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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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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 김정환 세종시발전위원회 여성위원장
  • 승인 2013.01.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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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안도현은 "연어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라는 말로 작품을 시작하여 다시 이 말로 끝을 맺는다. 도대체 작가는 왜 연어에게서 강물 냄새가 난다고 한 것일까?
이 작품에서 보통 연어는 등 쪽은 검푸른 색이고 아래의 배 부분이 흰색인데 무리 중에 유독 등이 온통 은빛으로 반짝반짝 거리는 독특한 은빛연어는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연어들로부터 늘 비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나 다른 연어들은 새들에게 쉽게 식별이 되어 먹잇감이 되기 쉬운 은빛연어 한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리의 한 가운데에 은빛연어를 두고 감싸듯이 함께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물수리의 공격에 은빛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누나 연어가 희생당하는 사건으로 은빛연어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아린 슬픔을 삭이며 무리 속에서도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은빛연어는 자신을 곰으로부터 구해주려는 과정에서 등지느러미를 상하게 된 '눈 맑은 연어'를 만나게 되었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런데 은빛연어는 전부터 항상 연어들이 무엇을 위해 살고 거센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지 알고 싶어 눈 맑은 연어에게 물었더니 눈 맑은 연어는 우리가 강의 상류에 알을 낳기 위해 존재한다고 답하였다. 그 이유는 눈 맑은 연어에게는 지극히 당연했지만 은빛연어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잠시 눈 맑은 연어와 떨어져 있기로 한 은빛연어는 초록강 아저씨로부터 은빛연어의 아버지도 아들과 같이 등이 은빛이었고 또한 연어무리에게 큰 존경을 받았던 지도자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초록강 아저씨는 은빛연어에게 그의 아버지는 연어들이 상류로 갈 때 인간이 만든 쉬운 길로 가지 않고 험한 폭포를 넘어 가는 것이 진정 연어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물론 그것은 쉬운 길이 아닌 고난의 길을 가는 것이었다.
드디어 은빛연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됐다. 물의 소리가 점차 거세지면서 강의 상류에 다다르니 큰 폭포가 연어 무리를 가로 막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상의하는 와중에 '빼빼마른 연어'라는 과학자는 인간이 만든 쉬운 길을 찾았으니 그곳을 통해 지나가자고 했으나 은빛연어는 새로 태어날 연어아기들이 쉬운 길에 적응하는 연어들이 아닌 고통을 극복하는 힘을 가진 연어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더 좋겠다하며 폭포를 뛰어넘자고 하니 모두 다 찬성을 하였다.

그 중에 알을 많이 품고 있는 눈 맑은 연어도 은빛연어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힘차게 뛰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 장면은 가장 엄숙하면서도 슬펐다. 연어들은 바로 이 짧고도 장엄한 장면을 위해 오 년 전 어린 연어의 몸으로 바다를 향해 기나긴 여행을 나선 것이었다.
초록강은 이듬해 봄까지 아기 연어들을 보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빛연어는 희망이라는 것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며 희망을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해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이 세상 어디에는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연어들의 기나긴 여정을 생각하면 죽을 고생해서 어렵게 폭포를 뛰어 넘은 결과가 죽음이라는 것이 허무하고 슬프지만 연어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그 죽음이 그들 자신들에게도 덜 슬펐을 거라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나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희망을 갖고 고통스럽고 불행한 순간이 다가와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희망을 품고 이겨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인간의 삶은 연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목표를 갖는 것이며 그 목표가 모호하다면 인생이라는 커다란 물줄기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기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연어들의 삶처럼 허무하고 한줌 보잘 것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어들은 이 작은 삶이지만 낙오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 즉 오직 알을 낳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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