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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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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바람이 분다
  • 윤형권
  • 승인 2012.08.09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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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장점은 이어나가고 단점은 고치고...친환경 삶 추구하는 사람에게 인기


시나브로 한옥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한옥도 ‘우리 집’으로 대접하는 추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옥은 분명히 ‘우리 집’인데도 양옥에 밀려서 고택(古宅) 취급을 받으며 뒷전이 됐다. 전국적으로 한옥은 현재 약 8만9000호로써 전체 주택의 0.6%에 불과하다.
한옥이 뒷전 신세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안방마님들의 외면(?) 때문이라면 안방마님에 대한 모함일까?
아무튼 주부들은 한옥이 불편하다고들 말한다. 일리가 있다. 전통적인 한옥의 주방(부엌)은 거실(대청) 또는 안방과 분리돼 있다. 이는 아궁이 하나로 난방과 취사를 겸하는 방식이라서 그렇다. 이런 주방구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또 한옥이 불편한 데는 방과 방을 연결하는 거실(대청)이 트인 구조라서 겨울에 춥기 때문이다. 한옥이 춥다고 말하는 데는 창문 때문이다. 기둥이나 창문틀이 마르면서 틈이 벌어져 냉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옥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옥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한옥목수들에 의해 전통방식은 유지하되 불편을 덜어주는 연구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7월28일 오후 젊은 한옥목수 최승호 대목장(문화재수리 기능장)이 지은 공주 마곡사 근처 송의정(55)·김선자(56) 부부의 한옥 ‘지족당(知足堂)’을 찾아 한옥의 멋스러움을 살펴봤다.<편집자 말>

▲ 지족당에서 주인장 부부와 최승호 목수가 웃고 있다.

"건축물이 수명을 다했을 때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 집은 어떤 집일까? 라고 고민하다가 한옥을 짓게 됐어요. 흙집도 생각했는데 한옥에 살아보니 한옥으로 결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주시 유구읍 구계리 마곡사 근처에서 한옥을 짓고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송의정(55)·김선자(56) 부부가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에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송·김 부부가 살고 있는 한옥은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 걸렸다. 안채는 팔작지붕으로 27평이다. 대지는 450평으로 마당이 있고, 뒤꼍에 밭이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1칸으로 쳐서 15칸 집이다. 방2개, 거실(대청), 화장실, 다락방이 있다. 거실은 전통적인 대청마루를 깔았다. 대청마루는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춥다. 그런데 이 집은 거실에 화목보일러 겸 화 목난로를 놓아 난방을 했다. 아주 합리적인 난방 방법을 썼다. 안채로 들어오는 행랑채는 맞배지붕으로 15평에 구들을 들인 방이 하나에 창
고 한 칸이 있다. 방과 창고 사이에 대문을 냈다.

재미있는 것은 집 바깥에 작은 해우소(화장실)를 둬서 근심을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집 해우소는 전통방식 그대로 따랐다.

송·김 부부는 3년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인쇄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 제조업을 했다. 지금은 동생에게 회사를 맡기고 한옥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송 씨는 전주가 고향이고 김 씨는 청주가 고향이다. 자녀들은 서울에 살고 있어 가족이 모이기 좋은 중간 지점인 공주에 자리를 잡았다.

▲ 농기구
▲ 아궁이

송·김 부부가 2010년께 대지(1억5000만)를 마련하고 한옥을 짓기로 하고 공주지역에서 목수를 구하기로 했는데, 너도나도 한옥을 짓겠다고 줄을 섰다. 송·김 부부는 한옥을 짓겠다고 나선 목수들이 미덥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최승호 목수 기사를 보고 마음을 정하고 최 목수에게 한옥 짓는 일을 맡겼다.

이렇게 해서 송·김 부부와 최승호 목수가 인연을 맺고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최 목수는 건축주가 한옥을 좋아하지 않으면 집을 지어주지 않는다. 건축비를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마다 한다. 송·김 부부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갑사 입구에 사는 최 목수 작업장을 3차례나 방문하고 겨우 최 목수의 승낙을 받았다.

송·김 부부가 준비한 대지는 산자락 끝에 있어 도로에서 10여 미터 높은 곳에 있다. 도로에서 보면 마치 성채 같다. 최 목수는 대지가 높은 점을 고려해 집을 나지막하게 짓기로 했다. 마당에서 기단을 자(약 90㎝) 높이로 하고 거실에 대청마루를 깔고 거실이 생활의 중심이 되도록 넓게 잡았다. 거실 천정은 서까래를 노출시켜 천정을 높였다. 거실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더라도 쾌적하게 했다. 한옥의 장점이다.

안채와 행랑채에 모두 부연(2중 처마)을 달아 멋을 한껏 부렸다. 마치 처녀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것처럼 한옥의 처마는 멋스러움 그 자체이면서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학이다. 한옥은 처마가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아파트나 관공서, 학교 등 콘크리트 건물은 미련하게도 처마가 없다. 이런 건물은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볕을 그대로 거실과 방으로 끌어들여 실내온도를 상승시킨다. 처마는 12시간 정도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막아줘 실내온도를 낮춰준다. 겨울에는 해가 낮아 따뜻한 햇볕을 실내로 은은하게 끌어들여 실내가 따뜻하다. 미련하게도 처마가 없는 건물은 요즘처럼 폭염에는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대도 소용이 없다. 조상의 지혜를 외면한, 미련한 현대인이다.

최 목수는 연구하는 한옥목수다. 좁은 대지에서도 마당을 넓게 쓸 수 있는 2층 한옥을 잘 짓는다. 조치원읍 한 식당은 최 목수가 처음으로 지은 2층 한옥이다. 재작년 계룡시 향적산 무상사 입구에도 2층 한옥을 지었다. 2층 한옥은 대지 활용이 좋다. 국내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2층 한옥을 지은 목수는 흔치 않다. 2층 한옥을 3채나 지은 최 목수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대지활용이나 현대인이 2층을 선호하는 것으로 봐서 2층 한옥은 매력이 있지만, 조상님들이 시도하지 않은방식을 하자니, 부담도 된다." 최 목수의 겸손한 말이다. 한옥의 장점을 살리는 전통방식을 따르되 현대에 맞는 소재 선택이나 건축방식을 과감하게 시도할 때 한옥도 더 나은 발전이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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