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구의 위기에 예술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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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구의 위기에 예술이 답하다
  • 유현주
  • 승인 2017.01.2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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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주의 문학과 미술사이] 소설 ‘마션’과 ‘화성에서 온 메시지’전의 예술가들

우리는  진정 마션이길 원하는가?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The Martian)’은 2015년 10월에 개봉한 SF영화 ‘마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서바이벌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화성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가진 사람이든 안 가진 사람이든 새롭게 화성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영화가 스펙터클한 장면을 보여줬다면, 소설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화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담고 있으며, 한 인간이 낯선 행성에서 홀로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한 시나리오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화성인이 되는 것, 미래 지구와 직결된 문제

 


나사에서 보낸 화성탐사대의 아레스 3팀에 속한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마크 와트니는 기지 주변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모래폭풍에 부러진 안테나에 맞는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게 된다. 팀원들은 수트의 생명유지 장치가 오프라인이 된 것을 보고 마크가 죽은 것으로 오인해 행성을 떠나지만, 실제로는 마크를 찌른 파편과 흘러나온 피가 응고하여 수트의 압력을 보존해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이러한 기적적인 생존은 마크라는 인물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과학자로서 그리고 식물학자로서 갖고 있는 지식이 낯선 행성에서의 드라마틱한 생존을 가능하게 한 것임에 분명하다. 실로 영화에서 마크가 화성에서 감자를 심기 위해 물을 만들고 흙을 일구는 것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편으로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화성에서 물을 만들기 위해 수소와 산소를 만들어낸다. 화성의 대기는 95%가 이산화탄소인데,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만 분리하는 기계, 즉 산소발생기를 사용하여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크는 산소를 발생시킨 후 물을 만드는데, 이때 수소가 필요하자 화성상승우주선의 연료설비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낸다. 즉 그 우주선의 연료에서 하이드라진을 추출해 질소와 수소로 분리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열을 과학적으로 생성시키는데, 즉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를 이용해 전지를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과학지식이 있었기에 주인공이 지구와 전혀 다른 행성인 화성에서 지구와 같은 대지 조건을 만들고 감자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소설이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마크는 유일한 화성인 즉 마션(Martian)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통해 우리 자신이 화성인이 되는 것을 상상해 본다. 화성인이 되는 것, 그것은 미래의 우리 지구와 직결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지구를 화학자들과 함께 생각하는 전시 ‘화성에서 온 메시지’

 


필자는 이 소설을 통해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전시를 떠올렸다. 지구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화성으로 이주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화성이 유일한 대안이 되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 1월 23일 오픈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주최하고 필자가 기획한 전시 ‘화성에서 온 메시지’는 바로 기후변화를 주제로 이런 질문들을 풀어나가고자 한 전시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화학예술특별전으로 ‘화성에서 온 메시지’전은 지구의 당면 문제인 기후변화를 어떻게 과학과 예술이 답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과학은 과학적 기술과 같은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면, 예술은 예술 고유의 시적 언어로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한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한국화학연구원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세계적 화학 원천기술 개발 및 국가 사회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예컨대 이산화탄소를 저탄소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화성에서 온 메시지’전을 기획한 필자는, 이러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참여시킨 워크숍에 국내외 8인의 예술가들을 참여케 하고, 가상적으로 이들이 화성에 무대를 옮겨서 지구를 바라보도록 했다. 푸른 초원의 지구에서, 태양빛으로만 빛나는 붉은 화성으로 온 이 8인의 예술가들이 마션이 되고 싶은지, 혹은 마션이 되기보다는 병든 지구를 어떻게든 고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워크숍과 몇 개월간의 대화들은 다음과 같은 작업을 낳게 했다.

 


미국의 생태과학예술가 아비바 라마니(Aviva Rahmani)는 ‘Blued Trees Symphony’라는 작업에서, 지구의 해수면 상승 이후의 변화된 대륙을 묘사한 지도를 선보인다. 그 지도에는 여전히 서식지가 안정된 상태로 남은 장소들(Refugium)을 푸른 색 점으로 표시한다. 거대한 지도 앞에는 천정에 매달린 나무들이 푸른 색 옷을 입고 자연의 생명을 노래한다. 어디선가 새소리와 아름다운 자연의 음향들이 울려나온다.


아비바는 1990년대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예술 행동주의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2015년 미국의 송유관이 지나가는 특정 지역의 길에 있는 나무들마다 푸른 색 버터물감을 칠해 화석연료에 대한 반대 시위를 작업으로 선보이면서, 동시에 지구라는 오선지 위에 푸른 음표처럼 보이도록 전시한 바 있다.


또 다른 미국 작가 셔일 사프렌(Cheryl Safren)은 구리 위에 화학복합물로 그린 그림들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강하게 반응하는 생물종들이 산소에 의존하는 생물종을 제압하는 작품의 이미지들을 볼 때 우리는 생존에 몸부림치는 생물종들이 곧 우리의 미래임을 예측할 수 있다.


스위스 작가 마르쿠츠 베른리(Markuz Wernli)와 브라질 출신의 네덜란드 디자이너 사라 다허(Sarah Daher)의 작업 ‘Aquaforming’은 좀 더 적극적으로 화성과 지구의 연결을 생각하게 한다. 이들은 인간의 소변을 사용해 식물을 자라게 하는 생화학적 실험을 통해 물이 없는 화성에서도 생존하는 방식을 구상한다. 즉 인간과 박테리아와 식물들 사이의 대화 그리고 ‘지구화’가 아닌 ‘아쿠아포밍’ 방식을 관객과 함께 실현하고자 한다.

 


길현 작가의 작품 ‘자생화’는 인공적 화학물(요소Urea) 자체를 스스로 자라나고 꽃을 피워내는 자연으로 인식하는 작업이다. 생태적 성장의 원리가 화학의 유기물 속에서도 확인된다.


안가영 작가는 탄소에 대한 게임 작품인 ‘케미컬 댄스’를 통해, 새로운 물질을 탄생시키는 탄소에 깃든 아름다운 생명력을 보여준다. 화성에서도 이러한 생명의 출발이 탄소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김지수 작가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의 사막화 현상에 반대하는 ‘숨II’라는 작업을 선보인다. 사막을 녹지화 하는 이끼의 위력은, 지구 뿐 아니라 화성의 광활한 평원을 생명으로 덮을 수 있을 날을 기대하게 한다.


박형준 작가의 작업 ‘호흡, 지구와 몸’은 나의 신체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저기 북극에서 녹아내리는 거대한 빙하와의 관계성을 생각하게 한다. 기후변화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에너지원으로 작동하는 기구가 될 수 있음을 작가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를 과학의 도움으로 해결해 나가는 미래의 밝은 빛 한줄기를 이 전시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화성에서 온 메시지’를 지구에 전하는 이 전시에 많은 사람이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전시는 5월 31일까지 한국화학연구원 정문 옆 디딤돌플라자 1층의 스페이스C #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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