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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슬픔을 꿰뚫어보는 주술사의 서글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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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슬픔을 꿰뚫어보는 주술사의 서글픈 눈
  • 송길룡
  • 승인 2012.09.17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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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의 소피 마르소


1980년대 초에 13세 소녀로 영화 <라 붐>에 등장하면서 청순한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남긴 소피 마르소
는 이 영화로 일약 프랑스의 촉망받는 스타로 주목받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 내의 큰 인기에 비해 세계무대에서는 그리 큰 이목을 끌지 못하던 소피 마르소는 비로소 1995년 <브레이브 하트>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전세계인에게 각인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라 붐>과 <브레이브 하트> 사이에는 적지 않은 그녀의 출연작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 출신의 기괴한 상상력의 소유자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과의 만남은 소피 마르소의 성년 진입시 연기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와의 첫만남은 매우 일찍 이뤄졌다. 스무살을 코앞에 두던 1985년 처음 줄랍스키 감독의 <성난 사랑>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 이후 이런저런 영화에 출연하다가 두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줄랍스키 감독의 1989년작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에서 소피 마르소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폭력가정의 상처를 내면에 숨긴 독특한 주술사로 등장한다. 그녀의 주술 능력은 타인의 비밀을 눈앞에 그리듯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놀라운 눈으로 그녀를 처다보는 노신사의 옛날 군생활을 낱낱이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중년 여성을 향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불치병임을 선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가 타인의 비밀속에서 감지하는 것은 대부분 고통과 슬픔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그녀의 모습 역시 괴로움에 젖은 표정이다. 아픈 상처를 드러내지만 치유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는 표정이다. 소피 마르소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속깊은 슬픔의 표정이 드러나는 것이 인상깊다.

2년 후 역시 줄랍스키 감독의 <쇼팽의 푸른 노트>(1991)에서도 그녀는 좌충우돌하며 스크린을 배회하는데, 독특한 스타일의 그 감독을 통해 소피 마르소의 또다른 면모를 음미해볼 수 있는 계기가 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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