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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와 품위가 실종된 세종시 의장의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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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와 품위가 실종된 세종시 의장의 성명서
  • 박찬민 기자
  • 승인 2024.02.18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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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열 의장이 지난 14일 세종시문화관광재단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세종시의회 제공)

[세종포스트 박찬민 기자]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표 임명을 둘러싼 시와 의회 간 대치가 평행선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인 소통과 대화, 협치가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애초부터 궤도를 이탈해 감정선의 골만 깊어져 가고 있다.

문제는 세종시의회 명의로 이순열 의장이 발표한 성명서다. 단순히 인사청문회를 촉구하는 성명의 수위를 넘어 최민호 시장에게 ‘분명히 경고한다’며 법과 제도, 시민과의 약속, 의회와의 협치를 무시하는 궤변과 '독단·독선·독주를 지금 당장 멈추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세종 시정을 대표하는 두 축 중의 한 축인 의장이 시장에게 보낸 문서를 통한 대화(성명서) 치고는 정도(正道)를 크게 벗어난 표현이다. 의장으로서 말의 품격을 벗어났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관광재단 대표 임명과 관련한 성명 내용으로는 사리나 도리에 크게 어긋났다는 얘기다.

옛 선비들은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척도로 여겼다. 당서(唐書) ‘선거지(選擧志)’에 나오는 내용으로,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을 으뜸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신(身)은 용모, 언(言)은 품위있는 말 솜씨, 서(書)는 인격의 또 다른 매무새인 글씨를, 판(判)은 세상 이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따라서 선비는 이 네 가지 중 한 가지라도 갖추지 못하면 그 인물됨을 낮게 평가했다. 신언서판에 비추어 보자면 이순열 의장은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말의 본새고, 두 번째는 판단 능력이다.

첫째, 재단 대표 임명과 관련해서 충분한 소통(그간 보도된 바에 따르면)이나 대화도 없이 발표한 성명치고는 표현 면에서 격을 잃었다는 점이다. ‘독단적인 임명강행’, ‘눈 가리고 아웅’, ‘시민들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린 처사’, ‘의회와 협치를 무시한 궤변 독단 독선 독주와 같은 표현 등은 의장으로서 시장에게 보내는 말과 문서로서는 함량 미달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이 정도 표현과 수위는 선거전이 한창 고조돼 ‘산전 수중전 공중전’이 절정에 이를 때 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 정상적인 임기가 진행 중인 시장과 의장 간에 오갈 표현 수위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품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게 기본이다. 그게 주권자인 시민에 대한 도리다. 과연 이런 거친 표현의 성명을 발표하고 향후 협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시민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참모들이 준비해줬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의장의 입을 통해서 발표했으면 의장의 말이 되고 품격 잃은 그 말의 책임은 의장의 몫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느 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는 구속력이 없는 임의 규정이다. 지난해 일부 개정된 지방자치법(47조 2항)에 명시된 인사청문회 조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장 인사청문회는 해당 자치단체의 장(시장)이 지방의회에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세종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에도 지방자치법 47조의 제2의1항에 따라 시장이 인사 청문 대상자를 의회에 제출할 때 구성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법과 조례의 해석대로라면 시장의 판단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춘희 시장 재임 8년간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고 임원추천위원회 방식으로 문화재단 대표는 물론 다른 산하기관장을 임명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인사청문회에 관한 지방자치법 개정이 안 된 상태였기는 했으나 상당수 자치단체에서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세종시의회는 인사청문회 도입은 물론 조례 제정에 대해 거론조차 없었다. 그리고 최민호 시장 취임과 함께 조례제정에 속도를 낸 것이다.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된다는 논리적 근거가 무엇인가. 지금은 조례가 제정돼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그럼 그때는 왜 조례제정을 하지 않았나. 또한, 성명 발표에 앞서 집행부와 충분한 소통과 논의는 있었는지, 그리고 일련의 과정이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공유됐는지도 살펴봤어야 했다.

정치인이 성명을 발표하고 정책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찬반을 논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다. 그러나 협치가 우선시 되어야 할 시정과 의정활동에 대화의 돌파구도 마련해 놓지 않은 채 거친 언어로 몰아세우기부터 하는 것은 절대 다수당의 힘자랑 같아 보인다. 앞에서도 거론했듯이 지금은 선정적인 성명전이 난무하는 선거기간도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세종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일 경우는 달라야 한다. 절차적인 근거와 단어 선택은 물론 전후 사정과 실체적 진실에 부합돼야 한다. 한마디로 경우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다시금 신언서판을 되놓이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품격을 갖춘 훌륭한 의장의 말 본새는 시민들도 바라는 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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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2-18 15:32:10
이게 기사냐 일기장이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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