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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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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 김덕주(담쟁이시민학교 교장)
  • 승인 201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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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아버지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셔서 /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빠를 가슴 아프게 하는 슬픈 시다. 초등학생이 썼다고 알려진 이 시는 오늘날 아빠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아빠들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늦은 퇴근으로 정작 아이들과 놀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집안에서는 왕따가 된 느낌이다.

이 땅에 사는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해 죽어라 일하는 사람들이다.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일부 있으나 대다수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만 새로운 밀이 생겨나듯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썩혀야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믿는다.

좋은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그 어떤 직책보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아버지가 된 일에서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을 찾는다. 좋은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거울도 되고 유리창도 되어 준다. 자녀가 그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비춰보게 하고 그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좋은 아버지는 두려움을 모르는 무쇠가 아니다. 그도 종종 두려워 떤다. 하지만 두려움의 노예가 되기보다 싸워 이기려 한다. 좋은 아버지는 말만 앞세우지 않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인다. 그는 자녀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걱정하기보다 자녀들이 항상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며 산다. 좋은 아버지는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을 결코 하찮거나 소일거리로 여기지 않는다. 그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소중한 투자임을 안다. 좋은 아버지는 날마다 배우며 산다. 무쇠도 부단히 갈면 바늘이 된다는 믿음으로 인생을 갈고 닦는다.

아직 우리 사회는 좋은 아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최근에 떠도는 유머는 ‘자녀가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머에 불과하지만 이 씁쓸한 이야기만 들어봐도 우리 사회는 자녀 양육에 있어 아빠의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공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세상의 많은 아버지들이 아내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면서도, 정작 가족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그건 사는 게 아니다. 사랑이 있어도 표현을 못하는 아버지들이기에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며 돈 버는 기계 노릇만 하고 있지 않을까? 존재감 없는 아버지들이여, 가족들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오늘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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