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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탄 맞은 식당가, '영란정식' 역발상 마케팅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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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탄 맞은 식당가, '영란정식' 역발상 마케팅 등장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6.09.28 18: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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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 첫날 타깃된 ‘세종시’ 천태만상 스케치] 한우 전문점 등 울상 넘어 직격탄
공직사회 두 얼굴 연출… 란파라치 실체는 오리무중

 


김영란 법 시행 첫날인 28일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분류된 ‘세종시’. 이곳 역시 김영란 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본보는 이날 지역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 천태만상의 모습을 스케치해봤다. 식당 영업주들은 김영란 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고, 공직사회는 숨죽이며 만일에 있을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역발상 마케팅 나선 식당가들


세종시 금남면 성덕리 소재 ‘봉피양’(소고기 전문점)은 추석을 전후로 노래 가사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를 슬로건으로 내건 메뉴판 전단지를 지역 사회에 뿌리며 생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등심 1인(100g)과 생양념등심 2인(200g), 녹두빈대떡, 식사 3인분을 포함한 봉피양 3인 세트를 8만9000원의 기본 메뉴로 제시하고 있다. 1인 비용으로 환산 시 2만 9666원 꼴이다. 1명이 추가될 때마가 가격대를 3만 원 이하로 묶는 맞춤형 메뉴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저녁 시간대 주류 가격을 포함해 생각하면, 1인당 3만 원이 훌쩍 뛰어넘어 고민은 여전히 깊다.


장군면 소재 충남 대표 축산 브랜드 ‘토바우’ 안심 한우마을도 최근 비공식(?)적 신메뉴인 ‘영란정식’을 출시했다. 구이용(5종 중 택1) 정육(200g)에 후식, 주류 1병을 포함했다. 말 그대로 김영란 법이 낳은 아이러니한 메뉴라 할 수 있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이날 포함해 손님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금남면 축산리에 수십년째 자리 잡은 ‘죽림’(한우 전문점)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고급 한우 전문점을 표방하며 지난달 만해도 메뉴 개발에 큰 신경을 안쓰다가 최근 2만 원 대 메뉴를 만들었다.


죽림 관계자는 “20년된 지역 토착 음식점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는가. 밥상머리까지 국가가 터치하는 건 사회주의 아닌가”라며 “2만 원 대 메뉴는 사실 마이너스다. 하지만 당분간은 버텨볼 생각”이라고 성토했다. 


대부분 한우 전문점이 김영란 법의 최대 피해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는 양고기 집과 장어구이 전문점, 중국집, 횟집 등도 적잖이 줄어든 매출액 실적을 받아들었다는 후문이다.


일반 분식집과 백반집, 프랜차이즈 업종 등 1인당 1만5000원 이하 식당들은 대체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업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얼굴의 공직사회… ‘2만 원 이하 범위 식사’ VS '당분간 구내식당 이용‘


김영란 법의 핵심 타깃인 공직사회는 법 시행 첫 날 상반된 양상을 연출했다. 이날 잡은 타 직종 종사자들과 점심 또는 저녁약속을 취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평소대로 대수롭지 않게 약속을 갖다가 혹시 모를 불똥이 자신에게 떨어질까 우려한 것.


시의 한 공무원은 “2주 전 쯤 잘 아는 기자들과 공교롭게도 오늘 저녁을 약속했으나, 서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며 “법적 테두리 내에서 모임을 가지면 큰 문제는 없을테지만 웬지 꺼림칙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더욱 몸을 낮추고 있는 모양새다. 1대1 만남도 조심스러워 하는 민감한 공무원들도 종종 발견됐다. 실제 이날 청사 주변 식당가를 찾는 손님들이 확연히 줄었다.


김영란 법 적용 추이를 봐가며 당분간 구내식당을 이용하겠다는 공직자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 세종시 구내식당은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식수인원이 평균 450여명에서 500명 선까지 늘었고, 시교육청 역시 20여명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자체보다 다양한 메뉴 코너를 보유한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도 평소보다 많은 공무원이 자리를 차지했다.


공직자 범위에 함께 포함된 언론사 기자들과 세종시의원들도 ‘더치페이’ 문화에 동참하거나 구내식당 등에서 가볍게 식사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김영란 법의 핵심 타깃으로 부각되고 있는 세종시 전반 진풍경을 취재하는 언론사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반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보다는 평소대로 자주 찾던 식당가를 찾아 자유로이 발길을 옮기는 공무원들도 적잖았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자신의 양심에 비춰보고 상식선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 자리라면 그렇게 위축될 것까지는 없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란파라치 실체는 오리무중… 1차 고발 창구는 ‘국민권익위와 세종경찰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양성되고 있다는 란파라치(파파라치 + 김영란 신조어) 실체는 아직까지 세종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게 세종경찰서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월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풍문을 퍼트리고 있지만, 이날 오전 나성동 국세청 앞에서는 품귀는커녕 도시형 생활주택 임대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배포되며 수요자를 기다렸다. 


란파라치의 실체 여부를 떠나 당분간 김영란 법 위반 신고는 어진동 홈플러스 인근 정부세종청사 3단계 건물에 입주한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세종경찰서(지능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이 1차 고발 창구가 되고 있는 것.


하지만 2개 기관이 직접적으로 김영란 법 위반자 적발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세종서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서도 앞으로 민원인의 신고 또는 제보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며 “경찰이 아무런 정황과 근거 없이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란파라치 등 고발자들이 어설픈 정황과 증거로 고발장을 접수하다가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포상금 최대 2억 원에 눈이 멀어 역으로 법원의 심판대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영수증이나 동영상 등의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날 오후 4시50분 현재 김영란 법 위반 사실로 고발된 사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서는 이와 별개로 지난 1일부터 오는 12월 9월까지 ‘갑질 횡포 근절’ TF팀을 가동한다. 권력형 토착비리와 계약납품 등 거래관계 부정부패, 직장단체 내 직권 이용 부조리, 악덕소비자의 금품갈취 등에 대해 집중 단속한다. 지난 한달 사이 첩보를 입수한 단계에 진입했거나 수사 중인 사건도 여러 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는 법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문과 ‘Q&A' 제시 등의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시행된 김영란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기자,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과 향응을 받으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용 대상만 최대 400여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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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라니 2016-10-04 08:04:04
이러다가 또 시들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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