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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인사외압 논란, 맞춰지는 ‘퍼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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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인사외압 논란, 맞춰지는 ‘퍼즐 조각’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4.30 10:0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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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녹취록 파문] 이춘희 시장 측근 인사 '추천', 市 조직적 종촌복지센터 인사개입 정황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종촌종합복지센터(이하 복지센터) 개관 과정에서 불거진 전방위 채용외압의 실체가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녹취록은 전 복지센터장인 이정수(45) 씨가 만일을 대비해 세종시 복지공무원들과의 대화 및 통화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것들이다. 이 씨는 최근 변호사 공증을 거쳐 녹취록을 증거자료로 세종경찰서에 제출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정수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월부터 8월 복지센터 개관 직전까지 A 사무관(현 서기관), B 주무관 등이 이 센터장에게 ‘이춘희 시장 추천 인사’를 채용할 것을 압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 이들 공무원은 자격요건도 되지 않는 인사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채용할 것을 재촉했다.

과도한 인사개입 때문에 복지센터는 정작 필요로 했던 사회복지사를 줄이고 사무원 정원을 늘렸다. 이 시장 추천 인사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미뤄 애초 2015년 6월이던 개관일정도 9월로 3개월간 미뤄지기까지 했다는 게 이 전 센터장의 주장이다.

‘시장 추천 인사’는 이해찬 국회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C(여·51) 씨다. C씨는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에 6.13지방선거 세종시의회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했다. 국가균형발전공원 추진위원회, 세종시 안전도시위원회, 세종로컬푸드 소비자연구회 등 이 시장의 지척에서 활동했다.

C씨가 복지센터에서 근무할 때는 이 시장의 부인인 서명숙 씨가 최소 두 차례 이상 방문하는 등 서로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두 차례’는 이 전 센터장이 목격한 횟수다.

다음은 ‘시장 추천 인사’ C씨의 채용을 이정수 전 센터장에게 압박하는 세종시 공무원들의 발언 내용이다.

“왜 사회복지사 많이 뽑나? 법대 나온 사람 뽑아야”

2015년 3월 24일 오후 2시 관리·감독 부서인 세종시 복지정책과와 이정수 전 센터장 간 인력 충원 계획을 협의하는 자리였다. 이 전 센터장은 당시 대화 내용을 녹취하지 않은 대신 협의를 마친 직후 보고서 형태로 작성해뒀다.

보고서에 따르면 A 사무관은 이 센터장에게 “법대나 경영대 나온 사람들이 기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회계가 중요한데 과장급으로 채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시장 추천 인사’인 C씨를 과장급(선임사무원)으로 선발하라는 얘기다. C씨는 한국방송통신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센터장이 “개관 초기인 만큼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센터운영의 기반을 조성하고 향후 다양한 역량과 사회복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A 사무관은 “왜 이렇게 사회복지사를 많이 뽑느냐. 보건복지부에서도 사회복지사 없애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녹취 내용에 대해 A 사무관은 “나는 2015년 2월 9일 자로 보건복지부에서 넘어왔는데 C씨가 캠프에 있었는지, 시장 측근인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했다. “녹취록이 있다는데 서로 틀어놓고 따져볼 것”이라며 “경찰에서 얘기하겠다.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C씨 채용이 이 시장의 지시였다는 정황이 녹취록에서 드러난다. 추천 인사들을 총괄부서에 채용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2015년 4월 어느 날이었다.

이춘희 시장 추천 인사와 A 사무관 추천 인사를 기획경영부에 배치하겠다는 대화 내용 녹취록.

“조직도가 좀 변경된 게 있는데요. 대외협력실이 하나…” (이 전 센터장)
“당초에 공문이 이렇게 와서 이렇게 승인할게요. 그거 하나만 더 추가됐더군요. 그거를 기획경영부 안에다…” (B 주무관)
“47명 직원 기준에 시장님이랑 계장님 추천자가 여기 들어갈 것 같아요.” (이 전 센터장)
“그분들도 맨 복지관 일을 해야잖아요?” (B 주무관)
“그래서 저희가 부서를 하나 더 만드는 상황입니다.” (이 전 센터장)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시 세종시 신도시(행복도시) 최초 복지관을 수탁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개관 과정의 특수성으로 이해해달라”며 “복지관 역할에 부합하는 직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곳저곳에서 추천한 것이지, 인사청탁이나 외압을 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통상적이지 않은 민간위탁기관 공무원 면접관 참여

공무원들은 면접심사위원으로도 직접 참여했다. 이 전 센터장은 공무원이 면접에 참여하는 것이 민간위탁 취지에 어긋난다고 저항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실제 복지센터 채용 면접에는 복지정책과 공무원들이 번갈아 가며 심사에 참여했다. 당시 인사외압에 관여한 A 사무관과 B 주무관도 각각 2회씩 심사위원을 맡았다.

지자체가 민간위탁한 복지관 직원 채용과정에 공무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복지계의 증언이다.

대전의 한 민간위탁 복지관에서 관장을 지낸 D씨는 “보조금을 준다고 공무원이 위탁기관 채용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일은 없다”며 “보조금을 이유로 교육청 공무원이 사립학교 교직원 채용 면접심사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녹취록은 면접관 1인을 ‘시장 추천자’에서 ‘관계 공무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세종시 복지정책과 공무원들이 면접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겠다는 대화 내용 녹취록.

“면접 심사위원은 4명에다 시장 추천자가 1명으로 돼 있거든요. (시장 추천자가) 공무원인데…” (이 전 센터장)
“이렇게 하면 이게 우리 내부적으로만 하더라도 누구라고 알 수 있잖아요. 법인관계자 2명, 센터장님 포함해서 전문가, 관계 공무원… 이렇게 하면 누군지 잘 모를 거 아니에요.” (B 주무관)
“그럼 시장 추천자 쓰지 말고 관계 공무원으로 할까요?” (이 전 센터장)
“그렇죠. 관계 공무원. 관계 공무원이 여러 명 있으니까 누군지는 모를 거 아니에요.” (B 주무관)
“근로기준법상 공무원이 면접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그것을 인사개입으로 보는 거예요. 나중에 누군가가 혹시 소송을 제기했을 때 […] 위탁 줬는데 왜 면접에 참여하느냐… 외부에서 봤을 때는 면접이 압력에 의해서 됐다고 볼 수도 있고…” (이 전 센터장)
“우리가 위탁 주고 위탁법인에 전혀 관여를 안 하는 게…” (B 주무관)
“원래는 관여를 잘 안 하거든요.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전 센터장)

이에 대해 시 감사위원회는 2015년 감사에서 “사회복지담당공무원과 수탁법인이 사전협의하여 시행한 사안” “수탁자의 인사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 등의 결론을 내렸다.

공무원들 스스로 인정한 ‘시장 추천 인사’ 부적격성

처음에 이 전 센터장은 세종시가 유달리 능력 있는 사람에 집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통상적이지 않은 필기시험 전형까지 마련했었다. 나중에 필기시험 전형이 빠진 것도 세종시 공무원들의 강요에 의해서였다.

세종시 공무원들도 ‘시장 추천 인사’가 복지센터를 총괄할 정도의 유능한 사람으로 믿었던 것 같다. 복지관 경영기획부서 채용을 고집한 이유다.

하지만 막상 이력서를 보고는 C씨가 부적격자란 사실을 시 공무원들도 스스로 인정했다. 인사청탁 때문에 사회복지사 정원을 세 명이나 줄인 사실도 자인했다.

세종시 공무원들도 '시장 추천 인사' C씨를 복지센터에 채용하기가 부적합하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대화 내용 녹취록.

“이분(C씨)이 선임사무원 하기엔 좀 그렇죠? […] 사회복지사를 사무원 티오(TO)로 돌려서 사무원이 3명이나 되니까…” (B 주무관)
“네 그렇죠. 고민이 많았어요. 선임사무원을 하려면 행정업무를 해야 하는데 과연 컴퓨터나 이런 거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 처음 시작할 때 좋은 인재들을 채용해서 복지관 잘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분들이 오시게 되면 이분들의 부족한 역량을 다른 직원이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 전 센터장)
[…]
“이분(C씨)이 오시긴 오셔야 하는데… 저희가 지원 분야를 써달라고 할 때 이메일로 보낸다든가 아니면 파일명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세 개를 다 안 했어요. 자격요건이 없어서… 이분이 선임 요구한 게 아니라면 오히려 주간보호소 어르신들하고 프로그램하는 거 잘할 것 같고…” (이 전 센터장)
“이거는 좀 사실 큰 실수를 하는데… 다음엔 공정하게 일을 할 거니까. 적임자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조용하게…” (당시 E 복지정책과장)

당시 E 복지정책과장이 C씨에 대한 인사청탁이 ‘큰 실수’라고 인정한 뒤 향후 ‘공정한’ 채용을 약속하고 있다. 인사청탁에 대한 보안 유지도 강조했다.

인사청탁 비밀 강조하는 공무원들… 정무부시장도 채용외압 연루 정황

B 주무관이 E 과장을 거들고 나서자 이 전 센터장은 인사청탁자 선발을 위해 ‘세종시민 가산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채용과정이 공정했다면 합격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의미다. 홍영섭 당시 정무부시장(현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의 인사개입 연루 정황도 드러난다.

인사 청탁에 대한 비밀 유지를 강조하는 대화 내용 녹취록. 홍영섭 전 정무부시장이 '시장 추천 인사' C씨 채용에 연루된 정황이 나온다.

“비밀을 유지해 주세요.” (B 주무관)
“저희가 세종시민 가산점수 10점을 줬어요. 직원들한테도 얘기 안 했어요.” (이 전 센터장)
[…]
“이분(C씨)이랑 통화가 되면 자격증 있는 게 있는지, 교육 이수한 거라도 있으면 가산점수가 되니까.” (이 전 센터장)
“직접 전화하시는 것보다는 다른 핸드폰에서 부시장님께 보고해서…” (E 복지정책과장)
 
결국 ‘시장 추천 인사’ C씨는 2차 채용에 합격, 2015년 7월 복지센터에 채용돼 같은 해 12월 퇴사 때까지 사무원으로 근무했다. 일부 언론이 C씨 채용의 문제점을 보도하자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당시 얘기를 1에서 10까지 모두 얘기해야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참고인 조사 요청이 오면 그때 모든 걸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 감사위원회는 복지센터 개관 과정에서 인사외압과 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감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12월 감사 결과를 비공개로 내부 종결했다. 당시 이 전 센터장은 시 감사위원회에 “인사외압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부인했었다. 이 전 센터장은 “센터를 개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A 사무관은 2015년 11월 노인보건장애인과로 전보됐다가 이듬해 6월 여성가족과장으로 승진했다 다시 지난해 12월 건설교통국 내 한 부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사회복지직이 차별받아서는 안 되지만 다수인 행정직에 밀려 인사에서 소외당하는 여느 지자체와는 다른 양상이란 게 시 공직사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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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8-04-30 23:18:09
세종시장은 문재인 대통령 가시는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네요
청렴한 세종시를 기대해봅니다

흙수저의 설움 2018-05-01 02:55:31
헐... 엄청난 사건이네요. 정말 혀가 차일정도네요.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세종포스트에 박수를 보냅니다. 권력에 눈치보지 않은 세종포스트와 한지혜 기자님 흙수저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오는 그런 세종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 사건 명명백백히 파헤쳐 주세요.

아주 지랄들을 한다 2018-05-03 21:37:43
이런 지랄같은경우를 보았나
아주 다해쳐먹어라
세종시 공무원 , 시장 , 의원에게 줄서면
모든것이 해결. 되는것인가
끝까지 진실을 밝혀주세요
기자님 화이팅

웃긴다 2018-05-05 18:17:13
한심한일이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군요
기자님 이정도면 누군가가 책임지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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