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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일제 쇠말뚝?…신빙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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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일제 쇠말뚝?…신빙성 없다
  • 김재중
  • 승인 2013.03.1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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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안의 과도한 민족주의는 문제없나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면서 반일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안의 과도한 민족주의’ 또한 경계해야 함을 보여주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사건의 무대는 세종시 주산(主山)인 전월산의 일명 ‘터진바위(바위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어 붙여진 이름)’.

지난달 28일 세종시 연기면과 민족정기선양위원회(이하 선양위)는 세종시 전월산에서 일제가 박은 것으로 추정되는 쇠말뚝을 뽑아내기에 앞서 고유제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연기면 공무원과 이장단, 지역 원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선양위 관계자는 "지역주민 강 모 씨가 쇠말뚝을 발견한 뒤 제보를 해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일제가 박은 쇠말뚝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제보자 강 씨는 본보에 "지난 2011년 9월 약초를 캐러 산에 올라갔다가 그곳(터진바위)에서 쇠말뚝을 처음으로 발견했으며,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한 쇠말뚝을 다른 곳에서도 본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대전KBS는 제보자 강 씨의 증언을 토대로 지난해 11월 "세종시 한복판에서 일제강점기 때 박힌 것으로 보이는 쇠말뚝이 발견됐다"며 "정부청사를 감싸고 있는 곳이라 만일 일제가 박아놓은 게 맞다면 제거가 시급하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전월산 쇠말뚝 제거행사 ‘촌극’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세종시 전월산의 쇠말뚝 제거 행사는 과도한 ‘우리 안의 민족주의’와 언론의 부실한 확인취재가 빚어낸 촌극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지역 토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옛 연기군 주민들이 쇠말뚝의 실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주민 전 모(78)씨는 "이번에 쇠말뚝이 박혀 있다는 전월산 바위에 어렸을 때부터 놀러 다닌 기억이 있는데 그 때(50여년 전)는 쇠말뚝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1960년대 이후 쇠말뚝이 설치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선양위가 전월산 쇠말뚝을 일제의 소행이라며 내세우고 있는 근거 또한 빈약하다. 선양위 관계자는 "인근 군부대에 질의한 결과, 군에서는 박지 않았다고 하니 일제가 박은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한 채 비약적 논리를 펴고 있는 셈이다.

정작 본보가 관할 군부대에 확인한 결과 군 당국은 "언론사 한 곳에서 군에서 설치한 쇠말뚝인지에 대한 확인 요청이 와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을 뿐, 군에서 설치하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답변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군사용 쇠말뚝일 가능성에 무게

그렇다면 전월산 쇠말뚝의 실체는 무엇일까. 선양위의 주장과 달리 군부대에서 유격훈련을 위해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빙성 있는 증언과 정황이 포착됐다.

‘유격훈련 조교 출신’이라는 세종시 주민 윤 모 씨는 "전월산에서 발견된 쇠말뚝이 3열 3행의 밭 전(田)자 모양으로 박혀 있는데 이는 군에서 유격훈련을 위해 로프를 매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주민은 "터진바위에 설치된 쇠말뚝에 줄을 매서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월산 터진바위 쇠말뚝 인근에는 군용 시설물로 보이는 시멘트 블록의 잔해가 흩어져 있으며 축조년도를 의미하는 ‘1988. 5. 13’이라는 숫자가 발견되기 했다.

전월산 터진바위가 아닌 서측 등산로에는 최근까지 군에서 유격훈련을 위해 사용한 암벽 훈련장이 존재한다. 확인결과, 이곳 전월산 서측 군 암벽훈련장에 박혀 있는 쇠말뚝은 선양위가 일제의 혈침이라고 주장하는 터진바위 쇠말뚝과 재질은 물론 외양까지 일치했다.

본보 취재에 동행한 세종시 주민 박 모 씨는 "행정기관까지 나서 지역 행사를 벌였는데 만약 일제가 박은 쇠말뚝이 아니라면 상당히 망신스러운 일"이라며 "성분분석 등 과학적 증거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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