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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름 값, 소비자만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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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름 값, 소비자만 봉인가
  • 장중식
  • 승인 2016.02.02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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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돋보기 | 국제유가 폭락해도, 국내유가 하락폭 '찔끔'


판매가격 관계없이 부과되는 이상한(?) 유류세


사상초유의 한파가 몰아친 1월, 한국은 ‘겨울왕국’ 그 자체였다. 제트기류 이상 등 지구촌 기후환경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었지만, 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사람들의 사정은 ‘빈익빈 부익부’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력수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했고, 유류사용 또한 그에 비례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국내 유가가 내렸다는 소식이었다. 한 때 휘발유 기준으로 리터당 1800원대를 넘나들던 몇 해 전과 비교해 본다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하지만 최근 들어 유가에 대한 의문점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왜 국내에 공급되는 기름값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것일까 .


우리가 자동차에 넣는 연료용 기름 값은 크게 수입가격(원가)과 정제비용, 그리고 정부의 세금(준조세 포함)에 정유사 및 주유소 마진이라는 합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휘발유 1리터당 가격을 따져보면 이해가 쉽다.


리터당 1380원에 판매되는 휘발유의 경우, 정유사 공급가격이 428원(31%)인데 반해 세금이 871.8원(63%)에 이른다. 여기에 유통마진이 80.4원으로 소비자가격 대비 6%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휘발유 가격의 60% 이상이 세금으로 책정된다는 얘기다. 경유 또한 마찬가지다.


리터당 1150.7원인 경유는 전체금액의 55%인 633.8원이 세금이다. 유통마진(136.2원)이 휘발유보다 조금 높을 뿐, 정부 세금은 휘발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제유가가 아무리 낮아져도 세금부분을 조정하지 않는 한,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유사나 주유소 마진은 최소한의 유지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이하로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문제는 세금이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국제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내려 1배럴 당 30달러(1리터 228.51원)가 되고,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을 낮게 잡아 세전공급가격 280원, 유통마진을 110원으로 줄여도 경유 소비자가격은 1리터에 1010.63원(교통세 등 정액세 528.75원, 부가세 91.88원)으로 책정된다. 소비자 가격은 절대 세자릿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국제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값이 덜 내린 것은 판매가격에 관계없이 일정한 액수가 부과되는 유류세(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2011년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을 비교해 보자. 1리터당 1938원 가량으로 높았던 2011년 12월 셋째 주 휘발유 값의 경우, 소비자 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48%였지만, 1814.6원으로 내린 경우에는 세금비중이 50.2%로 절반을 넘었다.


 또 다시 리터당 소비자 가격이 1512.3원으로 떨어졌을 때도 세금비중만 58.4%로 높아졌다. 역설적이게도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국내 소비자들의 유류세 부담 비중은 더욱 커진다.


장황한 이야기나 경제논리는 접어두자. 국제 유가가 치솟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름 값을 올려 받고, 내려갈 때는 찔끔찔끔 내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라살림을 꾸리기 위해 밑천이 필요하다는 점은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여유가 있을 때 모아 두었다가 여유가 없을 때 풀어 줄 수 있는 매뉴얼은 없는 지 되묻고 싶다.


현재 유가구조는 마치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의 예대금리 적용과 흡사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득달같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기준금리를 내리면 ‘세월아 네월아’식으로 금리를 찔끔거리며 내리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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