처우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보육에만 힘쓸 수 있도록 노동환경과 고용을 안정시키는 반면, 교사 1인당 아동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

실제 정부는 2015년까지 교사 한 명당 법령이 정한 정원을 넘어서는 초과보육을 금지했지만 지나해부터는 '반별 정원 탄력 편성'이라는 명목으로 교사 1인당 연령별로 최소 1명에서 최대 3명까지 초과보육을 허용하고 있다.

수민이는 “실제 유치원을 방문해봤는데,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 수가 너무 적게 느껴졌다”며 “보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교사들에게도 지속적인 연수,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동학대 근절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2015년 도입된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에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수민이는 “초상권, 인권 침해라는 의견도 있지만 법정에서 아이들의 증언이 신빙성을 100%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법적 시시비비를 가릴 때 필요하다”며 “다만 CCTV 설치 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아동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세종시에 대한 걱정도 내놨다. 핀란드 등 선진국과는 달리 맞벌이 부모의 양육이 자유롭지 못한 사회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

“세종시 아동 학대 관련 사건들도 뉴스로 봐왔다”는 유 양은 특히 “세종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부족한 만큼 핀란드 등 선진국처럼 자유로운 보육환경을 보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무한한 청소년 발목 잡는 ‘학벌 중심 사회’?


이번 연설대전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진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표출됐다. 감옥 같이 느껴지는 학교에서 느끼는 자살 충동,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 성교육과 동성애에 대한 커밍아웃까지. 연설장은 놀람과 웃음, 감동으로 가득했다.

수민이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런 활동을 추천해주고 있지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목고나 국제고, 외고 학생들과 비교해 학업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해 두려움이 많다.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도전이 아닌 경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찍부터 학교 타이틀로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다보니 일반고 학생들이 학교 밖 도전을 포기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한다는 것. 

유 양은 “실제 활동을 해보면 경쟁보다는 나와 다른 관점, 생각들을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범한 학생들도 이기는 것이 아닌 도전에 의의를 두고 경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수민 어머니 역시 “이날 연설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른이지만 배운 점이 많았다”며 “전국대회가 아닌 세종시에서도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민이의 꿈은 엄중한 잣대와 객관성을 가진 ‘검사’다.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유능한 검사로 성장해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우리 시대가 소통이라는 말을 부르짖지만 실제는 형식적인 소통이 전부”라며 “진정한 소통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만큼 현재는 청소년, 대학생이 돼서는 청년, 성인이 돼서는 또 그 자리의 시선에서 세상과 공감하고 싶다. 모든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세상을 아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한 여중생의 용기 있는 외침이 수 십 명의 청중을 울렸다. 스스로의 아픔을 연설로 승화시킨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성장은 결국 학교 밖, 감춰둔 기억의 외침으로부터 시작됐다.
 
*유수민 양의 연설영상은 대한민국 청소년 연설대전 조직위원회 황은경 씨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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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7-02-03 10:19:05
짝짝짝~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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