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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윤모씨의 억울한 ‘배추밭’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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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윤모씨의 억울한 ‘배추밭’사연
  • 홍석하
  • 승인 2012.09.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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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하 기자의 세상은 요지경] 고향 떠나 재정착 어려운 원주민의 비애

겉으로 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지역사회이지만 행복도시 개발로 지역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떠난 예정지역 원주민들의 힘겨운 타향살이가 눈물겹다.

행복도시 건설로 연기군 남면 갈운리에서 보상을 받은 윤모씨(72세). 아파트는 적응이 어려워 포기하고 단독주택 구입을 물색하던 윤씨는 조치원읍 인근에 있는 3층 건물을 구입했다. 1층에 상가가 딸려 세도 받을 수 있고 집주위에 텃밭도 있어 윤씨에게는 알맞은 자리였다.

보통의 원주민들은 보상을 받은 후 주변지역에서 임시 거주하다가 행복도시에 재정착을 계획하고 있지만 윤씨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 작정으로 주택과 텃밭을 장만했다. 그러나 윤씨의 재정착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텃세라 하긴 너무나 집요한 괴롭힘으로 평생에 한번 겪기도 어려운 일을 연달아 겪으면서 흡사 ‘영화 김복남 사건’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가 됐다. 시비를 거는 것은 다반사고 욕설에 협박까지, 윤씨는 암투병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혈기왕성한 젊은 자식들에게 알려지면 큰 사건이 벌어질까 두려워 쉬쉬하면서 노구를 이끌고 검찰청과 경찰서를 찾아가는 윤씨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한다.

윤씨는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옆집 카센터 땅주인 A씨에게 어이없는 항의를 받게 된다. 구입한 집터가 자동차 폐품을 쌓아두는 옆집 땅 경계부분 일부를 침범했다는 것. 어리둥절하면서 전 주인에게 찾아갔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라 했다. 군청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오래된 측량자료 대부분이 정확하지 않아 그런 일이 태반이라는 답변을 들었고 결국 측량에 나서자 건물 일부가 옆집 경계에 맞물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억울했지만 윤씨는 A씨에게 땅을 구입하겠다, 그만큼의 땅을 사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돌아온 대답은 어처구니없게도 1년에 1000만원의 도지를 내라는 것. 들어주기에는 무리한 요구였다. 이때부터 A씨는 집요하게 윤씨를 괴롭혔다. 폐품을 마구 쌓아놓는 장소라 당장 공간을 활용할 것도 아니면서 가스배관을 치워라, 가스통을 놓지마라, 세를 들은 식당 간판을 떼라고 요구하기 일쑤였고 담장 일부를 훼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10월21일 오후 8시40분 옥상에서 쉬고 있던 윤씨의 눈에 A씨가 윤씨의 배추밭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A씨는 배추밭에 무언가를 뿌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윤씨의 밭에 설치된 하우스에 돌을 던져 하우스에 구멍을 내기까지 했다. 이를 본 윤씨가 옥상에서 소리치자 A씨는 근처에 있는 형네집으로 재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윤씨는 당장 파출소에 신고를 했고 A씨는 배추 30포기에 기름이 섞인 돌가루를 뿌리고 하우스를 파손한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은 기각 처리됐다. 윤씨는 이 과정에 당시 파출소 직원과 가해자가 짜고 사건을 대폭 축소했다고 억울해했다. 배추를 모두 버려 김장을 전혀 못했는데도 현장조사 결과 피해 배추가 10포기였다는 의견을 달아 증거불충분이 됐다는 것.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루는 A씨의 형, B씨를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과 함께 윤씨의 얼굴에 침을 여섯 차례나 뱉는 폭행을 당했다. 윤씨는 또다시 파출소에 신고를 했고 B씨과 함께 조사를 받게 됐다. 조사 초기, B씨는 오히려 윤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사건이라 가해사실은 금방 드러났다. 그러자 갑자기 B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자신이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관은 한동네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가해자가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니 합의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젊은 시절부터 배짱이 두둑했던 윤씨는 강한 자에게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지만 인정에는 항상 약했다. 그날도 용서를 구하는 B씨에게 다시는 이런 일을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없던 일로 해줬다. 그러나 그날 이후 B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윤씨를 싸늘한 표정으로 대하기 일쑤였다.

세 번째 사건은 윤씨가 텃밭으로 구입한 땅 때문에 발생했다. 그 땅의 일부를 마을회관 부지로 사용했는데 윤씨가 땅을 구입한 후에도 마을에서는 마을회관 부지사용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윤씨가 마을에 얼마간의 도지를 요구하자 협의가 잘되지 않았다. 실랑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이 윤씨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있어 하루는 동네사람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술을 대접했다. 그런데 술자리 끝 무렵 C씨라는 사람이 술병을 깨고 윤씨의 목에 겨누면서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게 되자 윤씨는 철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날짜가 잡혔다. 그런데 공교롭게 공사를 맡은 업자가 C모씨의 아들, D씨였다. 어느 날 D씨가 사정이 있다며 철거예정일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행정처분에 의한 것이라 윤씨가 연기가 어렵다고 하자 느닷없이 D씨 아들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후 윤씨 집 근처에 마을회관을 새로 착공했는데 D씨는 윤씨에게 "거 아들이 몇이요. 내가 그 자식들 다 잡아 죽이겠다"며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윤씨는 주변사람들의 협박과 폭언, 폭행이 힘없는 노인을 우려먹으려는 조직적인 범죄행위라고 주장한다. 낯선 타향도 아니고 가까운 지역에 주택을 마련해서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정착하고 뿌리 내려 살려고 어떡하든 참으려고 했지만 아무나 욕설을 퍼붓고 위협하는 것을 보면 세상이 너무나 무섭다고 했다. 법으로 하려고 해도 지역사회라고 대충 덮으려고만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금도 윤씨는 서류뭉치를 들고 언론사와 경찰서, 검찰청을 방문하면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지연으로 원주민들의 재정착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격변의 삶을 살았던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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