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중순 삼청동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비서관과 보고서를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위 (위원장: 한명숙 총리)의 행복도시 명칭 제정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자리이다.
보고서에는 행복도시 명칭 후보로 한울시, 금강시, 세종시가 올라 와 있었다. 국민공모 결과 접수된 2.163건의 명칭 중 최종 후보에 오른 3개의 명칭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맙게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응모를 해주셨네요. 셋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군요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비서관은 “도시명칭 제정심의위에서는 발음.영문표기,상징성등 여러 측면에서 세종시에 좀 더 점수를 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자 “세종시가 부르기도 편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행복도시를 기반으로 세종대왕 시대처럼 국운융성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어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 했다.
얼마 후인 그해 12.21 행복도시건설추진위는 전체회의를 개최하여 도시명칭제정심의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세종시“를 행복도시 명칭으로 최종 확정하였다. 세종시의 탄생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보다 5개월 앞선 2006년 7월 노무현 정부는 ‘행정복합도시 건설 개발계획’을 수립하였다 개발계획에는 행복도시 인프라 구축, 정부 청사 신축 및 생활권별 공사 추진계획 등 청사진이 망라되어 있었으며 그중 핵심적인 것이 수자원 확보계획이었다.
同 계획에는 증가하는 인구(당시 50萬명 목표)를 감안하면 금강의 물이 부족하여 보를 설치, 충분한 물을 확보해야 한다며 가동보와 고정보를 설치하도록 명시하였고, 구체적으로 외각 순환로 부근에 높이 4m, 길이 348m 내외로 할 것과 친수공간 범위를 제시하였는데 지금의 세종보가 이를 토대로 설치된 것이다.
이렇듯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추진 훨씬 이전에 행복도시 입지결정 과정에서 계획된 것이기 때문에 4대강보 철거대상에 포함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가 2006년 행복도시 계획 수립직후 서둘러 보 건설에 착수하였더라면 세종보 존치여부에 대한 어떠한 논란도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행복도시를 조성하면서 보 건설을 중요하게 여긴것은 당연한 일이다. 충분한 수량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당시 목표한 인구 50萬명의 신도시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종시는 하루 2萬여톤의 물을 세종보 상류인 양화취수장에서 끌어와 호수공원과 제천, 방축천 등에 공급하고 있다.
모름지기 물은 도시의 경쟁력이다 현재 세종시는 인구 40萬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최민호 시장이 취임후 2030년까지 인구 68萬 8.000명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듯이 목표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또한 앞으로 수많은 산업단지가 완공되고 기업이 유치되면 필요한 용수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반도체 등 첨단기업이 입주하기 위해서는 물 공급 문제가 최대 관건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종보 재가동이 늦어진다면 최민호 시장이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건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공약의 실천이 어려워지고 2026년 국제 정원도시박람회.2027년 하계 U대회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세종시는 앞으로 국회이전, 대통령 집무실 설치, 법원.검찰청 신설 등으로 비약적 발전과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에 상응하는 물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시발전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다행히 환경부는 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세종보를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보 재가동 작업에 착수하여 이달 중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와관련 야당과 환경단체 등 진보진영에서는 수질악화.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재가동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세종보 정상화에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민 도시지역 거주 비율이 92%를 상회하는 등 우리나라가 사실상 도시국가라는 점에서 무조건 환경보호 만을 고집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최대한 오염과 훼손을 막고 친환경적으로 보를 관리하면 될 것이다.
세종시는 노무현 前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미래도시로 노무현의 유산이며 용수확보를 위해 건설한 보도 마찬가지 이다. 야당과 환경단체 등 진보진영은 이시점에서 정파를 초월하여 어떤 방향이 세종시 발전에 효율적인가를 생각하여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 前대통령이 그토록 바라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신홍수(시사칼럼니스트. 금강수계관리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