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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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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기 오나
  • 송영웅 팀장(한국일보 신사업기획TF)
  • 승인 2016.08.1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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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삼성의 위기

국내총생산 26.6%, 수출액 1/4 차지
리더십·미래 먹거리 사업 확정 못해
수출·증시·금융·일자리·투자 등 타격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의 굴레에서 막 벗어나던 무렵인 2000년대 초·중반, 국내 경제계에서는 ‘강소국(强小國)을 벤치마킹하자’는 바람이 불었다.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무리한 고도성장을 지양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작지만 기초체력이 강한 국가로 키우자는 의도였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필자를 비롯한 당시 재계 출입기자들은 강소국의 대명사인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취재 일정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핀란드의 노키아였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구(舊)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침략을 받은 사례가 많은 접경 국가로, 예로부터 임업과 농업 등 1차 산업이 주요 산업이어서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당시 노키아라는 세계 최대의 휴대폰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핀란드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노키아라는 한 기업이 핀란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었다. 당시 핀란드 수출의 25%, 연구개발(R&D)의 30%, 핀란드 전체 세금의 23%를 노키아가 감당하고 있었다. 당시 헬싱키 현지 취재를 진행하면서 ‘핀란드 경제의 절반 이상이 노키아에 의존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노키아를 무너뜨린 기업은 다름 아닌 삼성이었다. 휴대폰 후발주자였던 삼성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탑재한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노키아의 영역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갔다. 그러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의 효시인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2세대(2G) 휴대폰 단말기 생산업체인 노키아는 사실상 회생 불가한 상태까지 추락했다. 이런 노키아의 성장과 몰락에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노키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삼성그룹이 10년 전 노키아의 상황과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6.6%, 한 해 국내 총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삼성그룹 상장사의 시가 총액은 한국 증시 전체의 30%나 된다. 10년 전 ‘노키아가 망하면 핀란드도 쓰러진다’는 말이 나돌았듯,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의 원동력은 삼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10년 전 노키아처럼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 같은 중국의 저가 휴대폰 업체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폰에서는 애플에 다소 밀리고, 저가폰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 있다. TV 등 가전 부분에서도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게 조금씩 시장을 내주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다소 충격적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인 지난해 같은 분기(10조 1600억 원)에 비해 무려 60%나 감소한 4조10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2분기 7조 1900억 원에 비해서도 43%나 줄어든 규모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액도 47조원으로, 지난해 동기(59조 800억 원) 대비 20% 줄었다.


더욱 우려되는 이런 위기 국면에서 삼성이 확실한 리더십과 미래 먹거리 사업을 완벽히 확정 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그룹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이건희 회장은 건강 문제로 현역 복귀가 사실상 힘들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의 경우 아직 ‘이재용 체제’로의 본격적인 상속이 완결되지 못한 상태다. 그룹 전체를 이끌 확실한 지분(삼성전자) 이양과 그에 따른 막대한 상속세 부담, 그리고 계열사별로 연결된 순환투자 구조 해결 등의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안팎으로 폭우와 태풍이 몰아치는 위급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삼성호’를 이끌어갈 선장이 아직 완전한 채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삼성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흔들리면 당장 수출, 증시, 금융, 일자리, 투자를 비롯한 국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더더욱 그렇다.


삼성의 위기는 어차피 삼성 스스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7년 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맞은 위기를 정면 돌파해 나갔듯 또 한 번의 위기를 지혜롭게 풀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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