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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반찬가게 "20대 손맛도 제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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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반찬가게 "20대 손맛도 제법이죠?"
  • 한지혜
  • 승인 2015.11.16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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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세종을 꿈꾸다’ ② 아름동 ‘햇빛찬’ 서민지(26)씨

 

20만 번째 세종시민이 지난 9월 18일 탄생했다. '31.8세’의 평균연령, 아동인구 비율 23.14%. 20만 인구 세종시가 ‘젊은 도시’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30년, 세종시는 인구 80만 명의 자족도시를 꿈꾸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과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권’활성화가 필수적이고, 특히 젊은 층이 두터운 도시일수록 상권은 더 다양하고 새로워야한다. 

요즘 세종시에도 청년 창업가들이 속속 눈에 띠고 있다. 그들은 시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고 시장 다양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세종시의 ‘젊은 도시’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중이다.

본보는 세종시에서 창업해 터를 잡은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보려 한다. 그들의 세종시 ‘창업 정착기’를 통해 정말 이 곳이 청년들에게 꿈의 도시인지, 도전해 볼 만한 땅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도담동 ‘통통과일’ 통통아저씨 최성진(33)씨

② 아름동 햇빛찬 서민지(26)씨



빨간 간판,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유리창 너머로 앳된 20대 여성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가게 오른쪽에는 카페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쇼케이스에 수제청이 가득했다. 반찬가게 ‘햇빛찬’ 사장 서민지(26)씨. 특유의 억양을 듣자하니 그녀가 이 지역 태생이 아님을 직감했다.

 

“계속 대구에 살다가 세종시로 가족이 다함께 옮겨왔어요. 처음부터 목표가 ‘창업’이었기에 신도시를 선택한거죠. ‘허허벌판’일 때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상권 분석부터 시작해 인테리어 공사까지 딱 1년이 걸렸어요.”

 

가게 벽면에는 한식, 양식, 제과제빵,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걸려있다. 물론 자격증의 주인공은 민지 씨다.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전공했고, 대학교도 요리 관련 학과를 나왔어요. 졸업 후에는 호텔 메인 주방,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경력도 쌓았고요. 요리는 정말로 적성에 딱 맞은 일이다 싶어요.

 

신도시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하다보니 ‘반찬’이 떠올랐어요. 세종시는 젊은 엄마들도 많은 만큼 아이들도 어리죠. 가족 수가 적다보니 사 먹는 게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 내가 젊은 만큼 그들의 취향을 잘 맞출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갑자기 손님이 많아졌다. 대부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엄마들이다. 계산대에 선 손님이 민지 씨를 향해 물었다. “직접 만드시는 거에요?” 그녀에겐 다소 곤혹스런 질문이다.

 

“가끔 어려보이는 나를 보고 직접 요리를 하는지, 어디서 떼 오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분들이 많아요. 어린 사람이 반찬을 만든다고 뭘 알겠냐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마른반찬이나 김치류는 어머니가 일부 도와주시고 나물을 포함한 나머지 반찬들은 다 제가 직접 만들고 있어요.”

 

그녀는 나이가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 요리 경력이 8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은 ‘어머니 손맛’을 떠올리며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가 만드는 반찬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민지 씨가 급하게 화제를 돌린다.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가짓수는 줄이고,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기본반찬은 마른반찬, 젓갈, 장아찌류로 나뉘는데, 장아찌는 제철에 대량으로 담가서 꾸준히 판매하죠. 메뉴는 크게 메인반찬, 세컨드반찬, 나물반찬, 국으로 준비한고요. 죽순, 마늘쫑, 매실 등 제철이 지나면 억세져서 사용을 못하는 재료들은 밤을 새서라도 일주일 안에 다 담가야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가게에서 쪽잠을 잘 때도 많아요.”

 

민지 씨는 새로운 반찬을 개발하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공부한다. 주말에는 시장도 가고 제철재료도 살핀다. 요즘 제철음식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다 알 수 있지만 ‘이제 나오는 구나’, ‘이게 맛있을 때다’라는 건 현장에 가서 직접 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전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시선이 자연스럽게 진열대 위에 멈춰 섰다. 투명용기에 깔끔하게 포장된 반찬들이 줄지어 있다.

 

“‘건강한 식탁’이 원칙이에요. 시장가면 반찬이 4팩에 만 원인데, 여기는 기본 가격이 3000원이냐고 항의하는 분들도 계세요. 사실 조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요. 우리 가게는 참기름, 들기름도 다 국내산으로 영월에서 짜오고, 조미료도 일체 사용하지 않는 등 원재료에 엄청 신경을 쓰거든요. 고기도 그냥 구울 수 있지만 전날 키위 배, 양파 등을 갈아 재워둬요. 진부한 얘기지만 느리게 음식을 만들어야 몸에도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러 반찬들 중에 눈에 띠는 게 있다. 바로 생선구이다.

 

“가게는 닥트시설과 화력이 좋다보니 생선 굽기에 좋죠. 아파트에 사는 젊은 엄마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선구이를 반찬으로 내놨더니 정말 인기가 많아요. 처음엔 고등어로 시작했는데 구워서 내놓자마자 없어질 정도였죠. 그래서 지금은 가자미, 갈치도 구워요. 요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오셔서 사가세요. 나물도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고요. 국내산 참기름을 사용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수줍은 미소에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스물 여섯, 반찬가게 사장님이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일까.

 

“손님들이 맛있다고 지인을 데려올 때, 또 그분들이 단골이 되어 같이 오실 때 기분이 제일 죠. 우리 가게에서 단골손님들이 ‘어? 어?’ 하면서 우연히 만나는 모습을 볼 때도 즐겁구요. 그래도 역시 손님이 ‘믿고 먹는다’는 말을 해주실 때, 그때가 가장 보람있고 뿌듯한 순간이에요.”

 

민지 씨는 세종시에서 계속 사업을 꾸려나갈 생각이다. 이미 이루고 싶은 목표도 세웠다.

 

“손님들을 위한 주차장이 딸린 더 넓은 가게를 얻고 싶어요. 반찬창고를 만들어 제철 재료가 나올 때 많이 만들어 저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앞으로 과일청은 온라인마켓을 통해 전국적으로 판매망을 넓힐 예정이고, 지금은 카카오스토리로 매일 반찬 업데이트를 알리고 있지만 따로 홈페이지도 만들 생각이고, 할 일이 참 많아요.”

 

민지 씨는 어떤 반찬가게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오래도록 사랑받는 반찬가게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도전의 연속이었던 지난 1년 동안의 세종시 생활에 대해 물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가게도, 저도 한 살씩 나이를 먹었네요. 1년 전보다 세종시 인구도, 새로운 손님들도 많아졌어요. 세종시에 와서 창업한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이 많았죠. 하지만 젊기에 도전할 수 있고, 또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젊음’이란 걸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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