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자 왈츠로 1950~7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달픈 삶에 깊은 위로와 우아한 즐거움을 줬던 ‘왈츠의 여왕’ Patti Page가 새해가 시작된 지난 1일(현지시간) 향년86세로 남부 캘리포니아 요양시설에서 세상을 떴다고 한다. Patti Page에 대한 필자의 추억은 앞 세대와는 달리 재미로 가득했던 것 같은데......... 필자가 대학을 다니며 DownTown 음악다방에서 DJ로 일하던 시절에 견식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다방에 들어오면 How Much Is That Doggy In The Window를 틀며 강아지와 큰개 짓는 소리가 번갈아 나는 부분에 볼륨을 높이면 함께 있던 친구들은 물론이고 그 친구의 이름을 아는 다방주인과 레지아가씨들까지 박장대소를 했는데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는 성격 좋은 견식이 친구 덕분에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견식이 친구의 한자이름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개견(犬) 밥식(食)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축제시즌이 되면 쌍쌍파티에서 Changing Partners가 흘러나오길 기다렸다가 이 노래가 나오면 파트너를 체인지하며 춤을 추었던 엉큼하고도 신나는(?) 추억도 있었다. 이런 재미와 즐거움으로 Patti Page의 음악을 접했던 필자에게 새해 벽두에 들려온 사망소식은 추억에 대한 여운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1927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가난한 집안에서 11남매 중에 10번째로 태어나 15세 때부터 지역라디오방송에 출연하여 실력을 인정받으며 21세가 되던 해인 1948년 데뷔해서 총 50장의 앨범을 냈고, 이 가운데 19장은 골드레코드(50만장 이상 판매), 14장은 플래티넘레코드(100만장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앨범 판매량으로 1억장 이상의 업적을 남겼다. 특히 1951년 발표한 Tennessee Waltz는 Patti Page에게 두 번째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하게 한 곡으로 지금까지 100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며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팝 명곡으로 자리 매김했고 그를 세계적인 팝스타로 만들었다. 이 곡은 테네시주의 공식 노래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I Went To Your Wedding과 Mockin' Bird Hill 등의 식지 않는 인기로 2000년대 초반까지도 활발하게 활동을 했지만 지병으로 요양원을 찾은 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봄에는 홈페이지에 ‘심한 병마와 싸우며 육체적 어려움으로 목소리를 수년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써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었던 Patti Page는 1991년 그래미 전통 팝 가수상을 받았고 오는 2월에는 지난달 별세한 시타르(인도의 전통악기, George Harrison에 의해 Beatles음악에도 접목된 악기) 연주자 Ravi Shankar와 함께 그래미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었다. Ravi Shankar는 인도의 고유음악을 세계에 전파한 아티스트로 Beatles의 George Harrison에게 시타르를 가르쳐주었고 재즈가수 Norah Jones가 그의 딸이다.

가수 패티김이 Patti Page와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의미로 ‘패티’를 자신의 예명으로 쓸 만큼 우리와도 적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963년 서울의 대한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고 79년과 89년에도 내한을 했었다.
컨트리와 재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Patti Page의 이름다운 왈츠를 들으며 냉동고 같은 이 겨울에 훈훈함과 옛 추억의 재미를 찾고자 했던 필자에게는 그녀의 사망 소식이 참 낭패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