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땅값 올라서 좋겠다고? 삶의 터전, 돈과 바꿀 수 있나…”
상태바
“땅값 올라서 좋겠다고? 삶의 터전, 돈과 바꿀 수 있나…”
  • 정일웅
  • 승인 2012.05.01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충남 공주시 장기면 도계리 윤승현 씨

충남 공주시 장기면 도계리

"'아직(세종시 편입이) 피부에 와 닿는 건 없다. 다만 우리 후손이 이곳(공주시 장기면)에서 문화적, 경제적 혜택을 누리면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 연배의 사람들에게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공주시 장기면 도계리에서 대서소를 운영하는 윤승현(66·사진)씨가 한숨을 지었다.
오는 7월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에 맞춰 장기면은 공주시에서 세종시로 편입된다.
최근 세종시 출범을 틈 타 윤씨가 사는 장기면 주변의 토지매매 가격이 오르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공휴일이면 작은 시골동네가 시끌벅적해진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세종시에 편입돼 좋겠다", "땅값이 많이 올랐겠다"며 땅뙤기나 갖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윤씨는 이 같은 시선에부담스러워 한다. 윤씨는 "세종시에 편입되면 뭐가 좋아지나?"라며 되물었다.
윤씨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현지 원주민들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장기면이 세종시로 편입되면서 토지매매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오른 부동산의 매매가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이들에게 땅은 돈으로 환산한 재화가 아니라 ‘내가 사는 터전, 삶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웃돈을 주고라도 토지를 구입하려는 외지 사람들과는 땅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다.
"대대로 한 평생을 살아 온 땅인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자고 땅을 팔고 싶겠냐"는 윤씨는 "이곳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의 노년층"이라며 "우리(지역민)가 생활의 터전을 돈과 바꿀 수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땅값이 오르면서 내야 할 세금이 오른 것도 큰 부담"이라며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땅값이 오르고 덩달아 세금이 오르는 일이 달갑지 만은 않다"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울러 윤씨는 "내 자식들을 비롯해 이곳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이 직장을 따라서, 아이들 교육문제로 고향을 떠난 지 오래다. 덕분에 이곳은 노년층 사람들만 남게 됐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윤씨는 "오는 7월에 세종시가 출범하고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이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며 소망을 밝혔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