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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집’의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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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집’의 이유를 묻다
  • 김재중
  • 승인 2016.01.10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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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 사람들은 왜 집을 소유하려고만 하지?”


7~8년 전 쯤, 주한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외국인 친구가 가까운 몇몇 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중 불쑥 던진 질문이다. 아무도 똑 부러진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동료들은 “정착생활을 한 농경민족의 유전자 때문, 집 없는 설움을 겪은 부모세대의 훈육” 등 그럴듯한 개똥철학을 읊어댔다. 필자는 “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월급쟁이들이 재산을 늘릴 방법은 오로지 그것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샀다. ‘속물스럽다’는 눈빛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특히 세종시에서 그렇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도시다. 다들 세종시에 살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세종시 주택소유자 열 명 중 네 명은 ‘외지인’이다. 외지인 주택소유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집은 사놓고 정작 세종시에 들어와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들어와 살고 싶지 않지만, 집을 하나 쯤 사두고 싶은 도시가 바로 세종이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일까. 그렇지만 회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높은 외지인 주택소유 비율, 청약경쟁 과열, 프리미엄 상승.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격. 이미 시장이 확인시켜주고 있다. 소유와 주거가 한참 엇나가 있다는 것을.


사실 세종시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과는 무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약간의 프리미엄, 약간의 시세상승은 척박한 신도시 초기 이주민에게 ‘보상’과 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곳에 들어와 살지도 않으면서 시세차익만 노리는 ‘투자자’들이 양산해 내고 있다.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주거권을, 또는 소유권을, 그 기회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에 대한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 아니냐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유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본주의 역사가 깊은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주택이 공공재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을 자본증식의 수단으로 삼아 일부가 독식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 병폐를 이미 경험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청 등 주택당국도 현 제도가 가지고 있는 맹점을 보완하려 여러 가지 대안을 강구중이다. 세종시 주택공급제도, 현실은 어떻고 대안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다. 특히 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제언하고 있는 주거공공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한 번쯤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기를 권한다. ‘집’의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더 늦기 전에.


* 세종시 주택공급 제도의 문제점, 대안 등을 심층적으로 다룬 본보 192호 커버스토리 관련 기사는 11일 인터넷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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