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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화가 김동유 최신작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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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화가 김동유 최신작 최초 공개
  • 이충건
  • 승인 2014.11.2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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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대 벽화에 새 생명 불어넣는 듯...

■언론 최초 공개 | 김동유의 ‘Madonna and Child; living together’

크리스티경매서 3억2천 낙찰, 일약 스타작가로
한국작가 중 유일하게 세계미술시장 최다 거래
엘리자베스II 즉위 60주년전 앤디워홀 등과 어깨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 김동유(49, 목원대 미술교육과 교수)의 최신작이 본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Madona and Child; living together, 그림 1).

작고 촘촘한 이미지로 거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그 동안의 ‘이중그림’과 단절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일관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오래된 유화에서 볼 수 있는 ‘균열’의 이미지를 불규칙적으로 반복한 ‘크랙(crack, 금이 간 모양)이 바탕을 이루면서 초기 작품에 자주 등장했던 화려한 색상의 나비가 등장한다. 마치 고대 벽화 속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듯하다. 그의 동료 교수이자 스스로를 ‘B비평가(非批評家)’라 칭하는 전영주(목원대 영어교육과)는 김동유의 작품연대기에서 제3기에 해당하는 첫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유’ 그에게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한국 작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그는 주목받지 못했다. 충남 논산에서 축사를 집으로, 아틀리에로 삼아 습작을 거듭해왔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가족을 등지고, 자신을 다그치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 혹독한 시간은 오직 그만이 알뿐이다.

그의 나이 마흔하나. 2006년 5월28일 홍콩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서였다. 무명 한국화가의 작품이 3억 2000여만 원에 낙찰됐다. 한국 생존 작가로는 최고가였다. 사람들은 ‘김동유’라는 낯선 이름에 열광했다. 세계 화단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그의 이중그림 시리즈 <반 고흐>가 8800만원에 팔렸지만, 그 땐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정도의 반응이었다. 일 년 후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가격에 <마릴린 먼로&마오쩌둥>이 낙찰되면서 그는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2009년 국제 미술 사이트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1945년 이후 출생한 세계 현대미술 작가 중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거래된 작가 100명 중 55위에 들기도 했다. 한국작가로는 유일했다.

그는 세포처럼 작은 이미지들로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픽셀 모자이크 회화’라는 차별화를 통해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유명 인물들을 상호 연관성이 있는 인물과 대치, 혹은 화합시키는 기법이다. 가령, 그림을 눈앞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얼굴이 작은 모자이크로 촘촘히 그려져 있는데,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다. 이런 방식으로 존 F. 케네디와 마오쩌둥, 마이클 잭슨, 마돈나, 알버트 아인슈타인, 오드리 헵번, 엘비스 프레슬리 등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 또는 유명인의 얼굴을 이중적으로 담아냈다.

2012년 7월, 그는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전시회’에 아시아작가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그가 세계 미술계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앤디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루시안 프로이트, 길버트 앤 조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김동유는 이 전시회에 6점의 초상화를 선보였다. 특히 유명을 달리한 고(故) 다이애나 비의 작은 1106개의 얼굴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거대한 초상화를 완성시킨 작품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그림 2).

김동유는 내년 4~6월 하스티드 크래이틀러(Hasted Kraeutler) 갤러리에서 두 번째 뉴욕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 B비평가(非批評家)의 그림 엿보기 | 김동유의 ‘공존(living together)’

생명과 희망, 그리고 부활

그의 작품연대기 획 그을 3기 첫 작품
두 존재가 함께 살아 움직이는 모양새
다시 태어나는 감성과 몸. 그리고 영혼

회칠한 무덤 같은 성모와 예수상, 그리고 그 위에 화려하게 날고 있는 오색찬란한 고운 나비들. 유난히 볕 좋은 날이 많았던 2014년 가을, 김동유 작가의 작품 연대기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 태어났다.

김동유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 시리즈인 ‘이중그림’ 스타일을 넘어설, 좀 더 단단해 지고, 깊어진 그의 작품 제3기를 2014년 11월에 처음 목도했다.

그의 1기 작품들에서 등장한 ‘나비들과 입체 그림’(그림 3, 4), 그를 세상에 알린 2기의 많은 중첩된 얼굴들에서 보여준 ‘전체와 부분(숙주와 기생-미술평론가 고충환, 그림 2, 5)’에 이어, 3기의 바탕인 크랙(crack), 그리고 1기에서 시도된 나비가 새로운 이중 이미지로 공존한다(그림 1).

이 공존은 영어로 표현할 때, ‘co-existence’라기 보다는 ‘living together’에 가깝다. 최근 학문 분야에서는 ‘-ing’ 신드롬이 있다. 우리말로는 ‘~잉 교수법’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딱딱한, 과거에 존재했던 문법을 외워대야 하는 grammar 대신, 현재 내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문법’이라는 녀석의 도움으로 내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도록 돕고 있는, 살아있는 문법을 일컬어 ‘grammaring’이라고 하듯이. 그의 작품은 현상을 사진기로 찍어 놓은 듯한 ‘영정사진’이 아닌, 살아 움직이고 있는(living), 그 것도 두 개의 존재가 함께(together) 공존하는 모양새다.

두 개의 존재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보는 이의 머릿속 스키마(Schema; 이전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각자의 틀, 배경지식)에 따라 다양한 두 가지,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존재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가을, 김동유 작가의 본 작품이 세상에 선보이기 전, 우연한 기회에 비비평가(非批評家)로서 접한 이 그림에서, 나의 배경지식들은 이런 두 존재를 떠올렸다.

엄숙함, 인간 본능의 절제를 뜻하는 종교(religion)와 화려한 본능(instinct) 자체에 충실한 나비의 공존.

어느 해 방문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이집트 피라미드, 과거(past)의 유물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현재(present)의 박쥐들. 우리의 인식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인류의 유적(UNESCO World Heritage) 건축물 천장을 가득 메우며, 인간 혹은 인류와 상관없이 자신들 종족의 생활에 충실한 현재의 거주자들인(inhabitant) 생명체들.

기독교 문화로 대표되는 서양의(Western) 전통과 역사를 추월하고 있는, 여백과 논리의 초월이 이제 고개를 들어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아시아(Asia).

시간과 공간의 주객전도, 100년을 회색빛으로 사는 인간과 고작 2주를 화려한 색채로 사는 나비. 마치 100년 단위의 긴 줄자와 2주 단위를 재면 딱 들어맞을 것 같은 30㎝ 플라스틱 자가 서로 평행으로(parallel) 팽팽하게 경쟁하는 듯, 공존이 느껴진다.

얼마 전 리움미술관에서도 나비를 보았다. 얼핏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였던 그 작품은 사실 수백 마리의 실재 나비 날개를 뜯어 붙여놓은 나비들의 무덤이었다. 김동유 작가와 같은 해에 태어난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 데미언 허스트가 죽음의 나비를 보여줬다면, 동양의 김동유 작가는 생명과 희망의 나비를 보여준다.

그의 1기, 2기, 이어서 감히 명명하는 3기의 모든 작품에서 우리는 생명과 희망, 부활을 맞본다. 클라크 케이블의 작은 점들로 다시 부활한 오드리 헵번처럼(그림 5), 회칠한 무덤 같은 서양의 직설, 논리, 과학을 뛰어 넘는 그의 제3기 첫 작품은 동양의 완곡, 논리 위의 감성, 과학을 뛰어 넘는 초월된 존재들의 living together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에서 오늘도 눈부신 가을날, 다시 태어나는 나의 감성과 몸. 그리고 영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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