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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북송, 북한인권법 뇌관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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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북송, 북한인권법 뇌관 건드리다
  • 김재중
  • 승인 2013.06.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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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기자의 ‘뉴스리뷰’

북한정권 붕괴가 먼저냐 vs 인도적 지원이 우선이냐
10년 넘게 평행선 달리는 논쟁, 접점 찾을까

북한인권법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라오스에서 탈북청소년 9명이 강제 북송된 사건이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2005년 발의 이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지만 민주당의 반대 입장 또한 확고하다.
우선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북한인권법이 아닌 ‘북한주민 인권증진법’을 처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면 북한인권 증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남북관계만 악화시킬 것이란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은 정부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탈북지원단체 등 민간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민주당측 ‘북한인권 증진법안’에는 인도적 지원센터 설립과 북한농업개발위원회 설치를 통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인권 증진’이라는 큰 틀에서 입법목적이 비슷해 보이지만 한국 정부의 역할 범위, 북 정권에 대한 공세의 강도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법안은 북한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내 반북 민간단체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한국 내 반북단체의 활동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반북단체에 자금까지 지원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인권법의 두 얼굴

2000년대 초·중반, 탈북자 문제와 북한인권 문제를 집중 취재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눈으로 볼 때, 노골적으로 반북정책을 담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을 일찌감치 통과시킨 미국의 전례가 좋은 본보기다.
미국의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 Act of 2004)은 2004년 상·하원을 거쳐 발효됐다.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이 골자지만 핵심은 자금지원에 관한 내용이다. 라디오 방송이나 탈북자 지원단체 등 반북단체에 해마다 2400만 달러 이상이 지원됐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드러내며 법안통과에 골몰하던 그 시점, 중국의 상하이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탈북자 9명이 상하이에 있는 미국의 국제학교에 뛰어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국제학교측은 이들을 ‘무단침입자’로 간주해 중국 공안에 넘겨버렸다.
미국 국제학교측 관계자는 "이들에게(탈북자들) 미국 국제학교는 외교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들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으나 이들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며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당시 탈북자들이 미국 국제학교로 들어간 이유는 주중 재외공관이 주요 탈북루트로 활용되면서 중국 공안의 감시가 심해지자, 이를 대체할 다른 탈북루트를 개척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북자 4명이 중국 베이징 시내 독일학교를 거쳐 한국에 입국한 전례가 있었으며, 이 사건 직전에도 탈북자 29명이 베이징 일본학교에 진입한 바 있었다.

이념공세 수단 악용

미국 정치권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며 반북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약하고 있던 그 시점, 정작 미국에 기대고자 했던 중국 내 탈북자들은 ‘무단침입자’로 전락해 북송되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 일은 ‘북한인권법’과 ‘인도적 차원의 탈북자 보호’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각인 시켜 준 사건이었다.
결국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인권법 논란의 핵심은 ‘북한인권 개선’ 그 자체가 아닌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방법론과 맞닿아 있다. 북한주민들이 처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진보나 보수, 여야 정치권을 막론하고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북한정권 붕괴를 통해 단 번에 목적을 달성할 것이냐, 인도적 지원을 통해 점진적으로 목적을 이룰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이처럼 복잡한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이 이념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일부 보수언론은 새누리당이 제시한 북한인권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한국 내 진보세력을 싸잡아 ‘북한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전형적인 이념공세를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인권법이 과연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냐’는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다면 ‘친북 내지 종북주의자’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이 폭약이라면, 북한인권법은 폭약을 터뜨리는 뇌관이다. 그리고 라오스 탈북청소년 북송문제가 그 뇌관을 계속 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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