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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재무 상담이 꼭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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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면 재무 상담이 꼭 필요한 이유
  • 윤국열
  • 승인 2016.03.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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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챙기기 | 빚 걱정 없는 행복한 우리집


가장 노릇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수저계급론’
아파트·은행예금만 믿고 투자하던 시대는 ‘끝’
‘퇴직쓰나미’ 앞서 명확한 ‘재무 설계’ 수립 要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설렘과 기대감에 찬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강의도중 느닷없이 50대 초반의 여직원이 자녀가 로스쿨에 재학 중인데 자신을 ‘금수저’라고 보는 시선에 화가 치밀어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미친 사교육비 때문에 행복한 은퇴를 위한 노후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강의 대목에서였다.


이야기인즉슨, 이 여직원의 자녀는 인근 국립대 로스쿨에 다니고 있지만 다행히도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고 있어 비싼 등록금을 적게 낼 수 있었단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수년간 취업한 회사에서 저축한 돈으로 그나마 학교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경제적 장벽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사법시험 준비생과 로스쿨 재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일간지에 보도된 실제 비용을 알아봤다.


법학 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현행법대로라면 사법시험은 2017년에 폐지된다. 1차 시험은 올해가 마지막이고,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치르는 2·3차 시험은 내년을 끝으로 종료된다. 다만 로스쿨 입학 전형의 투명성을 둘러싼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불거져 그동안 공정경쟁으로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한 사법시험을 존속시키자는 의견도 강해 실제 폐지 여부는 미지수다.


구체적으로 집이 없는 사시생들에게 필요한 생활비는 80만~100만 원 안팎이다. 월세 30만 원짜리 원룸을 구하고 한 달 식비 30만원, 독서실비 12~15만 원, 통신비 3~5만 원, 용돈 5~10만 원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학원비와 교재비가 추가된다. 과목별 기본강의인 민법(60만 원), 헌법(30만 원), 형법(40만 원)은 보통 1년 정도 청강해야 한다. 책값은 기본서를 사는데 초기 투자비가 30만 원가량 들고, 판례를 모아놓은 권당 3~5만 원짜리 판례집이나 모의고사집은 주기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25세에 졸업해 사시생 평균 합격나이인 30.6세까지 5년간 공부한다고 가정할 때 비용만 5000만 원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사시 준비기간이 늘어날수록 매년 1000만 원 정도가 증가하게 된다. 사시에서 합격자 비율이 극소수인 점을 감안하면 4년 대학등록금 수천만 원은 사실상 필수다. 일반 중산층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액수다.


로스쿨의 사정은 어떨까. 로스쿨생의 생활비도 사시생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문제는 모 사립대 로스쿨 기준으로 한 학기에 700만 원, 졸업까지 4000여만 원이 드는 학비다. 3년 만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7000만 원이 드는 셈이고, 대학교 4년 학비를 포함하면 총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사실 1억 원이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닐 것이고, 저축해서 모은 돈으로 학비를 보탠다고 해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家長) 노릇하기 힘든 세상이다. 20대에 직장을 구해도 30대에 결혼과 내 집 마련, 40~50대는 자녀교육비 마련, 60대는 자녀결혼과 노후까지 책임지려면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야 한다. 그러니 부모에게 물려받는 자산을 기준으로 ‘수저 계급론’이 이슈를 만든 것도 이런 현실이 아닐까 싶다.


우선 40~50대 중장년층의 빚 부담이 상당하다. 월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79만원으로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평균 근로자 월 급여 272만 원의 29%에 달한다. 결국 40대들은 매달 빚 갚는데 월급의 3분의 1 가까이를 쓴다는 얘기다. 40대는 30대에 받은 주택 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아 나가면서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는 신규대출을 통해 생활을 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집을 옮기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았다는 말이다.


50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출 월 상환액이 다소 줄어들지만 월 대출 상환액은 66만 원으로 월급 249만 원의 26.5%에 해당한다. 이는 주택자금 대출 외에도 자녀 학자금 대출 같은 단기 대출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부모 건강이나 경조사를 챙기다보니 생활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결국 40~50대 월 대출 상환액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은 평생 소비 없이 근근이 빚만 갚으며 살고 있다는 말이다.


새벽부터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다 보니 통장관리는 배우자에게 맡겨놓기 일쑤다. 주식과 펀드는 본인들의 투자성향으로 미뤄 볼 때 위험해서 투자를 꺼렸고, 부동산 역시 아파트 외에는 달리 투자하지 않았다고 털어 놓는다. 그렇다고 은행 예적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쥐꼬리 금리에 분통이 터질 일이나 어쩔 수없이 돈을 통장에 쌓아 놓을 수밖에 없다는 형편이란다.


행여 최근 많이 하락한 금(金) 투자나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 ELS투자에 관심을 가져본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투자하기는 두렵다며 한마디씩 거든다. 그래도 마땅한 투자방법이 없어 가슴 답답한 현실이지만 오늘 강의에 기대를 많이 걸어보고 싶단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 세계 금융 이해력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금융 이해력은 전 세계 143개 국가 가운데 77위로 나타났다. 미얀마(23위), 몽골(43위)은 물론 가봉(67위), 우간다(76위 )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물가와 금리, 위험분산 등 금융 기초개념을 묻는 질문에서는 33%만 겨우 기준을 통과했다. 한국 국민 3명 중 1명이 ‘금융문맹’이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산관리도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쏠림투자에 치우치는 경향이 높다. 일확천금을 노려 주식과 파생상품 같은 위험자산에 몽땅 털어넣든가 아니면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은행 예적금만 고집하기 일쑤다.


이날 재무관리 강의를 듣기 위해 일찌감치 모인 직원 대부분은 사학연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맞벌이 부부가 많았다는 점이고, 그동안 엉뚱한 투자로 인해 비싼 수업료를 내질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이 됐다.


하지만 자녀들의 로스쿨 진학을 비롯해 대학원 석박사 학위 취득, 해외유학 같은 늘어나는 교육비 때문에 늘 걱정이란다. 게다가 수년 안에 치러야 할 자녀들의 결혼비용과 치솟는 전세자금 마련이라는 남은 부모 책임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임금피크제 협상 타결로 정년 전까지 수 년간은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가정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은 늘고 있어 고민이 많단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물어보면 재무상담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본 경험들이 비교적 적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담이라고 해봤자 주거래 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권 창구에서 틀에 박힌 상담이 고작이다. 각 가정에 맞는 재무상황이나 투자목표에 맞는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금융상품 세일즈에만 혈안이 된 현실이 씁쓸하다.


100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퇴직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에 재무상담을 통해 목표와 우선순위를 미리 점검 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자산가격 폭락이라는 제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고 해도 ‘빚 걱정 없는 행복한 우리 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깃발을 달고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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