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충남대병원, 세종의원 운영은 종합병원 진출 꼼수?
상태바
충남대병원, 세종의원 운영은 종합병원 진출 꼼수?
  • 이희택
  • 승인 2016.05.25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원 3년차 형식적 진료 도마 위…민간의원 증가로만 ‘축소’ 이유 찾기 어려워

500병상 종합병원 개원 전까지 무대책…초심잃고 표류하는 충남대병원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이 ‘신도시 응급의료 공백 해소’라는 초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시민들은  2018년 상반기 세종 충남대병원(500병상도담동) 개원 전까지 '의료 원정의 역사'를 되풀이해야 하는 불편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달 18일 개원 3주년을 보낸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의 현주소다. 병원 측도, 세종시도 이 문제에 대해선 상호 인지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 없이 ‘축소’를 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3년 3월 ‘최상의 서비스로 의료공백 해소’를 내걸어


세종의원은 시민들에게 이렇게 약속하고 진료를 개시했다. 금남면 용포로 소재 옛 행복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24시간 응급진료팀을 중심으로 내과팀(심장소화기호흡기내분비류마티스신장), 외과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소아여성팀(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기타 진료팀(피부과비뇨기과가정의학과) 등의 운영을 공언했다.


교수급 전문의 10여명, 간호사의료기사 20여명 등 모두 30여명의 의료진을 배치하고, 10여개 병상도 구축했다. 최신 의료장비에다 대전 본원과 화상진료를 통한 협진시스템 구축도 검토했다.  내시경과 X-ray, 컴퓨터 단층활영장비(CT), 전자의무기록(EMR) 등의 장비도 마련했다. 


당시 조치원읍에 있는 서울대병원 수탁 세종시립의원은 북부권의 읍면지역을, 세종의원은 남부권인 동지역 의 수요 맞춤형 의료 구현을 표방했다. 세종의원은 정부세종청사 이전 공무원을 위한 의료 공백 해소 기능도 담았다. 적어도 작년 3월 개원 2주년까지는 그렇게 가는 듯 했다.


하지만 2015년 4월부터 외래진료는 가정의학과만 남겨뒀다. 외형상 9개 과목을 1개 과목으로 대폭 축소했다.


신도시 내 민간의원 급증 탓에 축소?


충남대병원은 과목 축소의 대표 사유로 ‘신도시 내 민간 의원 급증’을 들었다. 시 역시 그렇게 인지했다. 충대병원이 분석한 지난해 말 기준 외래환자수 변화 추이가 이를 보여준다.


2013년 3월 590명으로 출발, 다음달 1573명까지 늘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매년 하반기 정부세종청사 이전 시기와 맞물려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지난 2014년에는 2월(1438명)과 3월(1359명), 12월(1337명), 지난해에는 1월(1245명)에 가장 많은 환자가 세종의원을 찾았다.


응급환자 기준으로도 2014년 2월(657명)과 12월(678명), 2015년 2월(879명) 등의 수준을 유지하다 2105년 3월(1016명)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체적으로 꾸준한 환자수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그 사이 한솔동에 이어 도담종촌아름동이 새로운 주거지를 형성하면서 민간의원도 덩달아 급증했다. 시에 따르면 신도시에는 종촌동(18곳)과 나성동(11곳), 어진동(9곳), 아름동(8곳), 도담동(6곳), 고운동(4곳), 한솔동(3곳) 등에 모두 59곳이 들어섰다.


진료과목별로는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연합의원, 비뇨기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각 과별로 개인의원은 2곳부터 11곳까지 다양했다. 치과는 약 30곳, 한의원은 약 21곳으로 집계됐다.


자연스레 세종의원과 민간의원 간 진료과목 중복과 함께 경쟁관계가 형성됐다. 경쟁을 떠나 ‘초기 공공의료’ 성격의 세종의원이 민간의원의 정착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됐다. 세종의원도 변화의 바람을 거스르기 힘들었던 상황. 


당초 2016년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계획이 예비타당성 부족으로 2018년 상반기로 2년 지연된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 과정에서 “신도시 의원 수 증가가 세종의원 축소로 이어졌고, 김봉옥 충남대병원장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로 어려운 입장을 전했다.


진료과목 축소에도 환자수가 대폭 줄지 않는 이유 


지난해 4월 진료과목 축소 결정과 함께 환자수는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됐다. 감소세가 뚜렷했으나,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충남대병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외래환자수는 지난해 초 10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으나, 응급환자수는 오히려 5월(910명)과 9월(847명)에 급증했다.


주말 등 응급상황 발생시 세종의원을 찾는 인원이 꾸준하고, 충대병원이 시민들에게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민간의원보다 충대병원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급할 때 찾는 의원인 셈.


실체를 알고 돌아서는 시민들


하지만 응급상황에 세종의원을 방문해 본 시민들은 대체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가정의학과 교수 1명에 간호사 2명 등 빈약한 의료서비스 수준 때문이다. 또 치료는커녕 대전지역 병원으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부분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돌려보내고 있다. 진료 과목을 축소하기 이전에도 그랬던 현실이나, 현재 더욱 심각해졌다. 2014년 새롬중 화재 당시 연기를 들이마신 28명의 학생들이 세종의원을 거쳐 대전의 주요 대학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서도 시민들이 이와 유사한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시 보건소에는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세종의원을) 믿고 찾아갔더니 오히려 실망만 하고, 시간만 낭비했다"는 시각들이 많다. 올 들어서도 본지에만 2건의 제보성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 사이에선 불편하다는 등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8년 세종충남대병원 설립까지 남은 2년 ‘무대책’


시는 오는 29일 조치원읍 소재 충남대병원 수탁 세종시립의원의 문을 연다. 이곳은 읍면지역 고령층 의료수요를 감안한 ‘노인성 질환 전문 병원’을 추구한다. 올해에만 약 20억 원을 투입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많이 사는 읍면지역의 맞춤형 공공의료인 셈이다. 


하지만 신도시에서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2018년 500병상 규모의 세종충남대병원이 설립되기만을 물끄러미 바라봐야 한다. 이런 무대책 행태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의료서비스를 진행한 충남대병원의 의지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세종의원이 2018년 종합병원 사업을 따내기 위한 일시적 꼼수였다는 곱잖은 시각도 보이고 있다. 충남대병원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대전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8)씨는 “2018년 종합병원이 들어서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기분’으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실현할지 의문”이라며 “현재 있는 세종의원부터 정상화하는 게 진정성 있는 태도라 생각한다. 지금하지 않고 나중에 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성토했다.


29일 조치원읍 세종시립의원 재개장에 맞춰 만남을 예고한 이춘희 시장과 김봉옥 원장이 어떤 해법으로 접근할지 주목되는 현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