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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70% 원가 절감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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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70% 원가 절감 ‘유레카!’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3.29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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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 최초 액상형 반도체 웨이퍼 코팅제 수출 ㈜벡스 배규석 대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반도체용 웨이퍼 테이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대항마가 나타났다. 필름형태에서 벗어나 액상형 반도체 웨이퍼 코팅제를 개발해 수출을 앞두고 있는 ㈜벡스다.


기존 공정 대비 무려 70%의 원가 절감, 파격적인 효과에 국내·외 반도체 웨이퍼 기업들이 너도 나도 ‘유레카!’를 외치며 반기고 있다.

 

 

벡스 배규석(51)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부산으로 내려갔다. 독일 헨켈(Henkel)과의 한·독 합작회사에서 15년 간 근무하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2006년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는 사업본부장으로 입사했지만, 현재는 대표이사 직을 맡아 기업을 이끌고 있다.


벡스는 독일 기업 헨켈의 기술 제휴로 설립됐다. 초반에는 반도체용 세정제를 주로 다뤘지만, 이후 6년 간 삼성디스플레이 LCD 칼라필터 공정에 현상액 제품을 공급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던 중 키패드 형식이었던 폴더 휴대폰이 터치식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혁명이 일어났다. 당시 아크릴 재질이었던 휴대폰 화면은 자연히 전기가 통하는 유리 재질로 바뀌어야만 했다.


문제는 까다로운 유리 가공 공정에서 발생했다. 50장의 유리를 적층해 한 번에 절단하는 과정에 왁스가 사용됐는데, 도저히 깔끔한 세정이 불가능했다. 자르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한 유리 부스러기로 인해 스크래치가 나는 등 제품을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속출했던 것.


배 대표는 “왁스 세정 문제와 깔끔한 절단을 위해 유리용 마스킹 코팅제를 개발했는데, 우연치 않게 반도체 회사와 인연이 닿았다”며 “이후에는 반도체 웨이퍼 코팅제에 주력했다. 개발을 거듭한 끝에 기존 필름 형태에서 벗어나 세계 최초 액상형 코팅제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바닥 두 개만한 반도체 웨이퍼 한 장의 가격은 400만 원에 이른다. 표면에는 금이 코팅돼있다. 두께 750마이크로미터(um, 100만분의 1미터)의 웨이퍼는 초고속 백 그라인딩(Back grinding) 과정을 거쳐 3분의 1 이상으로 최대한 얇게 연마된다. 이때 미세하게라도 두께가 차이나면 칩과 칩 사이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마과정에 앞서 웨이퍼를 잡아주는 백 그라인딩 테이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기존 백 그라인딩 테이프는 100㎝ 폭 길이의 롤필름 형태다. 이 필름을 반도체 웨이퍼에 덮어씌우면, 가장자리를 따라 원형으로 자르는 공정을 거친다. 웨이퍼 한 장을 씌우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5000원에 육박한다. 특히 이 필름은 평탄도 문제로 가운데 폭 40㎝ 정도만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미세한 필름 평탄도 문제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 1조원 규모의 관련 시장을 현재 3개의 일본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벡스의 액상 코팅제는 진공 상태에서 액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평탄성 확보가 가능하다. 건조 후에는 형태 그대로 필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름을 씌우고, 자르는 공정을 줄일 수 있으며 원가 절감 효과도 70%에 이른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 즉 범프 볼(Bump Ball)이 존재한다. 이 표면에 필름을 접착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압력을 가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잘못하면 칩과 칩이 부딪혀 불량이 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범프 볼의 패턴이 갈수록 복잡·미세해지고 있다. 하지만 진공 상태에서 사용되는 액상 코팅제의 경우 이러한 칩 접촉 불량 문제에서도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다.


벡스는 지난해 7월 SK하이닉스와 MOU를 맺고, 제품 테스트 중에 있다. 삼성반도체 1차 협력업체인 네패스에는 이미 공정 라인까지 도입한 상태다.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반도체 웨이퍼 최대 생산국인 대만에서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벡스는 대만 내 판매 대리점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4월 추가적으로 한 곳 더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만 최대 반도체 전시회에도 참가한다.


특히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 기업 TSMC와도 공정 도입을 협의 중이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가 전 세계 50여 곳에 한정돼있다는 점에서 TSMC와의 협력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향후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해외 판로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배 대표의 계획이다.

 

 

벡스는 최근 대전테크노파크의 ‘사업화 신속지원(Fast-track)’ 사업을 통해 중국어 홈페이지를 개발했다. 제품 판매를 위한 중국어 제품 라벨 디자인도 마쳤고, 해외 전시 카탈로그 등을 지원받아 해외 진출 발판도 마련했다. 한국과 중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대만에 상표도 출원했다.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는 것이 배 대표의 목표다. 해외 시장 진출과 함께 2020년까지 3년 내에 1000억 원 매출을 이루겠다는 것.


배규석 대표는 “대만의 경우 현재 생산·판매 시설 체계가 완벽하게 구축된 상태”라며 “이 제품을 소개해 한 번도 거절당해본 적이 없다. 국·내외 반응이 고무적인 만큼 대만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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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7-03-29 15:34:28
우리는 못할 것 같았던 종류의 고난도 기술을 개발해내니 자랑스럽군요. 강소수출기업이 될 것으로 믿어집니다. 정부도 잘 지원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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