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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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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패러독스
  • 최태영 기자
  • 승인 2014.02.0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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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이주 공무원 ‘진심 토크’ | ‘불편의 역설’

기재부·국토부·환경부 4~6급 공무원 ‘3인 3색’
불편해서?... 지출 줄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 늘어
"당장 힘들어도 발전 가능성 기대" 이구동성

지난해 연말까지 중앙행정기관 2단계 이전이 완료됐다. 이로써 정부세종청사에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30개 기관과 국책연구기관 등 1만102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 올 연말 3단계로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소방방재청 등 4개 부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비롯해 12개 국책연구기관 등 총 4857명이 옮겨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약 1만5000명의 공무원이 행복도시에 종사하게 된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약 4만5000명의 인구가 늘어나는 셈.

세종시는 여전히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멀리 조치원, 대전 둔산 등지까지 찾아다니며 식사를 해결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주자들의 수요를 채워줄 문화예술 공연도 마땅치 않다. 학교와 교실이 부족한 교육 분야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청사와 주거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나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도 상존해 있다. 반면 가족이 모두 행복도시로 이주한 공무원들도 상당수다. 향후 행복도시의 발전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이주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본보는 이처럼 세종시의 발전 기대감을 갖고 가족이 함께 이주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달라진 생활의 변화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터뷰에는 각 부처 공무원 3명이 참여했다. 이른바 ‘세종시 이주공무원 진심 토크.’ 직급별로는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을 1명씩 골고루 섭외했다. 환경부 A씨(여), 기획재정부 B씨, 국토교통부 C씨가 말하는 행복도시 이야기는 이렇게 구성됐다.<편집자 말>


"급매로 집 팔고 이사"


세종시로 언제 이사 왔나.

A : 작년 1월 4일 수원에서 이사 왔다. 남편과 두 자녀 등 네 가족이 모두 함께 왔다.

B : 나도 지난해 2월,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서 살다가 아내와 두 아이 등 네 가족이 이사 왔다.

C : 정부청사 1단계 이전(2012년 12월) 후 8개월만인 지난해 8월 두 자녀 등 네 가족이 내려왔다.


주택 구입은 어떻게 했나. 전에 살던 주택의 처분은 어렵지 않았나.

A : 쉽진 않았다. 이사 오기 전에 집을 내놨는데, 6개월간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집값을 시세보다 수천만 원 싸게 급매물로 내놨더니 바로 팔렸다. 33평 살다가 45평으로 넓혀 왔다. 아무래도 수도권 집값이 비싸다 보니 이곳에서 주택을 구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B :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긴 한가 보다. 나 역시 평촌에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전세를 주고 내려왔다. 이곳에서도 전세로 살고 있다. 평수는 24평 살다 45평으로 넓어져 살기는 좋다.

C : 평수 넓어져 가족들이 좋아하긴 나 역시 마찬가지다. 23평 살다 33평집을 구입해 이사했다. 그런데 난 전에 살던 집이 전세여서 이번에 주택을 구입하면서 담보대출을 받아 빚이 조금 늘었다.(웃음)


왜 이사하기로 했나

C : 사실 아이들 교육문제로 다소 고민을 했다. 하지만 가족은 함께 생활해야 ‘가족’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이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할 때는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4시간 이상이었다. 생활이 너무 불편했다.

A : 나도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다 새로 쓰이는 세종시의 역사와 같이 하고 싶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감도 있었다.

B : 나 역시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정책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부응하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역시 ‘가족’이다. 교육이나 기타 이유로 가족이 떨어져 살면 구성원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겠나. 행복의 전제조건은 가족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주지를 옮긴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닌데, 본인이나 가족들 반대는 없었나.

B : 왜 없었겠나. 처음엔 서울 출신인 아내는 물론 아이들 모두 반대가 극렬했다. 거의 데모하는(?) 수준이었다.(웃음) 생각지도 못했던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다 친구도 없어 불편할 것이란 이유였다. 아이들이 이곳으로 내려온 뒤에도 2~3개월 간 친구들 만난다고 서울을 오가곤 했다. 그나마 지금은 조금 안정(?)을 찾았다. 이젠 아이들도 친구 만난다며 서울까지 버스타고 오가지는 않더라.

C : 수도권 생활에 이미 적응해 있던 아이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도 가장인데, 끊임없이 아이들을 설득했다.

A : 자녀들이 완강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직장이 대전인 남편이 함께 설득했다. 수원에서 대전까지 출퇴근하는 남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거다.

"서울 출장길 대중교통 불편"


세종시로 이주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A :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소 역설적인데, 이곳으로 이사 온 뒤 마땅히 다닐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무엇이든 가족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기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출퇴근 시간이 상당히 줄었다는 거다. 특히 직장 내 여직원들 사이에선 마땅한 소비처가 없다보니 지출이 줄어들어 좋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B : 가족들과 좀 더 친해졌다. 어차피 외출해봐야 갈 데가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서로 자주 보게 되고 관심도 더 많이 갖게 됐다. 다만 출장 등 근무환경이 다소 힘들어졌다. 서울 출장이 많은데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보니 육체적으로 힘들다.(그는 "이왕이면 대중교통을 늘려달라는 보도 좀 해 달라"며 웃었다)

C : 아직 세종시가 건설 중이라고는 하나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해 일상생활이 다소 불편하다. 그래도 역시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는 데 한 표 주고 싶다.


이주 후 가족들의 반응은.

B : 아내와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이웃과 만남을 가져야 하는 등 새로 적응하는데 1년이란 시간은 아직 짧은 것 같다. 그래서 가족들은 아직도 인생에서 얻을 것 보다 잃은 게 많다고 느낀다. 역시 생활 속에서 불편함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다.

C : 쾌적한 도시 주거 환경은 좋아 한다. 하지만 교통·교육·편의·문화시설 등 여전히 많은 부분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A : 우리 집은 조금 다른데, 자녀들이 꽤 좋아한다. 처음엔 당연히 바뀐 교육환경에 낯설고 좌충우돌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가 집과 가까운 점 때문에 좋아한다. 다만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약간의 왕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성적도 떨어졌는데, 이주 후 스트레스 등을 받은 영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전과 비교해 이주 후 가장 큰 장점이나 단점을 꼽는다면.

C : 여전히 불편하지만 굳이 장점을 예로 들자면 금강변에 조성돼 있는 자전거도로 정도다. 그 외는 도로, 전시공연 등 문화적 측면, 외지와의 교통 접근성, 교육 등 전반적으로 불편하다.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다. 이런 시설들이 조속히 갖춰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B : 장점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생활의 불편함이 가장 큰 문제다. 단적으로 봐도 대형마트나 영화관 하나 없다.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조차 없다. 특히 행복도시 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 2단계만 봐도 버스 타기가 쉽지 않다. 배차 시간을 왜 그렇게 길게 잡아 놨는지 모르겠다. 또 KTX 이용을 위한 오송역과의 연계성이 매우 떨어진다. 도시 발전의 장기적 측면에서 보자면 기차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세종시에 기차역이 없다는 건 향후 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종합적으로 보면 장점은 없고, 불편한 것들이 많은데, 앞으로 행정수도 기능을 하게 되는 등 이런 문제를 상쇄할 수 있도록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갖고 있다.

A : 난 ‘대한민국 아줌마’라 그런지 두 분과 의견이 약간 다르다.(웃음) 먼저 불편한 점이 없다. 집집마다 차가 있는데 요즘 어디든 다닐 수 있지 않나. 다만 다양한 업종이 없어 간혹 불편한 것 빼놓고는 만족스럽다. 무얼 배우고 싶은데, 문화센터 등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다. 그런데 한 1년 살아보니 봄, 여름, 가을까지는 좋은데 겨울에 접어들면서 도시가 허전하고 삭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공사 현장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생활의 단조로움을 느끼곤 한다.

"학교운동장 너무 좁아"


이주 후 불편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B : 주로 교통, 교육, 기반시설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교육 측면에선 학교 운동장이 너무 작아 보인다. 또 교장·교감·교사들이 규제 중심의 보수적인 학교 문화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이 안 되면 이주를 꺼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둘째, 교통 문제에서 특히 도로가 좁고, 금세 막힌다는 거다. 여기다 주차장 부족도 심각하다. 상가 주변 주차장은 절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기반시설 부분인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영화관, 스포츠시설, 운동장, 대형병원 등 편익시설이 없다는 건 생활 속에서 가장 큰 문제다.

A : 계획된 도시이기 때문에 주거 형태나 거리 풍경이 다양해져야 한다. 도시를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건축물이나 각종 시설물 등을 비롯해 거리에서, 간판에서, 주택에서 등등 그것 자체가 문화이자 예술이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세종시만의 건축문화가 필요하다. 건축물들의 설계부터 완공까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일정부분 통제가 필요한데, 통제의 역설이라고 해 두면 좋겠다.

C : 앞서 언급한 대로 도시기반시설이 매우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세종시 이주를 꺼리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B : 하나는 구조적 요인이고, 또 하나는 불편함이다. 구조적 측면에선 먼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 내려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부류가 20~30% 정도다. 그리고 나처럼 내려온 경우가 20~30% 정도고, 나머지 원투룸 거주자가 20~30%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령자들의 퇴직 등 자연감소가 이뤄지면 순차적으로 이주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A : 동감한다. 연령별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50대의 경우 잔여 근무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주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 있다. 나만 희생하면 되는데, 굳이 가족과 함께 이주해 평생 정착하기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50대는 거의 안내려온다고 보면 된다. 40대의 경우 중고교생 교육·진학 문제, 맞벌이 부부라면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그 외의 40대들은 내려왔거나 내려올 거다. 그리고 싱글들은 대부분 내려왔다고 보면 맞다. 도시가 정착돼 갈수록 이주하는 인구는 늘어날 거다.

C : 내 경우는 자녀 교육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곳으로 내려온 현재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중학교 이상이면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맞벌이 부부도 이주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태영 기자 ctywo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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