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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다섯 번째 개인전 'revita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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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다섯 번째 개인전 'revitalize'
  • 이충건
  • 승인 2015.09.2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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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색의 연금술적 조합
상상과 현실의 초현실주의적 결합
‘갤러리 웃다’에서 9월 30일까지

지금으로부터 92년 전, 프랑스 작가 앙드레 브르통이 <초현실주의(surrealism) 선언>을 발표했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꿈의 세계를 지향하는 20세기의 문예사조다.

브르통의 소설 <나쟈(Nadja)>는 러시아어로 ‘방랑하는 영혼’을 뜻한다. 나쟈는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나쟈는 파리의 곳곳을 정처 없이 떠돌며 화자를 현실과 상상이 결합된 세계로 인도한다. 마치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처럼.

살바도르 달리가 초현실주의에 ‘편집증적 비평’이란 방법론을 제공한 것처럼 나쟈의 눈에 비친 세상은 지극히 편집증적이다. 편집증적 망상에는 일관된 주제와 체계가 있다. 이는 편집증을 정신분열과 변별 짓는 특징이다. 그래서 편집증적 망상에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없다.


화가 정미경의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 캔버스에 옮겨진 편집증적 망상을 읽는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일관된 선들의 구성적 배치는 전형적인 편집증적 망상을 보여준다. 우연인 듯, 혹은 약속된 것인 듯 선들의 관계는 자유분방하지만 의도된 것처럼 보인다. 무의식적으로 반복된 비정형이지만 체계적이다. 

그렇게 화폭에는 브르통의 소설에서처럼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가 몽환적 상상력으로 투시한 세상이 나타난다. 선과 색의 연금술적 조합에 의해 형상화된 현실과 상상의 합일이다. 합리주의가 우리로 하여금 잊도록 강요한 신화적 사유체계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이다.


작가는 이 세상을 ‘revitalize(다시 생명을 불어넣다)’라고 불렀다. ‘again(다시)’을 의미하는‘re~’는 소멸했다 생성하고 생성했다 소멸하는 생명의 순환구조를 내포한다. 

소설 <나쟈>에 삽입된 마지막 삽화는 물과 불의 상징적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해 잉태되는 생명의 순환구조를 암시한다. 현실과 상상이 합일을 이루는 초현실주의적 세계관이다.

정미경 개인전 <revitalize>는 지난 17일 개막했으며 오는 30일까지 14일간 ‘갤러리 웃다’(대전 서구 둔산동 2106)에서 계속된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문의 ☎070-8263-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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