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원스톱이냐 환승이냐. 26일 광역 1004번 버스가 개통하면서 세종시 장군면과 고운동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기자는 이날 오전 8시 5분께 장군면사무소에서 출발해 반석역으로 향하는 1004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기점인 면사무소 앞에서 2명의 승객을 태웠다. 첫마을을 통과하면서는 승객수가 최대 20명을 기록했다.
장군면사무소에서 대전도시철도 반석역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7분. 고운동 가락마을 911단지 기준으로는 55분이 걸렸다.
1004번 광역노선 신설 전에는 환승이 일반적인 이동패턴이었다. 지선버스를 이용해 대중교통중심도로로 이동한 뒤 990번 비알티(BRT) 버스로 갈아타는 방식.
장군면의 경우, 530번 지선버스가 장군면사무소~제천리(종촌동)~성남고~정부세종청사 남측 비알티 도로로 최단거리 수송을 지원하고 있다. 배차간격이 최소 30분 이상인 단점은 있으나, 시간표만 잘 숙지하면 목적지인 반석역에 훨씬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실제 이날 8시 15분 530번을 타고 비알티로 환승하는 경로였다면 빠르면 8시 45분, 늦어도 8시 55분에는 반석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1004번보다 최대 27분이나 빠른 것. 장군면에서 고운아름종촌새롬한솔동 등 도시 내부 이동이 아니라 대전 진입이 목적이라면 메리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1004번 버스를 탑승한 배준영(23고운동 9단지) 씨는 “취업 준비 차 대전을 수시로 오가는데 지선버스를 타고 비알티로 갈아타면 반석역까지 시간을 잘 맞추면 50분, 그렇지 못하면 1시간은 걸린다”고 했다.
이처럼 소요시간만 놓고 보면, 1004번과 기존 환승간 큰 차이는 없었다. 1004번 광역노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고운동 주민들의 주장이 크게 틀리지 않았던 셈. 이날 탑승객들 사이에서도 ‘원스톱이냐 환승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반석까지 최소 43분이 걸리는 아름동, 38분 수준의 종촌동도 BRT 도로까지 환승 방식을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다. 28분인 새롬동, 23분 수준의 첫마을 5~7단지는 1004번의 편리함을 한껏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디젤 차량 특유의 엔진 소음은 바로 옆 좌석의 대화 소리마저 훔쳐갈 정도로 컸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책의 하나로 제시된 ‘디젤 차량 축소 방향’도 1004번 버스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소다.
2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버스 구조는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류장 대기소와 탑승문의 높이를 맞춘 비알티 버스와는 대조적이었다. 이는 하차문과 인접한 좌석에 교통약자 6석을 배려하고 ‘안심하차벨’이란 새로운 기능을 도입한 신선함을 떨어뜨렸다.
안심하차벨을 누르면 버스 기사가 안전한 하차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하차 후에는 인내해준 버스승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시스템이다.
물론 1004번의 장점도 많다. 비알티보다 좌석수가 7석 많은 34석이고 좌석 좌우 사이 통행로를 좁혀 보다 편안함을 부여했다. 대평동 세종버스터미널에서 반석역까지 버스 전용도로 구간에선 보다 안정감을 드러냈고, 이 구간을 10여분 만에 주파했다.
윤모(58장군면) 씨는 “그동안 버스가 다양하지 않아서 많이 불편했는데, 대전까지 비교적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며 “그래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시간을 조금 더 단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교통약자들의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한 안전편의시설을 지속 보완할 계획이다.
한편, 1004번은 장군면~고운동~아름동~종촌동~다정동~새롬동~첫마을(45673단지)을 거쳐 세종터미널, 반석역까지 왕복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매일 오전 5시 50분부터 밤 11시 10분까지, 운행간격은 15분(일요일공휴일 20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