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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연구원들, "우리는 누가 돌봐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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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연구원들, "우리는 누가 돌봐주나요"
  • 한지혜
  • 승인 2016.04.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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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인터뷰] 이혜선 세종국책연구단지 노조협의회 의장



소통·개선 요청에도 ‘핑퐁’ 떠넘기기
열악한 대중교통, BRT 노선도 제외
정책적·전략적·정무적 관점으로 봐야



11개 국책기관과 약 4000여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외따로 떨어진 이곳에 “우리는 유령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참다못해 지난달 31일 이들은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환경과 정주여건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혜선(49·한국보건연구원 선임 행정원) 세종(국책)연구단지 노동조합협의회(이하 세종노협) 의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대중교통, 주차문제, 도로환경 등 열악한 정주여건에 대한 개선은 세종시, 행복청, LH, 세종경찰서까지 모든 기관이 연결돼 있다. 국무조정실에 가면 시청과 얘기하라며 퇴짜 맞고, 시청에 가면 부서끼리 ‘핑퐁 게임’ 하느라 바쁘다. 결국 행복청에 가면 LH에 문의해 보라고 하는데, 도대체 우리는 어디 가서 얘기해야 하느냐.”


이 의장은 지난 1월 관련 기관간 회의에 참석했다가 황당한 사실을 접했다. 올 7월부터 운행할 대전-세종 간 BRT노선에서 세종국책연구단지가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이미 지난해 10월 세종시, 대전시, 청주시, 행복청, LH 등 관계 기관이 모여 진행한 회의에서 수요부족과 추가 소요시간(5분)을 이유로 노선 제외가 결정됐다.


이 의장은 “자초지종을 물으니 세종시는 당시에 노선을 확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대전시에 사실관계를 요청하니 회의 다음날 행복청에서 낸 보도자료를 보여줬다”면서 “첨부된 위성사진에는 세종국책연구단지가 노선에서 제외돼 있었다. 세종시는 펄쩍 뛰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대전시 핑계만 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전에서 수요(부족)를 이유로 연구단지를 노선에서 제외시킬 때 시와 행복청은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현재 연구단지를 경유하는 버스는 215번(20분), 991번(50분) 2개 노선뿐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보니 실제로 고물(?) 중고차를 사는 젊은 연구원들도 생겼다.


이 의장은 “출장이 잦은 업무환경상 (KTX 등 열차를 타기 위해) 오송역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로는 2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했다. 결국 시간에 쫓겨 택시를 타게 되면 택시비(2만5000원)는 사비로 지출하게 된다.


자가차량이 있어도 문제다.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한 이중, 삼중 주차와 출입구의 기하 구조는 빈번한 접촉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그는 “출장차 외부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차장은 늘 꽉 차 있고, 법제연구원 쪽 임시주차장은 안내 표지판도 없어 매번 설명하기가 난감하다”고 했다.


이 의장은 ‘세종국책기관’, ‘국책연구단지’ 등 제각각인 도로 표지판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세종시청 도로과를 포함해 4개 부서가 모여 회의를 했고, 연구단지에서 다소 거리가 먼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은 ‘세종국책기관’으로, 연구단지와 가까운 거리는 ‘국책연구단지’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다는 것.


이 의장은 또 “캠코 측에 주차부지를 요구했지만 세종시와 행복청이 부지변경을 해주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차선책으로 현재 있는 야외주차장을 주차타워로 변경하려고 하는데 ‘클린세종’을 이유로 허가되지 않았다”고 했다. 인근 공원의 정자에서 보는 시야가 가려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출근길 좌회전 차량들로 꽉 막히는 입구 중앙화단 철거도 같은 이유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 의장은 “버스정류장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니 뜬금없이 500m 이상 떨어진 공원 앞에 정류장을 만들어 놨다”고 했다. 시민들도 함께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에서라는 게 그 배경이다.


그는 “연구단지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고 여성들이 많다”면서 “적어도 2, 3년은 지나야 아파트 입주가 끝나는데, 현재 시민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외진 곳에 정류장을 만들어 놓고 있던 정류장을 폐쇄하라는 건 행정편의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이 주차문제를 호소하자 LH는 일주일만에 중앙봉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해결을 부탁했더니 아예 주차를 못하게 막아 버렸다”고 했다.


이 의장은 또 “출퇴근 시간에는 통근버스가 서 있어 시야가 좁은데, 마침 그곳에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돼 있었다. 큰 접촉 사고가 난 이후 거치대 이전을 요청했지만 시 도로과에서는 ‘천천히 가면 된다’고 하더라. 두 번째 요청에는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최고 전문가인 교통연구원들이 바로 여기 있는데, 어떤 전문가에게 물어본다는 건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동일하게 세종으로 이주해 온 종사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소외되고 배제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어떤 행정기관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이 의장은 “세종시 분양 홍보물을 보면 ‘세종국책연구단지 입주’라는 문구가 꼭 들어가 있다. 이는 세종시 브랜드 네임을 높이는 데 영향력이 있다는 얘기”라면서 “인근 대전만 보더라도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연구단지의 이미지는 대전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정도가 됐다. 그런데 왜 세종국책연구단지를 정책적·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했다.


“우리의 문제는 세종시, 행복청, LH, 세종경찰서 등 모든 기관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 협의체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작년부터 목소리를 내온 만큼 보고용, 전시용 행정은 이제 그만 해 달라. 맘 놓고 주어진 일을 하고 싶고, 세종시민으로서도 잘 정착하고 싶다. 특히 세종시는 우리를 상대로 정책적이고, 전략적이고, 정무적인 관점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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