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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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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의 느낌이 있는 월요편지(33)
  • 최민호
  • 승인 2024.01.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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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창호들의 오케스트라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벽창호'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고집대로만 사는 고집불통, 독불장군 같은 사람을 비유할 때 쓰곤 합니다.
때론 딱딱한 벽에 붙어있는 고정된 창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벽창호는 전혀 다른 어원에서 나왔습니다.

벽창우(碧昌牛).
벽창은 평안북도의 ‘벽동군’과 ‘창성군’을 의미하며, 두 지방의 소가 큰 덩치에 억센 성질을 가진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둔하며 고지식한 데다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벽동과 창성 지방의 소와 같은 사람들을 ‘벽창우’라 말했다고 합니다. ‘벽창호’는 ‘벽창우’가 와전된 것이지요.

세상에는 이런 벽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자기 고집을 버리지 않고 혼자 옳다며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자기 기준이 확고하면서도 스스로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주위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더 나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철새다 변절자다 비난받기 일쑤이지요.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한다"라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동일함을 추구하진 않고, 소인은 동일함을 원할 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라는 의미입니다.

화이부동은 창조적인 일입니다. 창조란 자고로 다양함 속에서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덜 나쁜 정치형태’라고 하는 민주주의도 화이부동의 한 모습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개성을 존중해 주는 개인주의 원칙 위에 서 있지만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면 승복함으로써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자기의 생각과 전혀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을 받아들이는 넉넉함을 갖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공자는 그런 사람을 대인(大人)이라 했습니다. 오히려 자기 생각을 큰 목소리로 키우는 사람을 소인배라 했지요.

화음을 뜻하는 오케스트라에 이런 벽창우가 많습니다.
오케스트라를 들여다보면 악기 하나하나는 벽창우처럼 다 다릅니다. 음역과 음계가 각각인 오케스트라의 40여 개의 악기는 절대 다른 악기에 동화되지 않습니다. 같은 소리를 낸다면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악기들이 전체와 조화를 이루다 보면 놀랍게도 화음을 이루며 아름다운 심포니가 됩니다. 말하자면 각 악기는 벽창우인데 벽창우들이 모여 천상의 화음을 연주해 냅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다양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불협화음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주장을 하는 박창우를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나무랄 것은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획일성이나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독단성이지요.

각 악기의 개성에서 화음을 이루어내는 것은 지휘자입니다. 그리고 지휘자의 지휘에 자신의 개성을 죽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화이부동이겠지요.

보스턴 필 하모닉의 지휘자 벤 젠더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정작 아무 악기도 연주하지 않는다. 그는 얼마나 다른 악기가 소리를 잘 내게 하는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다.”

어찌 보면 모든 조직 사회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악기와 같습니다. 각자가 각각의 생각과 일을 하면서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소리가 조화를 이룰 때 그 조직은 더욱 잘 유지되고 발전해 나갑니다. 반면, 벽창우들이 지휘자에 협조를 하지 않고 불협화음을 내면 그 조직은 공멸하게 됩니다.

직원 여러분, 우리 공직자들은 스스로가 조직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다양한 국민생활을 조화롭게 하는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의 각기 다른 의견을 들어가며 각자가 내는 소리를 아름답게 꽃 피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공직자들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공직자들은 각자 맡은 업무에 다양한 민원과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예산수립에, 의회대응에 여러모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공직자들이 각인의 개성과 특성을 조화시키는 어려운 일을 하는 자리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음을 연주하지만 하나의 하모니로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오케스트라처럼 험난하고 지난한 이 순간을 극복해 나갑시다. 구성원으로서, 지휘자로서, 나부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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