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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 선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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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 선 반기문
  • 류재민
  • 승인 2016.04.2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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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다시 고개든 '충청대망론'



20대 총선이 막을 내린 지 3주일이 지났다. 대한민국 정국의 시계바늘은 이제 1년 8개월 남은 19대 대통령선거로 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던 오세훈, 김문수가 낙선했다. 김무성 대표도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대권 후보에서 한발짝 멀어졌다. 반대급부로 반기문(71) 유엔 사무총장이 뜨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 총선 이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이름이 또다시 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초라한 성적표, 몇몇 잠룡들의 몰락이 그를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올려놓았다.


차기 대권 후보 1위 불구 신중한 행보


물론 그는 지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차기 대권 후보 1위를 내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단 한 번도 대통령의 ‘대(大)’자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이후 그의 그릇은 더 커진 양상이다.


20대 총선 직후 실시된 차기 대선 주자 양자대결 결과가 이를 반영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4월 월간 정례 차기 대선주자 양자대결 지지도 조사결과 반기문-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42.8%, 반기문 42.3%로 0.5%p 차의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반기문-안철수(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양자대결은 반 총장이 41.0%로, 안철수 대표(32.3%)에 오차범위 밖인 8.7%p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직후 여론조사 반기문-문재인 '초박빙', 반기문 > 안철수


특히 반 총장은 고향인 충청권(대전·충청·세종)에서 [반기문 43.9%vs문재인 35.8%], [반기문44.1%vs안철수 33.9%]로 10%p안팎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부산·경남·울산[반 49.1% vs 문 39.0%, 반 46.4% vs 안 26.1%], 대구·경북[반 57.2% vs 문 27.4%, 반 58.1% vs 안 18.8%] 등 영남권에서도 반 총장이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모두에게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반 총장이 정말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 그리고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을지다.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밟아야할 절차와 과제를 짚어봤다.



먼저 그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필수요건은 ‘명분’과 ‘경쟁력’이다. 지금의 새누리당, 특히 친박(친박근혜)계는 그를 마지막 동아줄로 붙잡으려는 분위기다.


여권에서 확실한 대권 주자가 없다는 점과 대내적인 국가정책에 치중한 박근혜 정부와 달리, 반 총장은 유엔을 활용한 외교적 확장과 통일한국을 선도할 비전을 가졌다는 점 등을 명분과 차별성으로 내세울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관저에서 열린 뉴욕 특파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늘 조용하게 있는 것 같지만, 강하게 할 때는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상당히 강하게 맞선다."


반기문 대선가도에 필요한 절차와 과제


지난해 출간된 <99% 반기문 대통령>(박준열 저, 출판사 사닥다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반 총장의 대선 때 충청도 몰표 비율은 보수진영의 TK(대구·경북) 결집도 80.2%, 진보 진영의 호남 결집도 89.17%의 평균치인 84.69%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변이 없는 한 상대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다. 충청도 몰표 쓰나미를 감안해 반기문(새누리당 후보)대 문재인의 2017년 19대 대선 표 대결을 예측한 결과, 반기문이 320만표(9.95%) 차이로 압승(반기문 54.87%, 문재인 44.4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예측에는 안철수가 제외됐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이 아닌 야권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가정은 빠졌다.(반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현실정치로 불리는 국내정치 경험과 조직 기반이 없다는 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이는 곧 당내 경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봉착한다.


일부에서는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제도)’ 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친박의 비호’를 받는다면 당내 경쟁구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도 긍정적 요소다. 반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반 총장은 대권은 잡을지언정 ‘친박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현재 대안이 없는 친박 입장으로선 반 총장에 대한 구애를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 총장은)고건 전 총리와 성품이나 추진력에서 비슷한 면이 보인다. 관건은 험난한 예선전을 치를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대전·충남·세종과 달라진 충북의 이질감..지역주의 붕괴현상도


월등한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시시각각 달라지는 여론조사 결과도 마냥 신뢰할 순 없다. 반 총장의 출신지인 충청권은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보다도 양자 대결 오차가 크지 않기 때문.


고향인 음성군은 충북의 행정구역인데, 대전·충남·세종 등과 지역적 간극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대전시의 한 공무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충북은 대전이나 충남과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지고 있다. ‘충청’이란 한울타리 기분은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반기문으로 대표되는 ‘충청대망론’이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입증됐듯이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야권이 열세를 보인 서울 강남, 강원, 대구, 경남, 부산에서 더민주 후보가 승리했다. 또 더민주의 텃밭인 호남은 국민의당이 휩쓸었다.


대전과 충남의 경우만 봐도 20년 만에 지역정당 없이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9:9의 동등한 의석수를 이뤘다. 여기에 소지역주의도 점차 허물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현상을 간파하지 못한 채 여론조사만 의지했다간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당한 참패가 재현되기 십상이란 얘기다.



내달 방한과 고향 방문에 '쏠린 눈'..그래도 충청은 반기문?


그래도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반 총장에게 거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3선의 이명수 의원(아산갑)은 지난 21일 충청권 국회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전날 대전에서 있은 충청권 당선인 모임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제)반기문 총장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지금 외교와 안보, 통일, 통상 등 대외적인 면에서 여야를 떠나 제대로 대응할 사람이 있나.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나.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할 수 있겠나.”


같은 3선의 홍문표 의원(홍성·예산)도 거들었다. 홍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국제적인 감각이라든지 아주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하나의 대상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대권에 의지를 갖고 있다면 새누리당이 대권후보로 영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충청권에서도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고 얘기가 나왔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점에 반 총장의 다음 달 방한과 고향 방문을 앞두고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 총장은 다음달 30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 컨퍼런스 참석을 검토 중이다.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아 선친 묘소에 참배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고향을 찾는 것은 2년 10개월 만인데, 그동안 자신의 충청 방문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을 우려해 자제해왔다.


최호택 교수는 “대선은 양자 내지 3개 정당 후보 대결이다. ‘영·충·호 시대’(충청 인구가 호남을 따라잡아 영남 다음이란 뜻)란 점에서 대전·충남이 충북과 다소 거리감이나 괴리감이 있다손 치더라도, 대선 국면에 들어가 ‘충청대망론’이 나온다면 의견의 합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 총장의 임기는 이제 8개월여 남았다. 대선은 거기에 1년이 더 남았고, 대선 출마 여부는 오로지 ‘반기문’만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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