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세종시 제1의 자랑거리
상태바
세종시 제1의 자랑거리
  • 정순영(전 고려대 외래교수)
  • 승인 2014.08.11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 초려역사공원의 의미와 과제

‘벼슬 않고도 애국할 수 있다’ 교훈 준 삶의 지표

과거 아닌 미래의 산실, 정신문화 산 교육장 돼야

지난 20일 세종시 소재 초려역사공원 상량식이 많은 내빈과 지역주민의 축복 속에 열렸다. 공원 내 건축물은 갈산서원을 비롯해 도산재, 몽양재, 연영문, 초려공원문, 이명문, 신도비각 등이다. 이 가운데 갈산서원과 도산재, 몽양재 등 중심건물의 상량식이 이날 열린 것이다.

초려역사공원은 세종특별자치시 종촌동 산 324번지에 위치해 있다. 연면적 312.6㎡에 조성되며 초려 선생 묘소와 서원으로 구성된다. 공원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야트막한 언덕 위에 초려 선생과 그의 아들, 손자의 묘소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식 목조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서원을 만날 수 있다.

서원의 입구인 연영문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장서를 보관하는 용도의 ‘도산재’(서재)와 어린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사용될 ‘몽재’(동재)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정면에는 전통적인 강당 형태의 공간인 갈산서원이 자리할 예정이다. 또 서원 주변에는 깨진 기와조각(와편)으로 담장이 꾸며진다.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었던 이춘희 세종시장은 상량식 축사를 통해 “허허벌판에 세종시 건설을 계획 설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신구(新舊)의 조화이며 이를 구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초려역사공원 계획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는 주변 편입지역을 제외한 신개발지역으로 볼 때 관청과 아파트만 연상된다. 참으로 삭막한 시멘트건물 천지다. 굳이 숨 쉴 공간으로 호수공원이 회자될 정도다. 여기에 세종시의 백미로 보물 같은 역사공원이 들어서는 것이다. 초려(草廬)역사공원은 단연 세종시 제1의 자랑거리다.

초려 이유태(李惟泰, 1607∼1684) 선생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경세사상가이자 실학자로 조선왕조실록 경제사상분야에 360차례나 거론됐을 정도다. 효종, 현종 재위 당시 왕에게 선비로서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수차례 부름을 받았지만 벼슬에는 욕심을 두지 않은 채 초야에 묻혀 학문연구에만 전념한 청렴 강직한 선비였다.

율곡 이이의 제자인 사계 김장생 선생이 그의 스승이다.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미촌 윤선거, 시남 유계 선생과 함께 충청오현(忠淸五賢)으로 일컬어지는 조선시대 대표적 산림(山林)이다.

초야에 묻혀 학문에 정진했지만 초려 선생이 현실정치를 외면한 선비는 아니었다. 그가 효종 때 국정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상소문 ‘기해봉사(己亥封事)’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을 겪은 후 조선의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시무책을 담은 것으로 학문만 정진하던 학자로서의 보기 드문 행보인데다 명문장이다. 정치적 입신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에 ‘벼슬하지 않고도 애국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 큰 삶의 지표였다.

여기에서 그의 시 몇 편을 부분적으로 소개한다.(譯 아당 이성우. 이성우는 초려 선생의 12대 직계 후손이다.)

자손들에게

그럭저럭 오늘도 보내고 / 또 내일도 그럭저럭 보내며 / 한 해를 방만하게 보내고 / 다시 두 해도 방만하게 보내네 / 눈 깜짝하는 사이 사십, 오십이 되고나니 / 궁핍한 생활 비판한들 가엾기만 하여라.

문인들에게

대장부의 공업이 이루기 어려움이 아니건마는 / 속마음 일찍이 밝히지 못함이 걱정이로다 / 나는 새들도 능히 자기에게 / 이로움과 해로움 판단할진대 / 어찌타 영장이라는 인간이 / 캄캄하단 말인가.

나라를 걱정하는 시

하늘이 사나이 빼어내어 / 세상에 보냈는데 / 어찌타 하는 일 없이 공산에서 늙고 있나 / 듣노라니 변방에는 / 적국의 융마 달린다는데 / 깊은 밤 잠 못 이룬 채 뒤척이는 이 마음 / 왜 이다지도 애달픈가.

지난 2004년 연기군은 초려 선생 묘역이 문화재적 보전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충남도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지만 연기군이 신행정수도건설 개발 부지에 포함되면서 특별법에 묶여 무기한 연기됐었다.

이에 전국에서 유림 1만5000여 명이 묘역 보존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고 청와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오랜 협의 끝에 2013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초려선생 묘역 성역화(역사공원) 및 정비에 합의했다. 지난 2월 28일 초려역사공원의 기공식을 가졌으며 내년 초 준공예정이다. 초려역사공원 준공이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에 초려 선생 묘역이 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다.

초려역사공원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산실이요, 단순히 한 가문의 묘역이 아닌 21세기 새로운 서원이 되어야한다. 역사와 학문 등 새로운 정신문화를 수립하는 산 교육장이자 21세기 신흥서원으로 우뚝 설 것으로 믿고 그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경주이씨 문중은 물론 관계기관, 학계, 유림 모두가 합심 노력해 초려역사공원을 대한민국 제1의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