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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야생동물 '로드킬', 고라니 월 30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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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야생동물 '로드킬', 고라니 월 30건 사망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6.08.0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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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금강과 천변, 공원 중심 출현 잇따라… 충돌 시 사고 위험 내재
소방서 출동 고라니 2위, 사체 치우기 급급한 현실... 공존방안 필요성

 


 

#1. 세종소방본부는 지난 6월 4일 오후 5시43분쯤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 울타리에 끼어있는 고라니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2. 현원규(41나성동)씨는 매일 오전 6시쯤 첫마을 인근으로 새벽 운동을 나가던 중 지난달 첫마을 아파트 단지 부근을 배회하는 고라니를 수차례 목격했다.


#3. 지난달 31일 저녁 종촌동 제천변에 고라니와 새끼 한 마리가 이곳을 지나던 한 주민에 의해 목격됐다. 생태특성상 물을 마시고 초목을 뜯어먹기 위해 이곳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신도시에 각종 인공 건축물이 속속 들어서는 것과 달리 미래 세대를 위한 야생동물과의 공존 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우려가 높다.  


이런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로드킬과 고라니의 도심 출현. 로드킬은 고라니, 노루, 황조롱이 등 야생동물들이 먹이와 이동을 위해 도로를 갑자기 횡단하다가 차량에 치여 죽는 것을 말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와 철책 등의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아 사체 치우기와 구조구급 활동 외에는 관계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라니 로드킬만 월 최대 30건… 소방서 출동건수, 개>고라니>고양이 順 


세종시에 따르면 로드킬 사망 사고는 월 최대 30건에 이른다.  주요 발생지역은 대로 양 옆에 산과 들을 두고 있는 국도 1호선(대전 반석~신도시~조치원읍)과 세종호수공원에서 청주 방향으로 나가는 국도 96호선, 호수공원 북측 국무총리실 앞 도로, 3생활권 수변공원 앞 도로 등지다.


간혹 개와 고양이, 조류 등도 출현한다고 하나 고라니 사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조치원읍에서도 도심지 출현 횟수가 늘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김모씨(37조치원읍)는 “신도시 건축물이 많이 생기면서 야생동물의 생태통로가 논과 밭이 상대적으로 많은 읍면지역으로 옮겨온 것 같다”며 “최근 들어 부쩍 고라니 등과 충돌하거나 목격하는 현장을 자주 보게 된다”고 전했다. 


사망과 포획을 포함한 소방서의 구조구급 순위에서도 고라니는 상위권에 올라있다. 올 상반기 구조출동 현황을 보면, 고라니는 개(81건)에 이어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44건)와 조류(16건), 뱀(8건) 등이 뒤를 이었다.


농가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멧돼지(3건)의 출현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너구리(3건)와 족제비(2건), 오리(2건), 부엉이올빼미(각 1건) 등도 일부 발견돼 사체를 처리하거나 구조구급됐다.





올 상반기 동물 구조, 조치원읍서 55건 최다… 신도시에선 한솔동 1위


지역별로는 조치원읍이 55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양이 구조가 약 40%를 차지했고 다음은 고라니였다. 장군면에서는 개와 고라니를 포함해 18건, 금남면에서는 개를 중심으로 16건이 집계됐다.


부강면은 개와 고양이, 고라니 순으로 15건, 연서면과 전동면이 13건(개와 고라니 다수)으로 후순위를 기록했다.


신도시에서는 한솔동이 고양이(9건)와 고라니(2건) 등 모두 16건, 어진동이 12건(개와 고라니 등), 종촌동이 8건(고라니와 조류)으로 주류를 이뤘다. 주민들의 야생동물 목격담이 수시로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국회(분원) 이전 예정지인 원수산과 전월산 앞 유보지, 중앙공원 사업 예정지에서도 고라니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전언이다.


사체 치우기 이상의 보존대책은 전무… 전국 지자체 해법 찾기 나선다


세종시에서도 전국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야생동물 사체 치우기가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인력은 한정됐는데 광역과 내부 도로가 적잖기 때문이다. 도로과와 환경정책과 사이에는 업무 범위를 둘러싼 이견도 존재한다. 
 
현재는 도로과가 사체 치우기를 도맡아 하고, 환경과는 야생동물 보호원(2명)과 포획단(30명)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생동물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와 보호 철망 구축은 미미하다. 고라니를 상징하는 주의 표지판 설치 정도가 눈에 띈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다양한 노력이 선행되기 보다는 신도시 개발논리가 자연생태계 공존 가치를 앞서고 있는 현주소다.


환경부 관계자는 “야생동물 현황과 보호방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행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며 “로드킬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대책도 현재로선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그래서 오는 16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지자체 담당자들과 이와 관련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전국적인 생태통로 모니터링을 주된 화제로 삼고, 로드킬 현황 등도 공유한다. 다만 이 자리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고 제시하며 실행에 옮기는 과정까지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미개발 지역이 많고 금강과 제천방축천 등 수변 시설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다 녹지율 50%를 지향하고 있는 신도시의 경우, ‘야생동물과 세종시민’간 불편한(?) 동거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민 현원규씨(나성동)는 “야생동물과 충돌 다발 지점이나 사고 구역은 따로 표지판 등을 설치하거나 생태통로 확보 대책 등을 추진하면 좋겠다”며 “충돌사고가 차량통행이 드문 야간에 주로 일어나지만, 뒤따르는 차량이 많을 경우 무의식적인 핸들꺾기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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