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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리 세종플라워, ‘꽃을 가꾸는, 男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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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리 세종플라워, ‘꽃을 가꾸는, 男子’
  • 정일웅 기자
  • 승인 2012.05.21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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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전환 교육, 창업 1호 정현준 대표...시력 잃는 시련 불구 당찬 포부

▲ 세종플라워 내부 전경.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직업전환 교육에 참여하게 됐어요. 평소 식물 가꾸기를 즐겨했는데 이제는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됐네요" 세종플라워 정현준(48) 대표가 멋쩍게 웃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 주관 직업전환 교육에 참여했다. 평일 8시간씩 2개월 동안 이론과 실무교육을 병행한 그는 5월 초 대평리에 세종플라워 간판을 내걸었다. 직업전환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 중 창업으로 이어진 것은 정 대표가 처음.

대평리서 태어나 자란 그는 한때 공업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을 앞두고 다수의 원주민이 지역을 떠나면서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할 무렵 눈에 들어온 일이 플로리스트다.

"직업전환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플랜카드를 보고 ‘이 일이다’ 싶었다"는 그는 "중장비, 조경, 조적, 타일 시공 등 (교육)업종이 다양했지만 우선 눈에 들어온 게 ‘플로리스트’였다"며 "평상시 취미로 즐기면서 매력을 느껴왔기 때문에 쉽게 끌렸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정 대표가 세종플라워를 개점하게 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미 하던 일을 정리했던 터라 결정이 빨랐던 것도 사실이다. 직업전환 교육 내 플로리스트 과정을 담당한 김지연(43) 강사는 "(정 대표가)교육 기간 동안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창업 의지 역시 뚜렷했다"며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담아 시작한 만큼 잘해내리라는 믿음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은 마음으로 창업 과정을 돕게 됐다"고 함께 일하게 된 동기를 소개했다.

세종플라워는 현재 정 대표 내외와 김 씨 등 3명이 상주해 관리하고, 교육생 동기 6명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도움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실내 40여 평, 80여 종의 식물을 관리해야 하는 탓에 정 대표 스스로 지인들의 도움을 구한 것.

▲ 정현준 대표.
"플라워 숍이 꽃과 나무를 판매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점이 아쉬웠다"는 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심기와 가꾸는 방법을 함께 알려주고 싶다"며 "일반적인 플라워 숍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지인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숍 뒤편 재배장을 가리켜 "꽃과 나무를 직접 재배하고, 숍 내에서 삽목(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하는 과정을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소개했다. 재배에서 전시 및 판매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식물 가꾸기에 관심 갖는 일반인들이 체험활동 할 수 있게 한다는 포부다.

세종플라워 문을 열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7개월 남짓. 정 대표는 교육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꼬박 창업에 매달렸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자부심과 기쁨 그리고 일생일대의 시련이 찾아 온 것도 이 시기다.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감싼 안대가 그의 시련을 가늠케 했다.

4월 초 숍 외관 공사(하우스 시설)가 한창이던 때. 정 대표는 인부들과 함께 직접 공사에 참여했다. ‘남에게 모두 맡길 수 없다’는 의욕이 앞선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작업 도구에 눈을 다치는 사고도 당했다. 이후 서울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른쪽 눈 시력을 잃는 시련을 겪었다.

당시 옆에서 사고를 목도했다는 김 씨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눈가에 선혈이 범벅이 된 채로 구급차에 실려 가던 그날이 아직 생생하다"며 "의욕이 앞서 생긴 불운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선뜻 나선 게 화근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정 대표는 "지인들의 우려와 걱정 그리고 도움으로 숍을 개점할 수 있었다"며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일은 개인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응원하고, 힘을 보태준 만큼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각오를 갖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고, 앞으로 적응기간도 필요할 것 같다"며 "지금 당장 이 일에 매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몸이 낫고, 차차 변화(시력상실)에 적응되면 세종플라워를 세종시서 제일가는 숍으로 키우고 싶다"고도 했다.

세종플라워가 "어린 아이부터 성인들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찾아와 식물 가꾸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농장’이 돼 세종시 내 플라워 숍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포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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