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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타 잃은 ‘성남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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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타 잃은 ‘성남고등학교’
  • 안성원
  • 승인 2015.12.2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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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세종시 유일사학 갈 길은?


대성학원 이사진 사퇴…관선이사 파견계획
재단, 지난해 법정부담금 ‘달랑’ 500만원 납부
교직원 채용 비리 여파, 학생들 “학교 못 믿겠다”


세종시의 유일한 사립학교인 성남고등학교가 잇따른 악재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교의 특성 분야인 예술계열 폐지 논란으로 시끄럽더니 올해는 학교법인 대성학원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교직원 채용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으며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정황이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고, 산하 5개 학교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성남고 역시 교장과 2명(문제유출, 부정채용)의 교사 등 3명이 연루됐다. 아이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마주해야만 했다.


검찰은 대성학원 이사장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2000만 원을, 채용비리를 주도한 상임이사 부부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구형하고 2억 4200만원씩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또 채용을 전제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부정 채용 된 23명도 징역 8월~2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이사진 8명은 전원 자진사퇴했다. 사실상 학교의 운영기능을 상실한 상태.


앞서 세종시교육청은 비리에 연루된 성남고 교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대성학원 이사회는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과 1개월의 경징계만 내려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난을 샀다. 세종시교육청은 다시 중징계처분할 것을 요청했고. 이사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징계수위 재논의가 유예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쥐꼬리 법정부담금(교직원 건강보험료, 사학연금 등)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해 대성학원이 납부
해야 할 법정부담금 2억 1700만 원 중 부담한 금액은 500만 원(2.3%)에 불과하다. 2013년에도 1000만 원
(5.6%)에 그쳤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부담한 금액은 달랑 2200만 원이 전부. 이는 전국 평균(19.5%)에도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매년 증가(▲2012년 20억 4000만 원 ▲2013년 29억 2000만 원 ▲2014년 33억 6000만 원 ▲2015년 36억 6000만 원)하는 교육청의 지원예산을 무색케 만든다.


대성학원이 산하 자립형사립고인 대성고의 운영예산을 충당하다 보니 세종에 홀로 있는 성남고는 뒷전에 제쳐 놓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세종시의회를 격분케 했다. 대성학원에서 홀대받고 있는 성남고를 세종시민의 혈세로 거둬 먹이고 있다는 뒷말이 흘러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사학의 고질적인 ‘고인 물’ 현상도 개선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직원이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하면 풍부한 경력과 지역의 특성에 밝은 장점이 있지만, 경직되고 권력화 되는 조직문화, 교직원의 매너리즘 등의 단점도 따라오기 마련. 예술계가 강점인 성남고의 경우 특정교사가 학과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단점이 더 크게 부각된다. 실제 이런 부분에 실망감을 느끼고 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고가 이런 위협적인 요인들과 직면하고 있지만 학교법인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일단 법적 절차상 이사회의 공백기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대성학원의 관할 기관인 대전시교육청이 16명의 관선이사 후보를 올리면 오는 28일 열리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8명의 이사를 선임, 임시이사회를 구성해 대성학원을 운영하게 된다.


임시 이사회의 임기는 2년이다. 이 기간 동안 대성학원과 성남고가 얼마나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임시 이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행정이 대전시교육청 관할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홀로 세종에 있는 ‘성남고 소외론’을 또다시 부채질하고 있다.


과오를 씻고 지역의 명문사학으로 거듭나야 할 성남고. 이제는 열린 자세로 지역교육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성남고 현장 | 교원채용비리 후폭풍


학생들, 자조
비린내 나는 학교”


‘비리연루 학교’라는 폭풍이 지나간 성남고의 학교 안 표정은 어떨까?


학교 측이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까닭에, 하굣길에서 학생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담담했다.


다만 믿었던 선생님의 도덕적 일탈과 실추된 학교 이미지로받은 충격은 좀처럼 잊기 어려워 보였다. ‘명문비리학교’, ‘비린내 나는 학교’ 등의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돌고 있다 한다.


A군(고1)은 “다른 학교 학생들한테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 같다”며 “학교 안에서도 수학여행비를 내고도 나쁜 데 쓰이는 것 아니냐고 우리끼리 걱정도 하고, (비리 연루 교사가) 누군지 모를 때는 저 선생님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B양(고3)은 “선생님은 아무 일 없는 듯 똑같이 대해주시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면 그런 것(비리) 아니라며 숨기셨다.


‘내 학교’라는 느낌이 없어진 것 같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학부모들 역시 속상한 건 마찬가지다. 학교 이미지뿐 아니라 수업 분위기에 대한 불만도 호소한다. 예술계 여학생을 둔 학부모 C씨는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도 특성화 교육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사립이다 보니 오래된 교사가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부당 채용된 교사가 현장
에서는 더 열심히 했다. 아이들도 그 교사가 그만둔 뒤 많이흔들리고 있다. 우리 아이도 실망해 전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원 기자 asw79@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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