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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집 사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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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집 사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 김재중
  • 승인 2014.01.1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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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기자의 뉴스리뷰 |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가계대출 ‘사상 최고’, 주택담보 증가가 원인
‘규제=비정상’ 선입견 갇혀 빗장풀기에만 골몰


‘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 쓰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말이다. 한나라당 의원시절부터 대통령 후보 시절은 물론 대통령에 당선돼서도 이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최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 사용하는 말이 돼 버린 것이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정책을 설명하는 가운데서도 ‘정상화’란 말이 사용됐다. ‘각종 부동산 규제’는 비정상이고 규제를 푸는 행위를 통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박 대통령은 먼저 "올해부터 주택매매가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도세 중과폐지나 취득세 영구인하, 수직증축 허용과 같은 부동산 관련법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그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진 것이다.

뒤이어 박 대통령은 "집이 두 채 있어서 한 채 팔고 싶었는데 세금 때문에 팔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도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지방에 집 한 채 더 마련할까 하다가도 세금 때문에 엄두를 못 냈던 국민들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집이 두 채 있어서 한 채를 팔고 싶은 사람, 지방에 집 한 채를 더 마련할까 하는 사람들’.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표현대로라면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부동산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게 ‘비정상’이고 각종 규제를 철폐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 것이 ‘정상화’인 셈이다.

그러나 가계금융 추이를 보면 현 상황이 대통령의 바람대로 ‘정상화’되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를 보면 지난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액은 681조 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규모는 7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가계대출액이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정부 부동산정책이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보면 MB정부 말기인 2012년 4월부터 11월까지 늘어난 가계대출 규모는 13조 5000억 원, 이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1.4%인 4조 50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24조 6000억 원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절반을 넘는 13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2012년과 2013년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가계대출이 얼마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핵심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단박에 간파할 수 있다. 다름 아닌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그래도 대출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의지다. 박 대통령은 "주택매입자에게 장기 저리 대출, 이것을 올해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주택을 매입하는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계부채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역설적인 것은 대통령 스스로 "하우스푸어 문제는 가계부채의 핵심이고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값 하락을 막을 부양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양책이란 것이 빚내서 집 사길 권하는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엔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박 대통령의 ‘정상화’ 의지에 따라 MB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빗장을 열어왔던 부동산 규제가 현 정부 들어 거의 완벽하게 철폐됐다. 남은 것이라곤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인 ‘분양가상한제’ 하나뿐이다. 국회에 상정된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안이 내달 임시국회에서 집중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지막 빗장까지 풀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대통령의 의지대로 마지막 빗장까지 풀리면 부동산 시장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능할지 정말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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