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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뭔 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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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뭔 소린지?
  • 문옥배 음악평론가(당진문예의전당 관장)
  • 승인 2014.12.0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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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배의 문화읽기 | 명곡해설집

음악전공자들도 이해 못할 작품 설명
버나드쇼, ‘죽느냐 사느냐’ 빗대 비판
외적 배경 이해하고 느끼는 게 최선

음악애호가라면 하나쯤 소장하고 있는 책이 명곡해설집일 것이다. 저서의 이름도 다양해 <명곡해설> <음악감상법> <음악감상입문> 등으로 붙이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작품의 창작 동기, 시대적 배경, 비하인드 스토리(작곡자의 주변이야기) 등을 서술한 다음 본격적인 내용은 작품의 형식과 구조를 서술한다.
이러한 음악해설서의 원조는 19세기의 음악학자인 크레추마어(Hermann Kretzschmar, 18481924)가 발표한 <연주회장의 안내자>(1887)라는 책이다. 이후 대다수의 음악해설서는 이 저서의 해설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처음 듣는 곡을 명곡해설집의 설명만 보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왜 그럴까? 필자가 음악애호가를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명곡해설집의 내용에 대해 물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한다. 그럼 실제로 어느 명곡해설집에 서술돼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제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소나타형식


“클라리넷과 현악합주가 유니즌으로 유명한 4개의 음으로 된 동기를 ff로 억세게 후려갈긴다. 지극히 남성적이다. 그리고 이 리듬형은 무한히 계속되어 전곡을 꿰뚫게 된다. 제2주제는 단호한 호른의 독주가 4마디 있은 뒤, p로 돌체 기호가 제시된 것을 제1바이올린이 순하고 부드럽게 노래하는 것으로, 이것은 클라리넷과 플루트로 이어진다.


필자 생각에 이러한 작품해설은 악보를 펴 놓고 짚어가면서 살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음악전공자라 하더라도 처음 듣는 곡을 명곡해설집의 설명만 보고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 해설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작품을 외울 정도여서 어떤 악기가 언제 나오고, 악상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음악해설방식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극작가이자 비평가로 19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를 음악해설식으로 설명하면서 비판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중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


“셰익스피어는 흔히 도입부를 생략하고 부정사(To bo)를 써서 주제를 직접 제시한다. 같은 분위기의 짧은 연결부분이 이어서 나오는데, 이 짧은 부분에서 우리는 또는(or)과 부정형(not)을 만난다. 곧이어 나오는 반복(to be)의 의미는 바로 앞에 있는 or not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콜론(:)과 관계대명사에 악센트가 들어가는 지시된 명확한 구절에 이르는데, 이것이 우리를 첫 번째 마침표로 이끌어간다.”


문학작품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해설하지 않는다. 음악비평가이기도 했던 버나드쇼는 명곡해설집의 설명방식이 문학적으로 보면 말도 되지 않는 해설이라고 꼬집고 있다. 사실 그러하다. 문학애호가에게 위 햄릿의 설명을 보고 ‘죽느냐, 사느냐’를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아니 이게 무슨 작품해설이냐고 비판할 것이다. 이제 음악해설집의 작품 구조 설명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작품 외적 배경(콘텍스트)을 이해하고, 그것에 따라 자신이 감상에서 느끼는 정서가 곧 작품을 이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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