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국가 미래, 인스턴트 지식에 못 맡겨
상태바
국가 미래, 인스턴트 지식에 못 맡겨
  • 송영웅 팀장(한국일보 신사업기획TF)
  • 승인 2016.08.16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포커스 | 참을 수 없는 스마트 세대의 가벼움


쉽게 얻고 쉽게 사라지는 ‘스마트 지식’
사회에 대한 책임감·열정·도전 안 보여
휴대폰 검색 대신 책 보는 습관 가져야


21세기를 대표하는 문호 중의 한사람으로 여겨지는 밀란 쿤데라(85·체코). 체코 브르노에서 음악 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68년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 등과 함께 ‘프라하의 봄’에 참여한다. 그러나 소비에트 침공으로 이 자유민주화운동이 좌절되면서, 정부 주도의 숙청에 휘말려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는다. 이후 체코 공산당에 입당과 출당을 반복하던 쿤데라는 1975년 조국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한다. 쿤데라는 1984년 프랑스에서 격변의 시절인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역사의 상처라는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일상의 가벼움’을 느껴보지 못한 현대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출간해 일약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다.


새삼 노작가의 작품을 인용한데는,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세태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을 꼽으라면 누구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지목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가정, 사무실, 식당, 자동차 안에서는 물론이고, 길거리에서조차 스마트폰이나 태플릿 PC에 눈과 귀를 맞추고 있다.


간혹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까지 할 정도다. 아마 큰 국어사전이나 장편소설을 읽는 이를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것 같다.


디지털 뉴미디어의 장점은 이루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고 측정할 수도 없는 것들. 다시 말해 인간의 감정, 개성, 기억, 그리움 같은 소중한 것들이 점점 미약해지고, 획일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선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자.


요즘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끝낸다. 새벽 휴대폰 알람으로 눈을 떠 스마트폰으로 그날 날씨와 주요 일정을 확인한 뒤, 차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게 데스크 탑이나 노트북을 켜는 일이다. 사내업무도 대부분 컴퓨터로 처리하고, 틈이 나면 메일을 확인하거나 포털사이트를 검색한다.


우리가 주로 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어떤가. 약간의 언론사 기사를 제외하면 연예인에 대한 잡다한 신변잡기 소식이나 쇼핑 아이템이 대부분이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농담을 하다보면 포털에 실린 연예인의 소식을 모두 똑같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예전에는 정치, 외교, 사회, 문화 이슈에 대한 토론이나 논쟁이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무거운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지식의 인스턴트 화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정보나 지식을 얻으려면 백과사전이나 서적을 뒤지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기억력에 의존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궁금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으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자판을 터치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너무도 쉽게 얻은 지식인지라, 쉽게 사라져 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굳이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분석하며, 자주적 사고를 갖기 보다는 그냥 순간순간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런 선입견에 연유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전 세대에 비해 지식의 깊이가 낮아졌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쿤데라처럼 격변의 시기에 이념, 국가, 자유, 억압 등과 같이 무거운 사회적 이슈에 짓눌려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연예인 신변잡기가 주관심사가 돼선 안 된다.


군사 독재와 민주화의 격변기에도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 열정, 도전, 그리고 희망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포화를 딛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열정과 패기가 요즘 젊은이들에게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당장 진학, 학비, 취업 같은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를 갖긴 힘들다. 여기에 편리한 기기까지 있다 보니 빠르고 손쉬운 인스턴트식 생활 방식에 자신을 맡겨 버리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탓도 상당히 있다. 젊은이들에게 인스턴트식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장본인이 바로 기성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내 것이 아닌 인스턴트 지식으로 국가의 미래를 이끌 순 없다. 이제부터라도 긴 호흡으로, 사고와 지식의 깊이를 넓혀보자. 당장 필자부터 휴대폰 검색 대신 두꺼운 책 한권을 사서 고민하며 읽는 습관을 실천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