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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됐던 다수의 발언권 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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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됐던 다수의 발언권 세져”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4.12.12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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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언론이 의제화 않으면 묵살되던 시대 끝
개인이 문제 제기하고 공감하고 확산시켜
‘집단 지성’ 자정기능 작동해 규제 무의미

세종시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세종시닷컴’ ‘세종맘카페’의 최근 핫이슈는 종촌 유·초·중·고등학교의 교명 확정이다. 시민들은 이들 커뮤니티를 통해 교명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시의회, 시교육청에 항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교명 확정에 대한 정보 제공은 한 커뮤니티 회원에 의해 이뤄졌다. 언론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안이지만 반향은 의외로 컸다. 여러 회원을 거치면서 왜, 어떻게 이름이 바뀌었는지 과정도 낱낱이 밝혀졌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공동 취재가 이뤄진 셈이다. 법정동에서 따온 학교명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면서 동명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렇듯 세종시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장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서로의 의견이 충돌하고 다수가 옳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해 간다. 분명 언론은 아닌데 일정 부분 언론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경계가 무의미한 인터넷의 바다에서 ‘세종시’란 지역적 범주 안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는 다른 도시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다.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봤다.

세종시에서 유독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인터넷 이용률이 고소득층, 고학력자일수록 높은 측면이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 기존 원주민보다는 새로 입주해온 분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사회적 발언권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 아닌가 싶다. 세종시라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언론의 역할까지 한다. 이런 현상이 일반적인가.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에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당장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시대흐름 속에는 미래가치란 게 있다. 이런 커뮤니티 활동이 미래가치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 인터넷 시대, 나아가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는 모든 개인이 언론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 했다. 어디서나 접속하는 시대이고 촬영해서 올리면 연결망을 통해 곧장 퍼지는 시대다. 길을 가다 돌출적인 현상이 보이면 찍고 ‘대박’이라고 써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사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진 것 아닌가.

“2000년에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표방한 <오마이뉴스>의 영향이 컸다. 4대 매체(TV, 신문, 라디오, 잡지) 시대에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편집국에 전화해서 제한적으로 반영됐다. 지금도 그런가? 전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기본 전제가 있다. 사람은 소통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존재다. 다른 동물은 신체적인 강점이 있지만 사람은 그게 없다. 그래서 소통을 하면서 협업을 하고 문명사회를 구축하고 결국 군림하게 된 것이다. 말을 만들고 글을 만들고 신문을 만들고 전파매체를 만들었고 급기야 인터넷을 만들었다. 종전에는 뉴스를 제공하는 프로듀서(생산자)와 수용하는 컨슈머(소비자)로 나뉘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시대다. 기자가 프로페셔널이면 소비자는 아마추어였다. 지금은 프로추어시대다. 구분 자체가 없어졌다.”

그래도 기성 언론과 ‘프로추어’가 만드는 정보는 다른 것 아닌가.

“예전에는 상위 20%, 더 좁게 보면 상위 1%가 지배하는 사회였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마당이 없었다. 소외됐던 99%와 80%의 발언권이 커지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상위 1%와 20%의 직업기자들이 만들어내는 뉴스는 취재관행의 패턴 때문에 구석구석을 조명할 수 없다. 이제는 누구나 장비(스마트폰)로 무장해 있기 때문에 기성 기자가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을 포착할 수 있게 됐다. 출입처 관행을 답습하는 기성 언론이 개인들이 각자 가진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현상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기존에는 나와 거리가 멀어도 뉴스로 보도되면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중요한 뉴스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중요한 뉴스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접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이 언론을 대체하는 현상이 왜 나타나는 것인가.

“커뮤니티가 언론의 기능을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성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기성 언론의 틈새가 상대적으로 넓다. 그렇다보니 대체재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팟캐스트다.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언론을 죽이니 팟캐스트가 뜬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도 같은 맥락이다. MB 정권에서 공영방송을 포기하니 그 결과 세월호 사건에서 ‘기레기’가 불거졌다. 그 전의 대형 사고에서는 같은 일이 없었겠나. 이제는 방송과 SNS로 올린 내용이 적나라하게 비교가 되는 시대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의 부족도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거대 담론에 주목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이런 뉴스보다 생활밀착적인 정보,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원할 수 있다. 서구사회는 언론이 지역위주로 발달했다. 미국만 해도 전국지는 <유에스에이투데이> 하나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는 지방신문이다. 뉴욕과 워싱턴의 특수성 때문에 그 신문에서 나오는 뉴스가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전국지의 위세에 눌려 지방지가 크지 못했다. 지방언론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지방언론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중앙집권화 된 사회에서 지역사람들까지 중앙에 시선을 돌리다보니 자생적인 선순환이 되지 않고 있다. 불균형적 발전이 유지되는 한 지역신문의 자생적 성장은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전·세종·충남은 지역신문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가는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를 모델로 삼을 만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해 정부대전청사, 대덕연구단지, 과학벨트 등을 더 꼼꼼하고 전문적으로 다뤄야 한다. 더 촘촘하게 분석하고, 감시 견제하는 기능을 강화하면 <워싱턴포스트>처럼 전국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뉴스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우리 논의로 돌아와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프로추어’들이 뉴스를 생산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지 않겠나.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만 찾아 볼 수 없었던 정보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예전에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정보가 되지 못했지만 언론 보도와 무관하게 검색하면 잡힐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균형감도 갖게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예전에는 수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보나. 언론이 보도하고 의제화하지 않아 묵살되지는 않았겠나. 나는 그렇게 본다. 이제는 개인이 인터넷에 문제를 제기하면 똑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뭉치게 됐다. 모든 사람이 발언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부정적인 면을 굳이 얘기하자면 언론사와 달리 팩트체킹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부정확한 정보가 유포될 수 있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지적할 수는 있어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자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어서다. 나쁜 의도를 가졌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올리는 사람은 왕따가 된다. 온라인은 사상의 자유시장이다. 자동조절기능에 따라 다수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이를 대중의 지혜 혹은 집단지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 영국에서 소를 판매하면서 눈대중으로 소의 무게를 가늠하는 테스트를 했다. 일반인들이 제각각 써낸 결과치의 평균을 냈더니 실제 무게가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전문가 평가하다 문자 투표를 한다. 대중의 지혜를 활용할 경우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권은 온라인을 옥죄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미네르바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누구나 분석할 수 있고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옳은 견해만 시장에 나와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욕설도 있을 수 있다. 현실세계에 오염된 것이 있을 수 있듯 온라인이라고 자유로울 수 있겠나. 문제가 있다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앞으로 폐쇄형 SNS 등 더욱 고도화할 텐데 ‘너 무슨 생각하느냐’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을 규제하고 감시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고 실효성도 없다. 국가가 개입할 영역이 있고 자율에 맡겨야 할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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