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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혼, 한글이 세계화 기본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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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혼, 한글이 세계화 기본돼야
  • 민병찬
  • 승인 2016.10.08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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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칠순 할머니의 세계화와 푸른 눈의 수행자

‘세상에서 영어가 제일 좋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에 소개된 76세 할머니의 이야기다.


길거리에서나 식당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할머니. 어렸을 적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한글 맞춤법도 잘 모른다는 할머니.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무작정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했단다. 벽면에는 온통 영어 단어와 한글 발음을 적은 쪽지들로 도배를 이루고 있었다. 단어 하나를 수십 번씩 읽고 쓰기를 반복하고 여기저기 보고 듣기로 배운 영어로 말한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공부는 물론 매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경제발전은 칠순 할머니에게도 세계화의 길에 무작정 발을 들여놓게 하였나 보다.


우리나라의 국제화는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70년대 미래 발전을 위한 발돋움으로 이공계 국비유학이 시작되었다. 이어 80년대에 시작된 초중고 조기유학을 포함한 해외 자비유학은 2000년대 초에 그 정점에 도달했다.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 위주의 유학에서 유럽과 일본으로, 이제는 중국과 남미, 북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목적으로 유학과 국제교류에 나서고 있다.


유학생의 숫자는 줄었지만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까지 한국 교육의 국제화를 향한 욕구는 식지 않고 있다. 이공계 위주로 시작된 해외유학이 이제는 예체능 등 다방면으로 확대됐다. 국제 감각을 익히고 입국한 이들이 국내에서 그들의 저력을 발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온 지구를 누비고 우수한 전자제품은 세계 각 나라의 집집마다 편리와 만족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소수 국가와의 무역과 교류를 통한 국제화를 넘어서, 이제는 전 세계와 함께 하는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 ‘푸른 눈의 수행자.’ 어느 일간지에 등장한 외국인 스님에 대한 기사 제목이다. 외국인 수행자에게 폐쇄적인 불교계에 실망스럽게 느끼며, 차제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성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 행자에게 한국어 1급 수준을 요구하여 수행에 고통을 더한다고 한다. 포용보다는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는 등 비현실적인 제도가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예술 및 문화 분야에서의 한국 선풍이 나은 ‘한류’라는 말이 이제는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류 바람이 너무 거세져서 방송시간까지 제한하기도 한다. 한류의 주역들 모두가 그 나라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 해서 바람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생각과 그 표현방법이 한국인은 물론 외국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므로 세계화의 일부로서 문화적 기류를 형성하게된 것이다. 국제화에는 교역을 위한 수단으로서 언어가 절대적일 수 있으나, 세계화 무대에서는 ‘정신문화’라는 내적 교감과 문화적 소통 수단이 더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연다.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준다. 이른 시간이면 가까운 곳까지 조깅을 한다.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프라이와 토스트로 테이블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다.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양복 차림으로 아파트를 나선다. 때로는 택시를 타지만 평상시에는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PC로 그날의 일정을 확인한다. 오전에는 팀 미팅과 결재문서마다 볼펜으로 사인하면서 바쁘다. 시원한 국밥 한 그릇으로 서둘러 점심을 먹고 블랙커피 한 잔으로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그룹웨어로 팀원 간 소통이 이뤄지며 모든 업무가 PC와 프린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찾아낸다.


귀가 후 식사를 하면서 TV를 본다. 뉴스와 드라마에는 외래어와 외국어 자막이 춤을 춘다. 소파에서 펼쳐보는 신문은 1면 제목부터 애매한 표현의 외래어가 눈을 아프게 한다. 갓난아이 방 벽면에는 알파벳이 먼저 자리를 버티고 있다. 외래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다. 순수한 우리말 표현이 되레 낯설고 뜻조차 모를 경우도 있다. 무심히 지나치면 외래어 홍수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잠시 동안의 힐링도 필요치 않겠나 싶다. 


모든 것이 전자화되고 자동화되어 일상에서 문서가 거의 필요치 않은 편리한 세상이다. 과거에는 그 흔하게 드나들던 동사무소를 남의 동네처럼 어설프게 찾아갔다. 두리번거리는 내 눈에 동사무소 간판은 없고 주민자치센터가 보였다. 경찰지서는 치안센터, 민원실은 민원센터, 심지어 경로당마저 실버센터라 한다. 실버시대, 실버타운, 실버산업 등의 외래어는, 노후에는 모두 외국인이 되는 것인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자동차를 위시하여 식품 등 모든 필수품에 외래어가 도배되어 있다. 일간 잡지나 유선 방송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건물에는 영문으로만 표기되어 있거나 영문 표기가 한글 표기보다 더 크게 적혀있다.


언어 역시 인간생활의 한 도구로서 환경의 변화나 시대에 따라 생성과 소멸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점점 좁아지는 지구촌의 세계화 속에서 외국어를 통한 국제적 소통과 문화교류는 갈수록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한국인의 일상적 대화와 문자 속에 한가한 외래어 표현의 범람은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잃게 만든다. 세계화란 의식이나 문화가 세계인을 대상으로 표현하고 교류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세계 수준으로 맞추고, 또 앞서 나아가는 것이다. 국제화나 세계화가 외국의 힘이나 문화만을 추구하거나 언어마저 표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정신, 우리의 혼과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퍼뜨리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일 것이다.


신토불이가 요즘의 국제화와 세계화를 위한 근본이다. 우리말에서, 한국인 정신과 자부심에서, 한국민족과 한국인의 혼이 계승되고 발전한다. 우리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 어디에서 그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미와 문화를 만들어낸다.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의 언어 시장이 아니라 모든 언어의 세계 내 존재로만 정당화된다.” 고은 시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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