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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북한을 돕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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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북한을 돕고 있을까
  • 김재중
  • 승인 2013.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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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기자의 뉴스리뷰 |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논란
▲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손을 마주잡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 통일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대화록을 근거로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노 전 대통령이 영토주권을 포기했다"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 24일 공개된 대화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NLL을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여기에 커다란 공동의 번영을 위한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른바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제안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지 않다. 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는 인식을 드러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포기"발언 안 했다

그렇다면 ‘NLL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논리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는 노 전 대통령의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보수진영의 공세가 뜨거워지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정상회담 이후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정리해 공개했다.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니만큼 그 의미를 더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 "국방 장관, 내가 NLL 발언한 데 대해서 혹시 무슨 이의가 없나?"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 - "기자들이 몇 명 물어 보기에 대통령님께서 NLL 설정 당시의 배경과 성격에 대해 말씀하신 것 아니겠나, 영토 개념이 중심이 아닌 걸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답변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내가 내주겠다는 말은 안 했다. 사실은 사실대로 얘기하고, 내주냐 안 내주냐 하는 것은 그건 별개 문제다."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 - "지금까지 국방부에서 계속 견지해 왔던 NLL은 유엔군 연합사령관이 설정한 선인데, 그 선이 지금 실질적으로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 왔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 왔다. 그게 무력 충돌의 현장으로 대두가 되고 있으니 그걸 공동 어로수역을 설정해서 평화협력지대로 가자는 뜻 아니냐. 갈등이 있고 대립이 있으니까 평화지대로 논의하는 것이지, 갈등이나 대립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라는 말을 쓸 수가 있겠느냐, 그렇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도 NLL 국제법 지위 부정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스스로 언급했던 것처럼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 유엔군 연합사령관이 임의로 설정한 선이다. 국제법상 유효한 영토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북한 전역이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인데, 영토 안에 영토선을 둔다는 것도 국내법과 합치되지 않는 의미다.
법과 규칙의 논리가 아닌 감정의 논리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다. 때문에 한국 보수진영이 ‘맹방’으로 여기는 미국이 NLL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전후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1975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주한미국 대사관과 주한미군 사령부 등에 발송한 비밀해제 문서를 소개했다.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이 이전부터 말해왔듯, 북방정찰한계선(Northern Patrol Limit line)은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북방정찰한계선은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으로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 선은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국제법과 미국 정부의 해양법에 반하는 것이다."
정 대표에 따르면, 당시 키신저는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및 유엔사령부는 이러한 점들을 한국 정부에 분명히 해둬야 한다"는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발어지고 있는 영토분쟁의 사례를 보면 ‘실효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분쟁을 표면화시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실효적 지배권이 없는 나라는 지속적으로 분쟁을 시도하기 마련이다. 독도영유권 분쟁에서 일본이 도발을 계속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NLL도 같은 범주에서 해석한다. NLL이 남북 간 분쟁으로 비화되면 한국보다는 북에 도움이 된다는 것. 누가 진짜 북을 돕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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