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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 선거연령 하향, 2월 임시국회 통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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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 선거연령 하향, 2월 임시국회 통과할까?
  • 곽효원 인턴기자
  • 승인 2017.02.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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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국면서 개정 목소리 높아… 한국 정치사 새로운 변화 주목
소위 ‘고3’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전… 보수정치권 반대 ‘난관’


이번 겨울을 뜨겁게 한 촛불집회의 한 축에는 ‘청소년’이 있었다. 기성세대가 만든 부조리한 현실에 청소년은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은 새로운 정치를 위해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실화 여부를 떠나 조기 대선 국면의 또 다른 이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청소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선거연령, 한국은 OECD 꼴찌


조기 대선 국면에서 ‘만18세(고교 3학년생) 선거권’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정한 한국의 선거연령 만19세가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조항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만18세(19세)에게 선거권이 없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난 2015년 20세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을 두 살이나 낮췄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의 여야 정치권 모두 교육비 경감 정책을 내놓는 등 청소년 유권자 공약에 관심을 나타냈다.


유럽의 오스트리아는 선거연령이 16세이고, 이 외 OECD 32개국의 선거연령은 한국보다 1세 적은 18세다. 세계적인 추세를 대략 살펴보더라도 한국의 선거연령은 상대적으로 높다. 사실상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만18세 선거권’, 매번 해묵은 과제로 남은 이유


만18세 선거권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총선과 지방선거를 넘어 대선에 이르기까지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슈화 노력이 전개됐다. 19대 국회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진보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제출되고 폐기되고 계류되는 상황을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좌절된 이유는 무엇보다 ‘청소년은 미성숙해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비롯한다. 보수정치권이 이에 동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보수정치권이 표 계산 과정의 유불리를 따져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대 이하 젊은층이 역대 선거에서 야당 지지성향을 크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만18세 선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청소년들이 이 같은 보수정치권에 반기를 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적 이해득실이란 속내를 감춘 채, 고교 3년생인 만18세 청소년을 사회적 판단이 불가능한 연령대로 치부하고 있기에 그렇다.


일부 찬성론자들도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확대란 근본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또 다른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단체가 모인 ‘18세 선거권 공동행동네트워크’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따라 만18세 선거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장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이라며 “청소년에게도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미성숙과 비전문성을 근거로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선거를 면허제와 동일시하는 것”이라며 “특정 시민만이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선거권 보장, 정치문화의 발전으로


선거권이 보장되면 청소년이 정치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청소년 선거권은 한국사회의 정치문화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잖이 있다.


정 소장은 오히려 청소년의 참정권 부재가 한국 사회의 정치 문제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 사회는 정당의 이념·정책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과정이 시민의식과 정치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독일에서는 2002년에 안나 뤼우만이 19세로 국회의원에 선출됐다. 청소년기부터 정책이나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정당 가입이 가능한 정치문화 덕분이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각 정당의 공약집 분석과 토론 교육을 실시한다.


이들 국가와 지역에선 어린 시절부터 각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대한 관점을 키울 수 있는 정치문화가 형성돼 정치발전을 자연스레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연령 하향, 야당 4곳 모두 동의… 2월 임시국회 통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권에서도 선거연령 하향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만18세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 예상대로 야당 4곳은 동의하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교섭단체연설에서 “선거연령 인하 관련 법안은 이번 대선 전에 반드시 통과돼야한다”며 이번 달 임시 국회 추진 의사를 예고했다.


바른정당 역시 지난 1일 의원총회를 통해 선거연령 만18세 하향을 당론으로 합의했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만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기 등에 대한 세부사항은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 당과 정의당 역시 지난 달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처럼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 야당 4곳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2월 임시 국회에서 법안통과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본보는 이 같은 선거연령 하향 움직임 속에 이해 당사자인 지역의 한 고등학생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 대상은 오는 9일 한솔고 졸업 예정인 정우재(사진18) 씨.

그는 현재 가칭 청소년당 준비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인 청소년 운동가이기도 하다. 아래는 정 씨와의 일문일답.



-선거 연령 하향은 청소년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의가 있다. 만18세 선거권은 단계적으로 청소년 참정권이 실현되기 위한 시작점이라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다.


▲시작점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만18세 선거권 보장을 주장하는 많은 이들이 ‘만18세는 운전면허도 딸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데 왜 선거만 안 되냐’는 단순 논리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 참정권 범위가 선거권 보장에 국한하는 것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본다. 만18세 선거권 그 이상을 찾아가야한다.


-그렇다면 보다 넓은 차원의 청소년 참정권 보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모든 국가의 구성원은 사회계약 차원에서 국가로부터 다른 개인들과 동등하게 계약을 맺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이에 대해 청구할 권리조차 없다. 청소년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체에서 청소년 당사자를 위한 정책을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정권이 보장받는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시민 됨을 보장받는 것이다. 청소년의 권리를 점차 확대해나가는 투쟁에 있어서 참정권은 ‘우리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그 스피커가 켜지면, 보다 넓은 차원의 참정권 보장 운동에 나서고 싶다.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청소년 활동가로 활동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참정권이 없으니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청소년 활동에서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항상 “누구 따라왔어?”, “아니 무슨 참정권도 없는 사람이 정치 운동을 하나”, “판단 능력은 있나” 등의 질문을 받는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회적 구성원들은 청소년 활동가들의 역할을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프레임에 가두고 동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제한해야 한다거나 청소년이 정치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참정권을 제한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성숙하기 때문에 선거권을 제한해야한다는 논리는 유산계급만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을 때 무산계급으로부터 정치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용된 논리와 같다. 또 남성이 여성에게 정치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여성은 미성숙하다는 프레임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나이라는 위계 속에서 기득권이 정치적 권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미성숙하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숙이라는 기준도 의문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특정일 이전에는 미성숙하던 사람이 특정일이 지난다고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성숙과 미성숙은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인 기준이다. 청소년이 정치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정치혐오와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보인다. 정치가 어른들의 혼탁한 영역이고, 청소년은 순수한 존재로 보는 것. 기저에 ‘순수한 청소년이 정치라는 혼탁한 영역에 빠져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어떤 변화들을 기대할 수 있는가?


▲시민으로 인정받는 첫 걸음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정치적 공동체에 들어갈 수 있고 발언권이 보장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청소년들의 움직임과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라는 편견을 깰 기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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