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주변지역 인구 빨아들이는 ‘세종시 블랙홀’
상태바
주변지역 인구 빨아들이는 ‘세종시 블랙홀’
  • 김재중 기자
  • 승인 2014.12.08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 통계 분석 | 세종시민, 어느 지역에서 왔나?

행복도시 인구 5만 명 돌파
정치·경제 무게중심 신도시로


세종시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집중적으로 공급됐던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신규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세종시 입장에서 보면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대전과 충남·북 등 이웃 자치단체는 세종시에 박수만 보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세종시로 인구를 빼앗기면서 도시공동화 등 인구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본보가 인구이동과 관련된 통계청 시스템을 자체 분석한 결과 ‘빨대효과’ 혹은 ‘블랙홀’로 불리는 ‘주변지역에서 세종시로 인구이동’은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빠르고 강력하게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대전인구 1만8177명 흡수


지난 11월말 기준 세종시 인구는 14만 8151명이다. 외국인을 포함하면 인구 1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인구도 5만 명을 넘어섰다. 원도심인 조치원읍 인구 4만 7940명을 이미 추월했다. 2012년 7월 시 출범 이후 정치와 경제가 구도심인 조치원을 중심으로 작동해 왔다면 이제부터 신도심인 행복도시로 무게중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범 당시 10만 3127명이었던 세종시 인구는 2년 5개월 만에 4만 5024명 늘어났다. 이 기간 조치원읍 인구가 418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면 행복도시 인구는 그 열배가 넘는 4만 2303명이나 불어났다.

그렇다면 4만 명이 넘는 이들은 과연 어느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들일까. 본보는 답을 찾기 위해 통계청 ‘시·도간 전출입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출범 이후 2년 5개월 동안 세종시 밖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종시로 전입해 들어온 순이동자 수는 4만 1027명에 이른다. 출생과 사망 등 다른 인구 증감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전입·전출자만을 감안한 수치이기에, 이 기간 증가한 세종시 인구규모(4만 5024명)와 정확히 일치되진 않는다. 다만 어느 지역 전출자들이 세종시 인구를 채워가고 있는지 힌트를 던지고 있다.

세종시로 가장 많은 인구를 전출시킨 도시는 단연 ‘이웃 대전’이다. 세종시 출범 이후 대전에서 세종으로 1만 8177명이 전출했고, 그 반대 방향인 세종에서 대전으로 5752명이 움직였다. 결국 세종-대전간 ‘순이동자’ 수는 1만 2425명에 이른다. 같은 셈법으로 순이동자 수를 분석하면 경기도(9187명), 서울(6315명)이 대전의 뒤를 이었고 충남(4542명)과 충북(3697명)도 만만치 않게 세종시 인구증가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권역별로 봐도 충청권이 압도적이다. 충청권에서 세종시로 움직인 순이동자 수는 2만 664명으로,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순이동자 1만 6465명보다 25.5%(4199명) 더 많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던 중앙부처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행복도시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웃 자치단체, 위기감 증폭


세종시로 전입해 들어오는 순이동자 증가 추이에서도 재미있는 특징이 발견된다.(그래프 참조) 수도권에서 전출한 순이동자의 경우 2012년 말, 2013년 말 등 정부세종청사 1,2단계 이전 시점에 맞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충청권 순이동자는 세종시 출범 초기에 크게 늘어난 뒤 소강상태를 보이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순이동자가 중앙부처 공무원 중심의 직장이동형 전출이었다면, 충청권 순이동자들은 올 하반기 이후 집중되고 있는 행복도시 1생활권 신규입주에 따른 거주이동형 전출이었음을 알 수 있다. 거주이동형 순이동자들은 직장은 예전 그대로 대전과 충남·북에 둔 채 세종시를 거주공간으로 활용하며 출·퇴근하는 특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충북 오송과 오창의 생명과학·산업단지 종사자들이 세종시에 거주지를 마련한 뒤 출·퇴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들이 거주이동형 순이동자의 대표적 사례다.

우려했던 ‘세종시 빨대효과’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세종시 인근 자치단체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 광역시 승격 25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인구감소’라는 찬물을 뒤집어썼다. 지난 8월 63명, 9월 471명, 10월 787명 등 인구감소폭도 커지고 있다. 대전시가 2030년 인구목표를 200만 명으로 잡은 것에 대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대전시가 변화한 현실에 맞춰 새로운 인구관리 계획 수립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충남의 경우 걱정이 덜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세종시와 인접한 공주시에서 인구가 현격하게 줄었지만, 이를 상쇄시킬 내포신도시, 천안·아산지역 개발 등 다른 인구유입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충북은 세종시로 인구유출 수준이 충남과 엇비슷하지만 그 위기감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 청주는 청원군과 통합 이후 오송·오창 생명과학단지 등 몇몇 개발호재를 매개로 2023년 100만 명, 2030년 인구 110만 명의 거대도시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1개월 동안만 청주에서 세종시로 옮겨 간 전출자가 800여 명에 이르렀다. 일부 충북지역 언론들은 행복도시 4생활권  산학연 클러스터 개발계획, 충남대병원 세종분원 개원 등을 지목하며 이런 일련의 흐름이 충북의 성장 동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세종시 빨대효과’란 말은 대전보다 충북에서 오히려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 직시하는 게 급선무


그렇다면 세종시의 입장은 무엇일까. 행복도시 설계자인 이춘희 현 세종시장은 후보시절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빨대현상은 오히려 자연스런 결과”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시장은 “행복도시 건설계획 수립 당시에도 빨대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학자들은 대구·광주 등까지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광역도시계획을 통해 주변도시와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는 방법이 부작용을 막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역도시계획에 앞서 인구계획 먼저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30년 대전시는 200만, 청주시는 110만, 세종시는 80만 명의 인구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대전은 50만, 청주는 25만, 세종은 65만 명의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

수도권 등외부에서 140만 명의 인구가 충청권으로 유입되지 않는 이상, 세 도시가 인구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방법이 없다. 더구나 어느 한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면 다른 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 세 도시 모두 현실적 인구목표를 세우는 게 우선이다. 상생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