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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 주무관의 부채 청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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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 주무관의 부채 청산하기
  • 윤국열
  • 승인 2016.03.1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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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챙기기 | 부자 인생의 첫걸음


월급·신용카드로 연명 ‘악순환’…대출이자 등 빚 해소 관건
보험, ‘저축’ 아닌 ‘비용’…‘적절한 보장’이 가장 효율적
이자만 갚는 인생 ‘미래 無’…금융자산 처분 ‘내일의 희망’
부채 청산 위한 자신만의 ‘우선순위 리스트’ 작성 중요


:: 어렵게 지방 공무원이 된지 20여년이 훌쩍 지난 세월이 못내 아쉽다. 현재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언제나 활기차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인정 많은 ‘마당발’이다. 직장에서는 상사들에게 똑 부러지게 인정받는 건 물론 나이 차가 많은 후배들의 고민거리를 잘 들어주는 맏언니다. 부족할 것 없는 그에게 딱 한 가지 털어놓고 싶지 않은 속사정이 있다. 다름 아닌 대출 문제다.


집안에서는 장녀라는 묵직한 책임감이 늘 어깨를 짓누른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여러 동생들을 뒷바라지 한 탓에 돈 문제에 대해서는 늘 자신감이 없다. 달콤한 결혼생활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노처녀가 돼 버린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는 없다. 자랑스러운 공무원이 돼서 연로한 부모님을 돌보고 어린 동생들을 대학 공부시킨 뒤 시집 장가까지 보낸 효녀 ‘심청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거리일 것이다. 따뜻한 봄날이 다가오자 경치 좋은 곳에서 커피 한잔 하자며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표정이 꽤나 진지했다.


:: 오랜 세월 알고 지낸 터라 재무관리 전문가로서 도와주고 싶었다. 문제는 누적된 대출금이었다. 거액의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신용대출과 보험 약관대출로 인해 매월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느라 남모르는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매월 돌아오는 월급과 신용카드로 겨우 한 달을 버텨내고 있었다. 기존 부채를 정리하기는커녕 늘어나는 빚 때문에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선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고 했다. 부채에 시달리면서 월급으로 빚을 돌려막고 또 카드로 빚을 내는 악순환에서 무조건 탈출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금융자산부터 정리하자고 조언했다.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불입했던 얼마 되진 않지만 알토란같은 예금과 적금을 정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입한 보험 증권을 일일이 분석한 뒤 불필요한 보험부터 리모델링이 시급했다. 단기성 저축도 좋지만 대출원금과 이자에 대한 해결이 당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물론 해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재무목표에 있어서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보험은 힘들게 매월 불입하지만 해약을 할 경우 해지환급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지금까지 불입했던 총금액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특약과 담보내용이 잘 조합된 보험은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고 납입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끝까지 불입해야 한다.


잘못 가입된 불필요한 보험일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그는 주변사람을 도와줄 심정으로 불필요한 보험을 너무 많이 가입한 상황이었다. 혼자 사는 싱글로서는 실손 보험과 암, 뇌질환, 심장질환 같은 3대 주요 성인병만 보장받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필자에게 보여준 보험증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대부분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한 보험이었다. 가끔씩 정작 본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보험회사에게만 유리한 값비싼 보험증권도 눈에 띄었다.


사실 필요하지도 않은 담보와 특약으로 구성된 보험들만 잘 정리해도 각각 몇 백만 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분명한 건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비용이란 점이다. 특히 보장성 보험의 경우는 만기환급 시 되돌려 받는 금액이 노후준비 자금으로 쓴다거나 장기 저축성 자금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결국 보험의 본질은 보장을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자금으로 적절한 보장만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생각으로 월 급여 대비 상당부분을 저축이 아닌 비용인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건 결코 현명한 자세라고 할 수 없다.


그는 한참동안 필자가 조언한 솔루션을 듣고 있다가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자산이라는 게 대출 낀 아파트, 약간의 예·적금, 매월 빠져나가는 보험들이 고작이었다. 결국 얼마 되지 않은 금융자산을 당장 처분해서라도 빚을 갚아야 한다. 재무적 진단과 처방책도 없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만 갚는 인생을 산다면 정말로 미래가 없다. 당장 원금손실이라는 아쉬운 생각보다는 금융자산을 정리한 뒤 내일의 희망을 다시 꿈꾸는 게 중요하다.


::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32평짜리 아파트 시세는 2억3000만원이다. 하지만 학군도 좋고 병의원 시설도 가까운데다 대형마트도 인근에 있어 거주하기 좋은 환경이란다. 이사는 아예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며 손사래를 친다. 대출금 1억8000만원이 담보여서 팔아봤자 손에 쥐는 돈은 5000만원 남짓이다.


그런데 부동산에 물어보니 요즘 매매가 잘 안 되는데다 눈앞에 놓인 총선이 지나고 나면 올 가을쯤엔 가격이 상승할 거라며 집을 팔기가 무척 섭섭한 모양이다. 부채를 갚기 위해서 집을 팔기로 결심하면 이 역시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약 500만~1000만 원 정도 낮춰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급매로 내놓으면 얼마든지 살려고 하는 입주자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이었다. 엄청난 부채를 인정했지만 결국 거주환경이 좋은 그곳을 떠나기가 싫은 표정을 단번에 읽을 수가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주저하다가 매각 타이밍을 놓쳐 가격이 더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눈덩이처럼 커진 부채는 영영 해결한 기미가 없어지고 만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세가 더욱 떨어져 손해가 갈수록 커진다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당장 속이 쓰리더라도 마음을 독하게 먹고 현 시세보다 싸게 내놓고 팔아야 한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인근 다가구주택 전세나 월세로 현실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그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자산 리스트를 스스로 작성해보라고. 심지어 자동차도 청산을 할 자산이라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빚도 많은데 자동차 할부금까지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하다.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을 중고차로 팔고나면 그동안의 감가상각으로 손해가 막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비용도 줄이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충분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부채를 모두 갚은 후에 필요하다면 중고차를 마련해도 된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다.


지금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자산을 정리한 뒤 당장 부채를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신용카드도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또 다시 채무 문제로 심각해질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상환하고 현재의 생활수준을 믿고 돌려막기 하는 좋지 못한 습관을 끊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1장 정도가 가장 적당하고, 가급적이면 체크카드나 현금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물론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나 결국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하면 약보다 독이 된다. ‘선(先) 지출’이 아니라 ‘선 저축’이다. 힘들고 번거롭겠지만 지금까지의 익숙했던 삶의 순서를 바꿔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요약하면 카드사용만 줄여도 빚 문제는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채도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은 월수입으로 빚을 돌려 막는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빚은 결국 빚일 뿐이다.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빚을 내느냐 아니면 빚을 갚고 마음 편하게 살 것이냐는 결국 각자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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