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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그 이상의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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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그 이상의 리얼리즘
  • 이충건
  • 승인 2015.09.0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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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21C 하이퍼리얼리즘 : 숨쉬다’


 9월4일~12월20일 대전시립미술관

 

뼈만 앙상한 노부가 한 남자의 무릎 위에 축 늘어져있다. 죽음이 멈춰선 순간이다. 작가는 바로 그 고요한 침묵을 포착했다. 단발마의 고통, 찰나의 순간이다. 그 속에서 죽은 사람도 사자(死者)를 배웅하는 산 사람도 초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모마리아가 ‘피에타!’(자비를 베푸소서)를 외치며 상실의 고통을 인내하는 그 순간과 다르지 않다.

 

작품명은 <Still Life>. ‘피에타(Pieta)’란 부제가 붙어있다. 실리콘, 섬유유리, 수지, 탄산칼슘을 재료로 머리카락 한 올, 피부 속 혈관까지 재현하는 호주 출신 샘 징크스(Sam Jinks)의 작품이다. 정물(靜物)로 번역되어지는 ‘스틸 라이프’의 ‘스틸’은 고요, 침묵을 의미한다.

 

생명을 가졌으나 지금은 없어진 상태, 혹은 처음부터 생명이 없는 사물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은 지극히 사실적인 정물화의 그것이다. 정물이 된 죽음은 곧 무(無)의 상태다. 극도의 사실주의적 묘사, 그 앞에서 어떤 이는 작품이 보여주는 그대로의 무감정에, 어떤 이는 잔혹할 정도의 큰 고통에 빠지고 만다.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1960년대 후반부터 뉴욕과 독일 등에서 일어난 새로운 사조다. 실물이나 사진을 매개로 눈으로 보는 시각의 한계를 넘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현실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리얼리즘 이상의 리얼리즘’ 혹은 ‘슈퍼리얼리즘’이라고도 부른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9월 4일부터 12월 20일까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세계적 거장들을 만나볼 수 있는 가을특별전을 연다. <21C 하이퍼리얼리즘 : 숨쉬다>전(展).

 

대전시립미술관 김민기 학예연구사는 “회화와 조각이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사라진 영혼에 대한 경이와 숭고를 상기시킨다는 의미에서 부제를 ‘숨쉬다’로 정했다”고 말했다.

 

1섹션 ‘대중과 숨쉬다’는 1960년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팝아트의 현장성과 일상성을 뛰어 넘는 극사실의 새로운 시도가 태동하는 시기다. 현실을 보다 더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확대하고 신기술을 확장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세르비아 태생의 미국인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했으며, 가장 혁신적인 조각가가 된 마크 시잔(Marc Sijan), 현실을 닮아 있는 만화의 세상에 주목한 프랑수아 샤르티에(Franois Chartier), 피큐어 마니아 사이에서 유명한 아담 빈(Adam Beane), 관음증적 시선으로 미국문화를 풍자하는 마크 데니(Marc Dennis)가 그들이다.

 

2섹션 ‘현실과 숨쉬다’는 사진 기술에 의존했던 초기의 하이퍼리즘을 넘어 회화만의 고유한 매체성에 주목한 작가들이 꾸민다.

 

샘 징크스를 비롯해 인간의 분절된 자아에 침착하는 로빈 일리(Robin Eley),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조각, 물속에 작품을 설치하는 조각가로 유명한 캐롤 퓨어맨(Carole A. Feuerman), 무채색의 극사실로 인간 내면의 심리적 상태를 극대화하는 디에고 파지오(Diego Fazio), 개인적으로 채집한 이미지를 통해 집단 무의식을 탐구하는 마르타 펜테르(Marta Penter),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한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제프 바텔(Jeff Bartels).

 

3섹션은 ‘이상과 숨쉬다’를 테마로 했다. 20세기 후반, 사진으로 파악할 수 없는 실제성을 세기말적 사고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회화의 표현력이 한층 정교해졌다.

 

엘로이 라마로(Eloy Morales Ramiro)의 자화상에서는 자신이 겪은 냉혹한 진실을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분노가 읽힌다. 이밖에 크리스토퍼 화이트(Christopher David White), 샘 리치(Sam Leach), 후안 포드(Juan Ford), 파블로 루이즈(Pablo Ruiz)에게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성인 1만원, (대)학생 8000원 ☎(042)602-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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