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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삼성 지배구조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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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삼성 지배구조 재편
  • 송영웅 팀장(한국일보 신사업기획TF)
  • 승인 2016.08.1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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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웅의 경제포커스 | 삼성 3세 경영승계

이 부회장, 지분 상속 위해 7조 필요
삼성SDS 상장, 실탄 3조 마련 그쳐
지주사 체제 전환 등 우회적 방법도

요즘 같은 연말에는 각종 송년모임으로 저녁시간이 바빠진다. 지난주 한 동창모임에선 삼성SDS 공모주에 청약을 했던 한 친구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수 천 만원의 청약증거금을 걸고도 채 5주도 못 받았다는 푸념이 나왔고, 이 이야기는 결국 삼성그룹의 경영 승계구조까지 비약됐다.


이건희 회장이 올해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모든 활동을 접은 직후, 삼성그룹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이 회장의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고민은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삼성전자가 삼성SDI,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을 순환출자 형태로 거느리는 구조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20.76%, 삼성전자 3.38%, 제일모직(에버랜드) 3.72% 등의 지분을 가지고 사실상 그룹을 지배해 왔다. 이 회장은 이외에 삼성물산 1.4%, 삼성종합화학 1.1% 등 시가총액 기준 약 13조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0.6%, 제일모직 25.1%, 삼성SDS 11.3%, 삼성자산운용 7.7% 등 약 3조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지분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긴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의 유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부친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중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가치는 11조원(12월1일 기준)을 약간 웃돈다. 일반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실질 세율이 65%인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부친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 받을 때 내야할 상속세는 7조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달 삼성SDS 상장과 이달 중순에 있을 제일모직 상장은 바로 이런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마련해 주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삼성SDS는 이번 상장에서 업계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신주 발행이 아닌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했다. 신주매출은 자본금 유입이 일어나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반면, 구주매출은 그야말로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팔기 때문에 자본금은 그대로 있고 구 주주들에게만 주식매각 혜택이 돌아간다. 굳이 자본금을 늘릴 필요가 없을 때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삼성SDS의 경영 상태는 예전에 비해 그리 녹록치 않은 상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삼성SDS 상장으로 3조원 정도의 실탄을 마련했다. 하지만 부친이 물려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상속세를 감당하기엔 4조 원가량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다소 복잡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삼성전자를 투자 부문(홀딩스)과 사업 자회사로 분리하고, 이후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69%)을 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최대주주로 우회 등극하는 방법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약 180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홀딩스와 사업자회사를 2(36조원)대 8(144조원)로 나누면 이 부회장 측이 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상장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하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결 공고해질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지주사 체제 시나리오로 가기 위해선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7.2%)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이 부회장 입장에선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상장해 당분간 주가 흐름을 보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금산법의 진행 추이에 따라 움직일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타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가는 떨어지는 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이제 본격 궤도에 오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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